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최순실 없는 최순실 국조, 기업 총수만 '동네북'


입력 2016.12.05 17:56 수정 2016.12.06 06:48        이강미 기자

[이강미의 재계산책]최순실·최순득·장시호 등 불출석 사유서 제출

피해자인 재계 총수들만 청문회 증인출석...'호통청문회 변질' 우려

위 사진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아래 사진 왼쪽부터 최순실, 최순득, 장시호 씨가 서울 중앙지검에 출석하는 장면. ⓒ데일리안·연합뉴스 위 사진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아래 사진 왼쪽부터 최순실, 최순득, 장시호 씨가 서울 중앙지검에 출석하는 장면. ⓒ데일리안·연합뉴스

최순실·최순득·장시호 등 불출석 사유서 제출
피해자인 재계 총수들만 청문회 증인출석...'호통청문회 변질' 우려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최순실 국조'가 '기업 국조'로 변질된 위기에 처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청문회’에 핵심주범인 최순실씨는 빠지고, 결국 기업총수들만 청문회장에 서게 됐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국회가 피해자인 기업 총수들만 한꺼번에 불러 TV생중계로 망신주는 ‘호통청문회’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5일 국회 국정조사특위에 따르면서 오는 7일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최순실씨와 언니 최순득, 조카 장시호씨 등은 각각 팩스로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나올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증인으로 채택된 박원오 전 승마 국가대표도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최순실씨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며 건강 상태가 나쁘다'는 이유를, 최순득씨와 박원오씨도 역시 건강상 이유를 불출석 사유로 들었다. 핵심 중 핵심인 최순실씨 등이 청문회에 나오지 않을 경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는 존재 이유를 잃게 된다. 여기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사건의 몸통’이라는 의혹을 받는 인물들도 구속 등의 이유로 출석이 불투명하다.

반면 ‘증인’인 9개 대기업 그룹 총수는 6일 국정조사 증인으로 모두 국회 청문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청문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대기업 그룹 총수 9명이 한꺼번에 증언대에 선다.  

이에따라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에 정작 핵심주범인 최순실씨 등은 모두 빠지고, 피해자인 기업총수들만 청문회에 서게 되는 등 주객이 전도된 ‘이상한 청문회’로 변질될 판이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던 국정조사 청문회가 사건의 핵심인물들이 빠진 채 진행될 것이 확실해짐에 따라 사실관계 규명이라는 본래 목적은 퇴색되고, 기업 총수들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윽박지르기와 망신주기가 난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계의 우려와 실망감은 이루말 할 수 없다. 권력의 핵심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을 뿐인데 재계 총수들이 '동네북'처럼 검찰 조사다, 청문회 증인출석이다, 특검조사까지 이러저리 총수들이 불려다니면서 말 그대로 모든 기업경영은 '올스톱'상태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TV로 생중계되는 '최순실 국조' 청문회장에 재계 총수들이 한꺼번에 증인심문에 나서게 됐는데도 불구하고 이 모든 상황의 핵심주범들은 모두 빠져나가는 '황당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A대기업 한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들만 증인으로 나서고 정작 핵심 증인들은 다 빠지면 이게 대기업 청문회지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냐”고 꼬집었다.

B대기업 그룹 관계자는 “핵심 주범인 최순실씨 등이 국회 청문회에 불참한다는 소식에 허탈감이 든다”면서 “큰 틀에서 기업도 피해자인데 삥 뜯긴 사람만 터는 꼴이 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C대기업 관계자는 “찐빵에 앙꼬가 빠진 격”이라며 “청문회 출석 의무가 없어 그럴 것이라는 소식은 들었지만, 설마했는데...기업인들로서는 미운털 박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씁쓸해했다.

D대기업 관계자는 “주범들 증언을 듣고 기업인을 참고인으로 부르는 게 순서상 맞는데, 기업총수부터 청문회 증인석에 세운다는 것부터 말이 안됐다”고 지적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순실 일가의 참석 여부를 떠나서 기업 총수들을 대거 불러 놓고 청문회를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라면서 "각기 다른 사안들로 불려온 여러 증인들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질텐데 얼마나 생산적이고 효율적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국정조사를 시작한 국회가 국민을 농단하지 않으려면, 애먼 기업만 잡지말고,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들부터 철저한 진상을 밝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강미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