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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 "'두 남자', 누구보다 잘할 자신 있었다"


입력 2016.12.04 08:04 수정 2016.12.07 10:12        부수정 기자

아이돌 이미지 벗고 19금 영화 선택

"캐릭터 슬픔 공감…연기 호평 뿌듯"

아이돌 그룹 샤이니 멤버 최민호가 영화 '두 남자'로 스크린 첫 주연작 신고식을 치렀다.ⓒ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아이돌 그룹 샤이니 멤버 최민호가 영화 '두 남자'로 스크린 첫 주연작 신고식을 치렀다.ⓒ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제 또래 배우와 맞붙었을 때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어요. 최선을 다해 노력했거든요."

아이돌 그룹 샤이니 멤버 최민호(24)의 맑은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자신감 있는 눈빛이었다. 아직은 연기자보다 아이돌로 유명한 최민호가 스크린 나들이에 나섰다. 첫 주연작인데, 청소년관람불가등급이다.

아이돌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을, 스물여섯 살의 이 청년은 주저하지 않았다. 영화 '두 남자'(감독 김성태)는 가정이 해체돼 거리로 내몰려 나온 네 명의 10대 아이들과 이들을 쫓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최민호는 극 중 18세 '가출팸'(가출한 학생들이 이룬 무리) 리더 진일로 분했다.

최민호는 진일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아이돌 이미지를 스스로 무너뜨렸다. 아이돌이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에 출연한 것만으로 이 영화는 그에게 도전적인 작품이다. '바른생활 청년' 이미지인 그는 욕설도 하고, 담배도 피우며 상처투성이 캐릭터를 생생하게 표현했다.

영화 개봉 날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최민호는 "오늘 처음 영화 홍보 인터뷰를 했는데 얼떨떨하다"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반응이 좋아서 놀랐다"고 했다. 어떤 평가가 가장 좋았냐고 묻자 '배우라는 타이틀을 달아도 손색없다'는 평가란다.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제 노력을 인정받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더라고요(웃음)."

최민호는 시사회에서 "어릴 때 가수로 데뷔해 지금까지 쌓아온 이미지를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다른 모습을 보여야 했다"며 "대중이 내 모습을 어색해하지 않을까 두렵기도 했다. 내가 진일을 연기하면 어떤 모습일까 하는 궁금증이 커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이돌 그룹 샤이니 멤버 최민호는 영화 '두 남자'에서  18세 '가출팸'(가출한 학생들이 이룬 무리) 리더 진일로 분했다.ⓒ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아이돌 그룹 샤이니 멤버 최민호는 영화 '두 남자'에서 18세 '가출팸'(가출한 학생들이 이룬 무리) 리더 진일로 분했다.ⓒ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저한테 이런 이미지가 있다는 걸 새롭게 알았어요. 연기 스펙트럼도 넓어진 듯하고요.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데 호평을 얻어서 너무 기뻤고 앞으로 더 나아가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외모보다는 연기력으로 인정받아서 '내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 싶습니다."

아이돌이 19금 영화라니,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에서 반대하지 않았을까. 그는 "반대할 줄 알아서 불안했다"면서 "만약을 대비해 '떼쓰기' 계획을 썼는데 소속사에서 흔쾌히 허락했다"고 했다.

'떼쓰기' 계획까지 마련할 정도로 배우는 영화에 큰 매력을 느꼈다. "처음 해보는 캐릭터였고 뻔하지 않았어요. 제 나이 때 아니면 못할 것 같았고요."

진일은 바른생활 청년 민호와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다. 최민호는 "나와 다른 캐릭터라서 힘들었고, 진일이와 가까워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토로했다.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는데 촬영을 하면 할수록 진일이에게 적응했어요. '가출 청소년' 진일이와 친해지면서 저도 같이 불안하고 두려웠어요. 스스로를 가두고, 구석으로 몰게 되더라고요. 진일이가 불쌍한 동시에 저 자신이 불쌍했어요. 자신감도 떨어져서 무섭고 두렵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진일의 과거를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관객 입장에서는 불친절해 보일 수도 있다. 민호는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표현해야만 했다. 감독과 얘기하면서 캐릭터의 과거, 현재를 상상하며 연기했단다.

"담배는 가출 청소년을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아이템이죠. 사실 전 좋은 부모님 밑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사랑받으면 자랐어요. 근데 진일이는 아니잖아요. 진일이를 잡아준 사람도 없었고. 이런 부분을 생각하면서 진일이를 공감했어요. 제 개인적인 행복한 기억들을 하나하나 지우니깐 오롯이 진일이가 됐어요. 진일이의 슬픔을 받아들이기도 했고요."

최민호 마동석 주연의 영화 '두 남자'(감독 김성태)는 가정이 해체돼 거리로 내몰려 나온 네 명의 10대 아이들과 이들을 쫓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최민호 마동석 주연의 영화 '두 남자'(감독 김성태)는 가정이 해체돼 거리로 내몰려 나온 네 명의 10대 아이들과 이들을 쫓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행복한 기억이 무엇이냐고 묻자 가수로 데뷔한 시점, 이후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 했을 때, 콘서트 했던 순간 등을 꼽았다. '사람' 최민호가 경험한 친구들, 가족과의 추억도 소소한 행복이다.

'꽃미모'를 자랑하는 최민호가 담배를 피우고, 침을 뱉고, 욕하는 모습은 대중에게 낯설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배우는 "관객들이 어색하게 느낄까 봐 걱정했다"며 "감독님이 여러 '불량한 행동'을 해보라고 하셨는데 막상 해보니 '한꺼풀' 벗은 느낌이 들었다"며 "다만 팬들은 다소 놀랐다"고 털어놨다.

