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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석준 전 의원 "'민주화 세력과 잘못된 만남, 관료주의 위기 초래"

  • [데일리안] 입력 2016.12.25 01:21
  • 수정 2016.12.25 21:02
  • 이선민 기자 (yeatsmin@dailian.co.kr)

김석준 한국대학신문 부회장 '보수 위기, 진단과 처방'

"감사원 국회 이관, 공수처 신설로 대통령 견제 강화"

김석준 한국대학신문 부회장. ⓒ데일리안김석준 한국대학신문 부회장. ⓒ데일리안

김석준 한국대학신문 부회장 인터뷰 일문일답

23일 오후 서울시 금천구의 한국대학신문에서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석준 한국대학신문 부회장을 만났다. 그는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현 보수정권의 위기에 대해 “민주주의, 관료주의, 자본주의 간에는 공존이 필요한데, 3자 간에 거버넌스가 안됐기 때문”이라고 구조적 관점에서 원인을 분석했다.

그는 이어 제도적 개선방향에 대해 “과도하게 집중된 대통령 권력에 대한 견제장치를 강화하고, 무너진 관료주의도 복원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현행 대통령 직속인 감사원을 국회 산하로 옮기고, 권력비리를 감시하는 공수처도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정치학 박사를 했으며, 경북대·이화여대에서 행정학교수로 지냈다. 이후 제17대 국회의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원장, 통일문제연구협의회 공동의장, 서울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안양대학교 총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는 한국대학신문 부회장 겸 발행인을 맡고 있다.

과거처럼 ‘정경유착’ 끈으로 재벌 쥘 생각이 사태 원인

-지금 보수정권의 위기인데 구조적 관점에서 원인을 찾는다면
“시민이 원하는 것은 민주주의고, 국가를 지탱하는 것은 관료주의, 관료주의와 민주주의를 뒷받침하는 게 자본주의다. 우리나라는 개발독재 시대에 관료주의 중심으로 시장과 정치개혁을 좌우하며 산업화에 성공했다. 88년 이후 민주화 시기에는 민주주의가 관료주의에 영향을 주면서 자본주의를 끌어왔다. 지금 문제가 생긴 것은 그들 사이에 병립이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재벌들은 세계적 대기업으로 성장해 민주주의나 관료주의로 구속하기에는 너무 커졌다. 그걸 간과하고 과거처럼 ‘정경유착’의 끈으로 재벌을 쥘 수 있다는 생각이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

관료주의가 ‘정치화’…능력주의 승진보다 줄잡기에 골몰

-그렇다면 3자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나?
“3자 관계에는 거버넌스(협치)가 필요하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와 관료주의의 공존이 그것이다. 그런데 3자 관계의 한 축인 관료주의가 무너졌다. 세종시로 공무원들이 대거 옮겨가 있지만 밤샘 일은 고사하고, ‘정치화’하면서 서기관부터 줄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원래 관료주의는 법치주의와 능력주의로 승진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민주화 세력과 관료주의가 잘못 결탁하면서 네트워크나 정치적 집단을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생겼다. 일부 관료들은 선거승리 캠프에 들어가면 로또에 당첨되는 식으로 잘못된 만남이 이뤄진 것이다.”

-지금 촛불집회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무릇 민주주의가 포퓰리즘으로 연결되면 힘의 논리가 팽배해 결국 자본주의와 관료주의를 부정하게 된다. 대의제를 부정하고 ‘직접 참여’라는 이름 하에 시장경제를 흔들어 버린다. 일부 학자들은 우리나라도 민주화 이후에 민주주의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오히려 뒷걸음질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형식적 민주주의가 실질적 민주로 발전해야 하는데 우리는 형식 민주주의에 포퓰리즘이 들어가면서 후퇴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과잉에 따른 정부 실패와 국가 실패가 초래될 수 있는 것이다.

촛불시위, 좌파가 앞장서면 민주주의 후퇴…시민이 주도하면 한단계 성숙

그런 의미에서 촛불시위는 민주화 이후에 실질적 민주주의로 가느냐, 아니면 퇴보하느냐 갈림길을 제공한다. 좌파가 앞장서면 후퇴할 수 있고, 평범한 시민들이 주도하면 한 단계 위로 성숙한 민주주의로 간다. 그래서 지금 제3차 시민혁명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탄핵안이 기각되면 혁명으로 맞서자’, 이런 것은 퇴보다. 헌재 결정이 어떻게 나오든 간에 받아들이고 교훈으로 삼고 개헌을 하면 성공하는 것이다.”

