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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 어린 김하늘, 폭주하는 '여교사'


입력 2016.12.31 09:07 수정 2016.12.31 09:07        부수정 기자

유인영 이원근과 파격 연기

'거인' 김태용 감독 연출

영화 '여교사'는 열등감에 사로잡힌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필라멘트픽쳐스 영화 '여교사'는 열등감에 사로잡힌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필라멘트픽쳐스

영화 '여교사' 리뷰
김하늘·유인영·이원근 주연


자존감을 잃은 사람이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을까. 질투에 사로잡힌 인간의 끝은 어디인가.

영화 '여교사'는 열등감에 사로잡힌 계약직 여교사 효주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여교사와 남학생의 부적절한 관계를 다룬 데다, 반전과 결말이 꽤 충격적이라 관객 사이에선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효주(김하늘)는 정교사 임용을 기다리는 고등학교 계약직 교사다. "정교사 되기 전까지 결혼 생각 접어. 철없는 짓이야"라는 한 교사의 말은 효주의 위치를 가장 잘 나타낸다. 하루하루 무기력하게 지내는 효주의 얼굴에선 희망과 웃음, 생기를 찾아볼 수 없다. 우울하고 무미건조하게 꾸역꾸역 살아내고 있다.

동거 중인 남자친구(이희준)는 작가 지망생. 효주가 먹여 살려야 하는 처지다.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럽지 못한 생활에 효주는 지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사장 딸이자 학교 후배인 혜영(유인영)이 정교사로 부임한다. 혜영은 소위 말하는 '금수저'. 아버지 '빽'으로 단번에 정교사가 된 혜영은 효주에게 열등감의 대상이 된다.

혜영은 학교 선배 효주에게 친하게 지내자며 다가오지만 효주는 그런 혜영이 불편하기만 하다. 이후 혜영과 남학생 재하(이원근)가 체육관에서 성관계를 하는 장면을 목격한 효주는 혜영을 몰아부치는 동시에 재하에게 접근한다. 한 남학생을 두고 두 여교사가 벌이는 심리전은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다.

배우 김하늘은 영화 '여교사'를 통해 파격 변신을 시도했다.ⓒ필라멘트픽쳐스 배우 김하늘은 영화 '여교사'를 통해 파격 변신을 시도했다.ⓒ필라멘트픽쳐스

'여교사'는 두 여교사의 엎치락뒤치락하는 관계가 관전 포인트다.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가는 두 사람은 막판 반전과 충격적인 결말을 통해 인간의 밑바닥 감정을 표출시킨다. 인간의 욕망, 욕심, 질투 등 자기도 모르는 민낯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거인'(2014)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태용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영화는 계약직, 정규직 교사를 통해 계급 문제를 건드린다. 효주가 열등감에 사로잡힌 이유는 계약직 교사이기 때문이다. 정교사들은 "정교사 되려면 이사장에게 잘 보여야 한다"고 하고, 학생들은 "정교사도 아닌 주제에..."라며 계약직 교사를 무시한다. 여기에 '못 가진 자' 흙수저와 '다 가진 자' 금수저를 대비시키면서 갈등은 심해진다.

김 감독은 "생존을 위해 무언가를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는데 이번 영화에선 생존을 위해 자존감을 포기한 한 여자를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열등감, 자존감이 어떤 파국을 낳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배경을 학교로 한 이유에 대해선 "계급 문제가 가장 치열한 현장이 교육계이고 그런 문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여교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02년 드라마 '로망스'에서 제자와 애틋한 사랑을 하는 발랄한 여교사로 나온 김하늘이 또 한 번 여교사로 분했다. 이번엔 파격 여교사로 제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상상 이상의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영화 속 김하늘은 낯설다. 건조하고 메마른 표정에선 김하늘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다.

김하늘은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효주가 무시당하는 상황이 많아서 못하겠다고 생각했다"며 "대본을 덮은 다음 멍하니 있었는데 작품의 여운이 깊게 남아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효주한테 빠져 있을 때 내 표정이 낯설었지만 처음 느끼는 기분이 들었다. 그간 맡았던 역할과 많이 달라서 관객들이 어떻게 느끼실지 궁금하다. 이전과 다른 느낌의 연기를 통해 응원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배우 김하늘은 영화 '여교사'를 유인영, 이원근과 호흡했다.ⓒ필라멘트픽쳐스 배우 김하늘은 영화 '여교사'를 유인영, 이원근과 호흡했다.ⓒ필라멘트픽쳐스

김하늘은 감정의 진폭의 큰 효주를 섬세하게 묘사했다. 극 말미 자존감이 무너져 눈동자가 흔들리는 모습에선 그가 얼마나 캐릭터에 몰입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새침한 이미지의 유인영은 부족한 것 없이 자라 언제나 밝고 싱그러운 역할을 맡았다. 티 없이 맑고 건강한 여유가 누군가에게는 치욕으로 느껴질 수 있는 상황을 무난하게 소화했다. '악의를 배제한 우월감', '건강한 선의'가 상황과 상대방에 따라서는 전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걸 표현한다.

유인영은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파격적이고 자극적인 부분 말고 영화의 메시지를 봐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라이징스타 이원근이 두 여교사에서 영악하게 행동하는 무용특기생 재하로 분했다. 순수한 소년 같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다. 이원근은 김하늘, 유인영 두 선배들 사이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영화는 96분 동안 인물들의 심리 싸움과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후반부에는 스릴러 같이 흐르면서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청소년관람불가등급인 '여교사'는 교사와 학생의 부적절한 관계, 성관계 묘사 장면 등으로 논란의 소지가 있다.

김 감독은 "영화는 영화"라고 강조한 뒤 "치정극이나 살인을 묘사한 영화를 살펴보면 이 영화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킬 것 같지 않다. 부적절한 관계 말고도 계급 문제, 열등감 등을 다뤘다. 관객들이 심리적으로 공감하는 게 더 클 듯하다"고 설명했다.

극 말미에서까지 파격적인 설정이 더해지면서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불편하게 다가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영화에 대한 여운보다는 오히려 찝찝하고 불쾌한 감정이 더 깊게 남는 건 왜일까.

2017년 1월 4일 개봉. 96분. 청소년관람불가.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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