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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괸당이 중요허우꽈?”


입력 2016.10.18 10:18 수정 2016.10.18 10:19        데스크 (desk@dailian.co.kr)

김영란 법 시행 보름째다. 대한민국은 지금 부패 척결의 역사적 시험을 치르고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 부패 방지를 위한 우리 선조들의 노력도 유구한 역사를 지닌다. 특히 조선이 부정부패에 엄격했다. 고려가 망한 이유 중의 하나가 부정부패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조선은 뇌물죄를 ‘장물 장(贓)’ ‘더러울 오(汚)’자를 써서 장오죄(贓汚罪)로 다스렸다. 역모 다음으로 엄하게 처벌했다. 수뢰액수가 엽전 800냥 이상이면 교형(絞刑)이었다. 매관매직 등 혼란한 시기도 있었지만, 조선조 519년 동안 219명의 청백리(淸白吏)가 탄생했다. 이는 부정부패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조선 공직사회에 구축되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어떤가. 안타깝게도 조선의 청백리 정신은 사라진지 오래다. 2015년 국민권익위 부패인식도 조사에서 국민들 59%는 ‘우리 사회가 부패하다’고 인식했다. 지난 해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청렴 성적표는 더욱 초라하다. 부패인식지수(CPI)가 OECD 34개 회원국 중 27위(56점)였다. 평균(69.9점)에도 한참 못 미친다.

범위를 좁혀보자. 고향 제주는 어떤가. 지난 해 광역 지방자체단체 가운데 최하위 5등급을 받았다. 전국에서 꼴찌다. 천만 관광도시 제주의 부끄러운 민낯이요 속살이다.

제주에는 ‘괸당 문화’란 것이 있다. 제주 토박이들은 고향과 학교 정도만 말해도 연결고리를 발견하고 곧 바로 ‘형 아니면 아시(아우)’가 된다. 이렇듯 제주는 ‘몇 다리’ 만 건너면 알 수 있는 얽히고설킨 연고주의 사회다.

‘괸당’ 문화엔 순기능도 있지만, 부작용도 많다. 오죽하면 “이당 저당해도 ‘괸당’이 최고”라고 할까. 기회가 왔다. 멍석이 깔렸으니 재주 부릴(?) 일만 남았다. 김영란 법을 괸당의 부작용을 끊는 길잡이로 활용하자. ‘부패 도시’라는 오명을 씻고 ‘청렴 제주’로 정화시킬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제주도민들은 애향심이 남다르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제주도민으로 사는 게 자랑스럽다’고 답한 도민이 77%였다. 나 역시 제주에서 나고 자란 제주사람이다. 공무원으로서, 자부심 높은 제주도민으로서 제주를 위해 지켜야할 가치가 무엇일까. 시대가 변해도 정신은 영원하다. 100년 전 조선의 청백리 정신이 무엇인가. 두말할 필요 없다. 김영란 법 시대엔 “괸당보다 ‘청렴’이 최고”다.

글/차두환 제주특별자치도 서울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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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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