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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30 '핫 해치' 전략 안통한 해치백 무덤, 클리오는 통할까


입력 2016.12.04 09:00 수정 2016.12.04 04:19        박영국 기자

i30, 기존 해치백과 차별화 전략 불구 출시 초기 흥행 참패

클리오, 해치백 선입견 외 가격적 핸디캡도 넘어야

i30, 기존 해치백과 차별화 전략 불구 출시 초기 흥행 참패
클리오, 해치백 선입견 외 가격적 핸디캡도 넘어야


르노의 소형 해치백 클리오(왼쪽)와 현대자동차의 준중형 해치백 i30.ⓒ르노/현대자동차 르노의 소형 해치백 클리오(왼쪽)와 현대자동차의 준중형 해치백 i30.ⓒ르노/현대자동차

‘해치백의 무덤’ 돌파를 위한 현대자동차 i30의 ‘핫 해치’ 전략이 사실상 실패하면서 내년 출시 예정인 르노삼성자동차의 해치백 ‘클리오’의 시장 안착에도 그늘이 드리워졌다.

4일 르노삼성자동차에 따르면, 이 회사는 내년 4~5월께 르노 본사의 소형 해치백 모델 클리오를 수입 판매할 예정이다.

엔진 라인업은 QM3와 동일한 1.5ℓ 디젤 단일 모델 운영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명은 르노삼성의 기존 모델들과 통일성을 갖춰 ‘SM2’로 짓게 될지 클리오라는 본명을 유지하게 될지 미정이다.

르노삼성의 모기업 르노는 중형 이상의 세단보다는 작은 사이즈의 차량, 특히 해치백에서 강점을 가진 브랜드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참신한 디자인의 르노 소형차들을 들여와 달라는 요구가 있어 왔다.

특히 르노의 대표적 히트작 ‘캡쳐’가 국내 시장에 QM3라는 이름을 달고 상륙해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그런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르노삼성이 클리오 국내 판매를 결정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가 충분한 수요층 형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자신감이 바탕이 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클리오는 유럽에서만 1000만대 이상 판매기록을 세웠고, 지금도 연간 30만 대 이상 판매하는 인기 모델이다.

문제는 국내 시장이 ‘해치백의 무덤’이라 불릴 정도로 해치백에 대한 평가가 박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완성차 업체가 국내에서 해치백을 내놓고 ‘성공’이라고 할 만한 성과를 올린 사례는 없었다. 폭스바겐 골프가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월 500대 정도만 팔아도 베스트셀링카 상위권에 오르는 수입차 시장에서의 얘기다. 완성차 업체 기준으로는 그정도 판매실적으로는 결코 성공을 논할 수 없다.

9월 7일 서울 반포동 가빛섬에서 열린 신형 i30 출시행사에서 공개된 3세대 i30.ⓒ현대자동차 9월 7일 서울 반포동 가빛섬에서 열린 신형 i30 출시행사에서 공개된 3세대 i30.ⓒ현대자동차

◇3세대 i30, 출시 초기 판매 2세대에도 한참 못 미처

최근 현대차가 야심차게 내놓은 3세대 i30의 사례를 봐도 국내 소비자들의 해치백 홀대 성향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그동안 실용성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됐던 해치백 차량의 마케팅이 오너의 자부심을 저해한다는 판단 하에 신형 i30 마케팅에서는 기존 해치백과 차별화되는 ‘핫 해치’, 즉 고성능 전략을 앞세웠다.

하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3세대 i30(PD)는 본격 출고 첫 달인 10월 648대의 초라한 판매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11월에도 463대가 판매되는 데 그쳤다.

이는 2세대 i30(GD) 출시 당시보다도 크게 부진한 실적이다. 2세대 i30는 출시 첫 달(2011년 12월) 1599대에 이어 둘째 달 1723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었다.

