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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비 시급한 현대차, 청문회·특검 암초까지


입력 2016.12.05 11:58 수정 2016.12.05 11:58        박영국 기자

판매부진, 품질문제 점검, 해외시장 변수, 노사문제 등 대응 시급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전경.ⓒ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전경.ⓒ현대차그룹

올해 대내외 악재로 실적 부진을 이어온 현대·기아차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발목이 잡히며 재정비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

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통상 10월부터 이뤄졌던 새해 사업계획 수립이 올해는 전면 중단된 상태다.

위기극복을 대응 방안 수립이 시급하지만 그룹 컨트롤타워의 역량이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와 특검 대비에 집중되며 정작 본업에 충실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당장 오는 6일로 예정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출석을 앞두고 그룹의 핵심 조직들이 총동원돼 대비해 왔다.

국정조사 청문회 이후에도 숨 돌림 틈은 없다. 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에도 대응해야 한다.

특검팀을 이끄는 박영수 특검은 현직 검사 시절 ‘재계 저승사자’로 불릴 만큼 굵직한 재계 사건을 맡았었다. 특히 현대차그룹과는 2006년 비자금사건 수사와 관련해 악연이 깊다.

박 특검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던 2006년 현대차그룹 비자금 수사를 진두지휘했으며, 정몽구 회장은 당시 구속되는 수난을 당했다. 사죄의 의미로 지분 1조원 상당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다.

박 특검은 최근 기자들에게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기금을 낸 기업수사도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할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에 대한 수사가 선행돼야 하는 만큼 특검팀이 상당 기간 대기업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총수가 청문회에서 망신을 당하건, 특검에 의해 뇌물죄를 적용받건 기업 이미지에는 큰 타격이 되는 만큼 총력 대응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회사 경영상황이 알아서 잘 굴러갈 정도로 순탄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당장 그룹의 주력사업인 자동차 판매목표 달성은 물 건너갔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판매목표로 813만대를 설정했지만, 11월까지 누계 판매실적은 706만여대에 그쳤다. 마지막 한 달간 100만대 이상을 판매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호무역주의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에도 대비해야 한다. 당장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대로 북미자유무역협정이 깨질 경우 멕시코에 건설한 기아차 공장의 활용 방안이 난감해진다.

세타2 엔진 결함 논란과 미국에서의 리콜 등 품질 문제도 재점검해야 한다. 지난 몇 년 사이 토요타와 폭스바겐 등 세계 상위권 자동차 업체들이 차례로 맞은 악재를 현대차만 피해간다는 보장은 없다.

올해 판매 부진에 일조했던 노사관계 리스크도 내년까지 안고 가야 한다. 현대·기아차 노사는 지난 10월과 11월 각각 임금협상을 타결했지만 뜨거운 감자였던 ‘임금피크제 확대시행’ 관련 갈등은 봉합되지 않은 상태다.

이 모든 난제들이 ‘최순실 리스크 해소 이후’로 미뤄진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매년 12월 시행했던 해외 주재원 교육을 올해 취소했다. 비상경영에 따른 비용절감 차원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본사 차원에서 글로벌 사업계획을 짜놓은 게 없으니 해외 주재원들을 불러모아봐야 논의할 내용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통상적인 기업 활동조차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외 환경이 어려울수록 기업의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한데 최순실 리스크에 발이 묶여 우려가 크다”면서 “대기업의 사업계획 수립 등 의사결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기업 뿐 아니라 협력업체나 연관 산업에 미치는 파장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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