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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연설속 개헌은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


입력 2016.10.24 20:44 수정 2016.10.24 22:11        이슬기 기자

승자독식 구조 → 분권형, 단임제 폐해 → 중임제 암시

권력구조 개편 방안 가능성 열어놔 정치권 합의가 과제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개헌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던진 ‘개헌 카드’로 정치권은 급격한 개헌 정국에 빨려 들어가게 됐다. 문제는 권력구조 개편의 방향과 개헌의 구체적인 범위다.

박 대통령은 이날 2017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개헌 필요성에 대해 “대통령 단임제로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지면서 지속가능한 국정과제의 추진과 결실이 어렵고, 대외적으로 일관된 외교정책을 펼치기에도 어려움이 크다”고 강조했다.

일관적 정책 추진이 어려운 대통령 단임제의 문제를 명시적으로 지적함으로써 '대통령 중임제' 도입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볼 수 있다. 그는 당 대표 시절부터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지지했고, 또 대선 공약에도 이를 명문화한 만큼 이날 발언은 대통령 중임제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분석에는 이견이 없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우리 정치는 대통령 선거를 치른 다음 날부터 다시 차기 대선이 시작되는 정치체제로 인해 극단적인 정쟁과 대결구도가 일상이 되어버렸고, 민생보다는 정권창출을 목적으로 투쟁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현행 대통령제의 승자독식 구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제왕적 대통령' 권력의 분산이 가능한 '이원집정부제'가 필요하다는 주장과도 맥이 닿아 있다.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이 국방·외교 등 외치(外治)를, 국무총리가 내치를 전담하는 방식이다.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의 절충형으로, 프랑스와 핀란드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다. 이는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대통령과 총리가 내치와 외치로 권한을 나누는 방식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권력 분산 차원에서 '의원내각제'도 한 방안으로 꼽힌다.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은 명목상 국가 원수이며, 실질적 권한은 선거로 선출된 다수당의 수장에게 있다. 다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에게 내각 구성 권한(총리와 장관 등 선출)을 부여해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고 효율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하다. 다만 행정부가 의회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집권당이 다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불신임결의가 빈번해 정국 불안이 초래된다. 반대로 한 정당이 의회와 내각을 독점할 경우 다수당의 횡포를 막을 수 없게 된다.

대통령 중임제는 대통령의 임기를 현행 5년에서 4년으로 줄이는 대신, 재출마를 통해 연임이 가능하도록 열어두는 제도다. 임기 초 1년은 국정운영 준비 차, 임기 말 1년은 레임덕에 시달리느라 사실상 임기가 3년에 불과하다는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 물론 △재선을 노리는 대통령이 초반 4년 간 포퓰리즘식 정책을 펼치거나 △재선 후 4년 내내 레임덕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는 단점도 공존한다.

아무튼 대통령의 이날 개헌 발언은 '대통령 중임제'에 다소 무게를 싣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개헌 방향에 대해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앞으로 개헌의 구체적인 밑그림 단계까지 가기 위해선 정치권의 합의라는 과제를 넘어야 한다. '87년 체제'가 명운을 다했다는 큰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여야는 물론 각 정파 내에서도 개헌의 구체적인 방향과 범위에 대해 이견이 다양하다. 게다가 차기 대선도 눈앞에 둔 시기인 만큼 정치적 셈법이 복잡해 향후 논의가 결코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국회 내 개헌특위 구성에는 즉각 화답했지만, 내용에 대해선 의견이 제각각이다. 개헌의 핵심 열쇠를 쥔 야당의 속내는 더 복잡하다. 정가에선 특정 정권의 집권 주기를 10년으로 보는 만큼, 차기 대선은 진보정권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당장 다가올 대선에 미칠 영향 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박 대통령이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등 측근 비리를 감추기 위해 개헌이라는 초대형 이슈를 던졌다는 의혹도 당내에서 크게 제기된다.

제2야당인 국민의당 역시 개헌 논의가 시작되는 자체에는 환영 의사를 밝히면서도,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서 이슈 선점 등의 정치적 의도를 갖고 개헌을 제안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구심을 보이며 경계심을 내비치고 있다.

개헌이 권력구조 개편 문제로만 집중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자칫 '권력 나눠먹기'나 기득권 유지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야권은 물론 여권 대선 잠룡들을 중심으로 권력구조 개편에 앞서 기본권과 3권 분립을 포함해 헌법 전반에 대한 개헌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 중임제가 정치인 집단에게는 최대 관심사이지만, 당장 살림살이를 걱정해야 할 일반 국민에게는 거리가 있다. 민생 경제와 직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국민적 호응을 얻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향후 국민의 알 권리나 노인·아동 인권 등 기본권 보장을 강화하는 전면적인 의미의 개헌이 이뤄질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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