이대로라면 3세대 i30 출시 당시 현대차가 내놓은 연간 1만5000대의 국내 판매목표 달성도 불가능에 가깝다. 연간 목표를 달성하려면 월평균 1250대는 팔아야 하는데 신차 효과가 한창이어야 할 초기 판매실적부터 500대에 못 미친다면 앞으로 크게 나아진다는 기대를 걸기도 힘들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i30에 핫 해치 이미지를 부각시켜 분위기 반전을 기해보려는 시도는 했지만 판매 대수가 기대보다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국내 소비자들이 여전히 해치백 차종에 대한 인정을 안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i30가 유럽이나 호주 등 해외 시장에서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는 차량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국내 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르노의 소형 해치백 클리오.ⓒ르노(홈페이지 캡처) 르노의 소형 해치백 클리오.ⓒ르노(홈페이지 캡처)

◇클리오, 해치백 선입견 외 가격적 핸디캡도 넘어야

르노삼성이 들여오게 될 클리오 역시 국내 시장에 안착하려면 이같은 해치백에 대한 선입견의 장벽을 넘어야 한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클리오의 경쟁력에 대해 “작지만 강력한 성능을 가진 차”라고 언급했지만 이는 i30가 내세웠던 ‘핫 해치’ 마케팅의 방향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클리오는 유럽에서 개발되고 생산되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디자인과 감성 등의 측면에서 마니아층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출시 3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2000대 내외의 판매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QM3만큼 대중적인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클리오가 해치백이라는 차종의 한계 외에 극복해야 할 또 다른 난관은 ‘가격’이다. 이 부분에서는 i30보다도 더 불리하다. 준중형 해치백인 i30는 1.6 디젤 터보 모델 시작 가격이 2190만원으로 준중형 세단 아반떼(디젤 터보 자동변속기 기본모델 1815만원)보다 높다는 점이 흥행에 걸림돌이 되는 요인 중 하나로 지적돼 왔다.

i30보다 작은 사이즈인 소형 해치백 클리오는 가격적인 측면에서 고민을 더 많이 해야 한다. 같은 차급의 국산 해치백을 살펴보면 프라이드 해치백 1.4 디젤 기본모델 가격이 1585만원(수동)이다.

하지만 클리오는 르노 프랑스 본사 혹은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을 수입해 판매해야 한다. 프랑스에서 판매되는 가격이 1.5 디젤 모델은 1만5415유로부터 시작한다. 우리 돈으로 19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여기에 한국까지의 운송비용과 관세 등 수속비용, 엠블럼 및 한국형 내비게이션 장착 비용 등을 감안하면 2000만원대 초반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 내 한 차급 위 차종인 준중형 SM3 디젤(기본모델 1980만원)보다 높고, 자칫 소형 SUV인 QM3(기본모델 2195만원)과도 간섭이 우려되는 수준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클리오를 돈 벌자고 가져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마진은 최소화하겠지만, 아무래도 수입해서 판매하는 차량이다 보니 (국내에서 생산하는) SM3보다 낮은 가격은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르노의 소형 해치백 클리오.ⓒ르노(홈페이지 캡처) 르노의 소형 해치백 클리오.ⓒ르노(홈페이지 캡처)

물론 수입차 중 같은 차급인 폭스바겐 폴로나 푸조 208, 시트로엥 DS3 등이 2000만원대 후반 가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클리오의 가격 경쟁력이 월등히 높겠지만, 이 시장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수입차 물량을 쓸어와 봐야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클리오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이 크긴 하지만, 그게 마니아층에서 머물 것인지 대중적으로 각광받을지는 미지수”라면서 “성공한다면 국내 시장에서 해치백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는 선구자가 되겠지만, i30의 핫 해치 전략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처럼 르노삼성에게도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클리오 출시 여부를 검토하면서 국내 시장에서 해치백이 크게 환영받지 못한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했지만, 수요는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QM3도 출시 당시 국내 시장에서 소형 SUV가 먹히겠냐는 우려가 많았지만 결국 성공했듯이 클리오도 국내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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