샤이니 민호를 좋아한 팬들의 이런 반응은 당연하다. "항상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팬들은 저의 그런 모습을 처음 보니까 이해해요. 반응이 없더라고요. 데뷔 후 얻은 저만의 모습과 상반된 이미지를 보여드리는 게 걱정되긴 했죠. 그동안 쌓은 이미지가 무너지지 않을까 고민했어요. 근데 걱정과 우려는 저를 틀 안에 가두는 것 같더라고요. 나한테도 이런 모습이 있다는 생각으로 영화에 접근했습니다."

'두 남자'는 저예산 영화인 탓에 촬영 기간을 최대한 줄였다. 최민호는 "일정이 빡빡하고, 상황이 힘들다고 해서 투정부리고 싶지 않았다"며 "힘든 상황에서 서로 뭉치는 분위기가 좋았다. 제작진, 배우들과 같이 밥 먹고, 술 마시면서 지냈는데 내겐 소중한 인연이 생긴 것 같다"고 해맑게 웃었다.

최민호는 대선배 마동석과 호흡했다. 그는 "선배와 겨루면서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해야 했는데 내가 선배에게 밀리는 게 느껴졌다"며 "그렇게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영화 '두 남자'(감독 김성태)에 출연한 최민호는 "아이돌 이미지가 무너질까 걱정했다"며 "'두 남자'를 통해 새로운 내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밝혔다.ⓒ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영화 '두 남자'(감독 김성태)에 출연한 최민호는 "아이돌 이미지가 무너질까 걱정했다"며 "'두 남자'를 통해 새로운 내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밝혔다.ⓒ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건국대학교 예술문화대학 예술학부 영화전공 10학번인 그에게 영화를 본 동기들 반응을 물었다. 웃음을 터뜨린 그는 "친구들은 날 연예인으로 안 보고 평범한 사람으로 대한다"며 "영화 속 내 대사를 따라 하며 놀리곤 했다"고 했다.

SM엔터테인먼트에는 엑소 도경수, 수호 등 연기돌(아이돌+연기)들이 있다. 이들과 연기 관련 얘기를 하느냐고 했더니 "연기, 음악 활동을 효율적으로 병행할 수 있을지 의논한다"며 "어떤 계획을 짠 후 활동하는지 얘기한다"고 했다.

최민호만의 비법은 무엇일까. "체력이 좋다"는 간단명료한 답이 돌아왔다. "마치 대단한 걸 아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비결은 '체력'입니다. 하하. 힘든 건 매한가지예요.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해서 체력을 다져요."

아이돌은 쉴 때 어떻게 지낼까도 궁금했다. "아무것도 안 해요. 아침잠이 많아서 푹 자요. 오후 늦게 일어나서 계속 TV만 보는데 정말 행복해요. 짜증 나고 화나는 일도 자고 일어나면 잊는 편이라 힘든 일이 있으면 초저녁부터 자요. 그리고 다 잊죠. 저 굉장히 단순합니다. 하하."

데뷔 9년 차인 민호는 그간 배우로서 뛰어오를 기회가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 기회를 제대로 못 잡았다고. 처음엔 '내 탓'이 아닌 '남 탓'을 했단다. "3~4년 전에 제 자신에게 실망한 적이 있어요. 배우라는 길에 갈증을 느끼다 보니 조급한 마음이 들었거든요. 그러다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한번 기회가 온다면 완벽하게 준비해서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됐어요. 지금은 조급함이 사라졌어요. 혹자는 늦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전 '처음'이라는 생각입니다."

영화 '두 남자'(감독 김성태)에서 가출 청소년으로 분한 최민호는 "진일이를 연기하면서 슬펐다"며 "진일이의 슬픔을 공감하면서 연기했다"고 전했다.ⓒ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영화 '두 남자'(감독 김성태)에서 가출 청소년으로 분한 최민호는 "진일이를 연기하면서 슬펐다"며 "진일이의 슬픔을 공감하면서 연기했다"고 전했다.ⓒ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배우는 '급하게 가고 싶지 않다', '너무 빨리 달려나가지 말자', '주위에 있는 것들을 천천히 보고,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자'고 채찍질했다.

지금도 부족해서 두렵다는 최민호에게는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던 '계기'가 있었다. "영화를 할 뻔했다가 못했어요. 제가 연기를 잘했으면 저를 캐스팅했겠죠. 영화 출연이 불발된 후 반성하고 저 자신을 혹독하게 대했어요. 제가 마냥 어린아이 같았어요. 결과적으로는 그 영화를 안 한 게 다행입니다. 그때 그 시간을 거치지 않았으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겁니다."

그 영화의 흥행 여부를 묻자 순간 얼굴이 환해지며 웃음을 '빵' 터뜨렸다. "잘 안 됐어요. 하하. 개봉 날 조조로 봤는데 극장 나오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어요."

최민호의 모범생 이미지는 다양한 연기 활동을 하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그는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가치관을 따르지만, 연기할 때는 그 가치관에 나를 가두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그걸 깬 순간부터 많은 게 보이고 연기할 때도 편하다"고 했다.

그의 최종 목표는 확고했다. 관객들, 시청자들이 '(배우) 최민호, 끼 없는 것 같은데 잘못 봤네?'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거란다.

마지막으로 최민호는 의외의 성격을 공개했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단다. "안 되면 될 때까지 합니다. 액션신 찍을 때도 '한 번만 더하자'고 하는 편이죠. 저는 괜찮은데 주변 분들이 싫어할 것 같네요(웃음)."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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