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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의원 전원 사퇴' 으름장 놓은 정진석 속내는?


입력 2016.12.03 06:23 수정 2016.12.03 11:29        문대현 기자

'4월 퇴진' 합의 유도 위한 야당 압박용인가?

아니면, 대통령 퇴진 압박 위한 발언인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일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일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관련 새누리당의 입장이 조금씩 엇갈리는 가운데 정진석 원내대표는 2일 여야 협상을 강조하며 박 대통령이 협상결과를 지키지 않을 경우 여당 의원들은 전원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과 일부 비주류는 여전히 탄핵을 주장하는 가운데 정 원내대표 발언의 행간 의미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만일 국회에서 4월 퇴진을 결정했는데 대통령이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새누리당 의원 전원이 의원직 사퇴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야당이 주장하는) 5일 본회의는 변칙적 의사일정 변경으로 협조하기 어렵다. 우리가 당론으로 채택한 4월 퇴진, 6월 조기 대선이 가장 합리적 결정"이라며 "스스로 물러나겠다는데 굳이 탄핵 절차를 밟으면 큰 혼란과 후유증이 예상되는데도 기어이 탄핵으로만 가겠다는 저의를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합의해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해 달라는 제안은 아직 살아있다"면서 "두 야당이 조속한 시일 내에 선거관리 내각 구성 협상에 나서주고 탄핵 문제를 마무리 짓는 협상에도 협조해주길 거듭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전날(1일)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이 내년 4월에 스스로 물러나고 두 달 뒤인 6월에 조기 대선을 치르는 일정에 합의했고 이를 갖고 야당과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앞서 진행된 야3당(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대표 회동을 갖고 탄핵안에 대해 논의했고, 5일 또는 9일 등 의결을 원하는 날짜는 당마다 달라 완전한 합의를 했다고 보긴 힘들지만 여당이 주장하는 '질서있는 퇴진'과는 상당 부분 입장차가 있기 때문이다.

당내 비주류의 의견도 당론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 비주류는 박 대통령이 3차 담화에서 자신의 거취를 국회에 넘긴 만큼 여야 협의가 필요한 것에는 인정을 하지만 조건을 걸고 탄핵안 표결에 참여를 하겠단 입장이다. 비주류 회의체인 비상시국위원회는 2일 오전 회의를 갖고 박 대통령에 대해 오는 7일 오후 6시까지 명확한 퇴진시점을 천명하라고 요구했다.

비상시국위 대변인 황영철 의원은 회의 이후 "우리 제안대로 9일 탄핵소추안을 상정하는 일정을 잡고 7일까지 최선을 다해 국회 합의안을 만들어내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그것(합의안)을 거부하면 대통령을 탄핵하면 된다"고 말했다. 비주류는 박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퇴진을 예고했지만 명확한 시기를 못 박지 않아 신뢰성에 의심이 든다고 판단하고 있다. 탄핵안 자체를 거부하는 주류 지도부와는 다른 입장이다.

이같은 상황에 비춰볼 때 새누리당 지도부를 포함한 주류는 자신들 구상 대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는 야당과의 관계에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당론으로 합리적 안을 도출했다고 해도 상대방이 응하지 않을 경우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여당 의원 전원 사퇴' 발언의 행간?

이런 가운데 정 원내대표가 '여당 의원 전원 사퇴'라는 강경 발언을 한 의도에 관심이 모아진다. 실제로 의총장에서는 정 원내대표의 발언 이후 술렁이는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다. 한 쪽으로부터는 '대통령이 지키지 않는 건데 우리는 무슨 잘못이 있다고 물러나야 하나'라는 식의 대화가 들려왔다. 그만큼 전원 사퇴 발언은 강한 수위였고 또한 뜬금 없는 면도 있었다.

이에 대해선 정 원내대표가 야당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압박 카드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박 대통령을 향해 퇴진을 압박하는 것 같은 모양새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국회에서 4월 퇴진을 결정하는 것에 방점을 뒀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국회의 뜻에 따르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이를 거부할 리는 없으니 야당의 합의를 이끌기 위한 일종의 '보증수표'라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평론가는 '데일리안'에 "정 원내대표의 발언이 이슈가 되고 있지만 그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것은 대통령을 향한 진정성 있는 압박보다는 야당을 겨냥한 발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당론에는 뜻을 함께 했지만 여전히 탄핵을 마음에 품고 있는 비주류를 향한 메시지로도 해석될 수 있다"며 "(여야 합의만 되면) 대통령이 내년 4월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기정사실화한 만큼 더 이상 탄핵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지도부가 이끄는 대로 협조해달라는 차원"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정 원내대표의 발언은 대통령을 향해 퇴진을 압박하는 의도"라며 "여당 원내대표로서 상식적이지 않고 논리적이지 않은 행위"라고 다른 의견을 내놨다.

김 교수는 "4월 사퇴설을 전제하고 말을 한 건데 국회에서 지금 진행도 되지 않는 일을 두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정황상으로 맞지 않다"며 "과도하게 앞서나가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주류, 비주류, 야권의 경계를 넘나드는 발언들은 극도로 자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원내대표의 최근 행태를 보면 입장이 자주 변한다는 것이다.

이어 "요즘 같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는 더더욱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대통령에게 퇴진을 강요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강요하는 듯한 발언은 극도로 자제해야 정국이 덜 혼란스러워진다"며 "앞으로 정치인들은 현 사태를 해결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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