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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신하던 더민주, 다시 '나꼼수 입'으로 돌아가다


입력 2016.10.17 13:25 수정 2016.10.17 13:30        이슬기 기자

정청래 출판기념회서 참석자들 막말 금도 넘어

"위험수위 넘나들기, 중도층 등 돌리게 하는 악수"

'나꼼수 4인방'으로 불린 정봉주·김어준·주진우·김용민 씨.(자료사진)  ⓒ데일리안 '나꼼수 4인방'으로 불린 정봉주·김어준·주진우·김용민 씨.(자료사진) ⓒ데일리안

"이제는 더 내놓고 말할 수 있다."

야권 야전군의 입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정권을 겨냥한 '거친 독설'은 대중적 관심을 끌어모으고, 나아가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역대 선거때마다 막말로 인해 역풍을 맞은 '악몽'을 고려하면 중도층 이탈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16일 오후 마포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 출판기념식에는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당 소속 의원들과 인터넷방송 나꼼수 출신의 김어준 주진우 씨 등 야권 인사 1500여명이 모여 북새통을 이뤘다. 행사장에는 '컷오프 당했다. 국회의원이 아니다', '이제는 민간인. 더 대놓고 말하겠다'는 등 독설을 작심한 듯한 현수막도 걸렸다.

실제 이날 행사에선 현 정부를 겨냥해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발언이 쏟아졌다. 축사에 나선 나꼼수 출신 정봉주 전 의원은 "오늘 오신 분 중에서 대통령 될 분도 있고 감옥에 갈 분도 있다"며 "'파란 집'에서 감옥으로 옮길 분도 있고 삼성동에서 감옥으로 옮길 분도 있다"고 입을 열었다. 청중들 사이에선 웃음이 터졌고, 정 전 의원은 "모두들 제 마음을 읽는 독심술사인가"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인사들을 정면 겨냥했다.

특히 방송인 김갑수 씨는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작살'낼 놈들을 '작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문제는 대선이 있을까. 내란(內亂)에 준하는 사태가 유도될 수도 있고, 교전이 일어날 수도 있고, 생각하기 싫지만 유력 후보 암살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 모두 엄청난 인명 살상 각오를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을 제어하는 요원으로 모두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내년 대선을 이길 수 있다"고도 했다.

아울러 진행을 맡은 이동형 작가는 최근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빗대 "더민주가 집권하면 내가 '진보의 차은택'이 되겠다"고 했다. 나꼼수 진행자였던 김용민 씨는 "저는 삶이 공갈인 박근혜다. (우)병우가 기소하고 조지면 되니까. 친박 진도개들 보셨지 않느냐"며 박 대통령을 흉내내는가 하면,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의 성대모사를 선보이며 조롱섞인 농담도 던졌다. 이에 대해 추 대표는 "오늘 이 자리에서 쏟아낸 말만 다 모아도 출판기념회를 또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추켜세웠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인 정 의원은 그간 스스로를 '당 대포'라고 불러왔다. 지난해 문재인 지도부 최고위원 당시 공개석상에서 '공갈친다'는 발언을 했다가 공개 경고를 받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섰고, 총선 공천을 앞두고선 "다시는 안 그러겠다"며 자중을 다짐했다.

그러나 공천에서 탈락한 뒤엔 김 전 대표를 향해 "비리 혐의로 돈 먹고 감옥 간 사람"이라며 당 대표 자격을 문제 삼고 나섰다. 이에 정성호·양승조 의원 등 비대위원들이 정 전 의원의 태도를 비판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다만 당내에선 "말릴수록 더 할 것"이라는 우려가 대부분이었고, 이후엔 정 전 의원에 대해 공개적으로 쓴 소리를 하는 인사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처럼 야전에서 뛰는 지원군의 극단적인 언행이 문재인 전 대표에게는 오히려 악수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이 ‘송민순 회고록’ 논란을 확대시키며 색깔론 공세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금도를 넘는 막말까지 가세하면 중도층 및 부동층을 등 돌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문 전 대표가 이날 행사에 불참한 것 역시 이 같은 부담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당초 정 전 의원 측은 문 전 대표가 행사에 참석한다는 내용의 공지 문자를 발송했으나, 문 전 대표 측은 "해당 일정을 확정한 적이 없다"며 참석지 않았다. 대신 트위터에 '누구보다 가슴 뜨거운 정치인 정청래'라고 썼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직접 모습을 드러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는 영상으로 축사를 대신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거에선 측근의 말 한마디가 결정적 악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김갑수·정봉주 씨 등 야권 인사들의 이번 발언은 당연히 정권을 잡을 거라 생각하는 동시에 ‘당선되면 두고보자’는 인식에서 나온 발언이다. 이런 식의 말 한마디가 유권자에게 엄청난 거부감으로 다가온다”고 경고했다.

또 “모든 선거는 부동층이 좌우하는데, 이런 발언은 표를 고심하는 대부분의 유권자로 하여금 완전히 고개를 돌리게 만든다”면서 “문 전 대표로서도 이들이 부담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막말 문제를 도려내는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문 전 대표가 4대기업 연구소장 간담회를 열고 경제성장에 방점을 찍는 등 외연확대를 꾀하는 상황에서, 일부 강경파의 정제되지 않은 막말은 문 전 대표를 '고정 지지층' 안에 감금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김용민 씨의 ‘막말’ 사건으로 판세가 급격히 기울었던 19대 총선 당시를 언급하며 “이런 사람들을 선거판에 넣으면 될 일도 안 된다. 여당에게도 괜한 공세의 빌미를 주게 되기 때문”이라며 “문 전 대표는 중도보수층을 끌어안고, 친노 강경파에 둘러 쌓여있다는 의구심을 분산시켜야 한다. 막말 문제를 일으키는 인사들을 정리해야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라고 지적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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