-촛불을 시민혁명으로 보시나?
“그렇다. 우리나라 시민혁명은 ‘4․19 혁명’과 ‘6월 민주항쟁’을 거쳐 시민사회가 정착됐고 이번에 촛불집회에 이르렀다. 지금은 3차 시민혁명으로 진입하는 초기단계다. 성공할 수도 있고 좌절할 수도 있다. 그게 정착하려면 헌법 개정, 제도 개혁으로 연결되고 그 다음에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지난 87년 2차 시민혁명 당시에도 직선제 개헌을 통해 새로운 정치제도를 담아냈다. 현 단계에서도 달라진 시대에 맞게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 지나치게 집중된 대통령 권력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

촛불집회는 제3차 시민혁명…개헌을 통해 완성

-분권형 개헌이 필요하다는 얘긴가?
“국민 대다수는 분권형 개헌을 원하지는 않는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 현 권력구조는 대통령제와 총리제가 양립한다. 청와대 비서실 인원과 총리실 인원 중에서 어느 쪽이 많을 것 같나. 총리 산하 국무조정실 공무원 수가 청와대 정책팀보다 더 많다. 대신에 대부분 부처에서 파견 나온 사람들이다. 원래는 청와대는 국가적 비전을 제시하고 총리실은 정책을 조정하는 기능이다. 대한민국 컨트롤 타워는 청와대, 행정 컨트롤 타워는 총리실이다. 이게 민주화 이후 관료주의가 무너지면서 제대로 작동 못하고 있다. 과거에는 단일한 관료주의(bureaucracy)였으나 지금은 부처 간에 과도한 경쟁이 이뤄지는 제도적 다원주의(institutional pluralism)가 벌어지고 있다.

-관료조직에 내부 갈등이 있다는 의미인가?
“예컨대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가 싸우고 교육부과 미래창조과학부가 싸운다. 과거 독재정권에선 안 싸웠지만 민주화가 되면서 부처 권한이 커지고 이익단체 목소리가 커지면서 싸움이 잦다. 그걸 해결하라는 게 총리실 임무인데 사람은 많이 늘었지만 공무원들이 대부분 파견직이다. 원래는 국무총리의 입장에서 ‘친정’ 부처 시각을 버리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 노동부 출신이라도 노동부 생각을 버리고 국가적 시각에서 일을 처리해야 한다. 그런데 그들은 총리실에서 부처 입장을 대변해 대리전쟁을 치른다. 그러다보니 조정역할을 해야하는 조정관 자리를 많은데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총리실 2~3년 근무하다가 원대 복귀하지 않나. 총리실 있을 때 장관 말을 잘 듣고 잘 싸워야 부처에 돌아가서 승진할 수 있다.

총리실 관료들은 국가적 시각보다 ‘친정’ 부처 위해 대리전쟁

이처럼 민주화가 잘못 되면서 관료주의가 해체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총리실의 조정․통합 기능은 전문성과 합리성에 기초해 이뤄져야 하는데 부처 입장을 대변하다보니 힘자랑하는 대리인들이 됐다. 사람은 많은데 조정이 안된다. 청와대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에는 정치인 출신들이 일부 있었지만 공무원 출신들이 더 많았다. 그들은 친정의 입장을 버렸다. 이게 민주화 시대인 YS, DJ 정부로 오면서 약해졌다.”

정권이 바뀌어도 관료주의는 기본틀 유지하며 계속 굴러가야

-그럼 어떤 처방을 내릴 수 있는가?
“처방은 이미 다 나와 있다. 공무원 조직에 민간인을 영입하고, 부처간 장벽을 없애는 등 제도는 이미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제도운영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뒷받침이 안되고 있다. 청와대 한번 들어가면 일생 있을 수 없다. 청와대에는 프레지던트(president, 대통령)가 아니라 프레지던시(presidency, 대통령직)가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 그러나 5년마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주방장, 의사까지 바뀌다보니 우리나라 청와대는 수명이 5년이다. 겨우 알 것 같으면 새 정권이 들어서고 다시 시작한다. 예컨대 청와대 직원이 600명이라고 하면 400명 정도는 전문성을 갖춘 청와대 공무원으로 두고, 정치적으로 바뀌는 사람은 200명 정도면 된다. 누가 대통령에 앉더라도 처음에는 아무 것도 모른다. 그래서 그 자리에 누가 가더라도 알파고처럼 그대로 굴러가게 해야 한다. 정권의 성향에 따라 방향만 약간 바뀌면 되는 것이지 관료주의는 기본틀을 유지하며 계속 굴러가야 한다.”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현행 ‘5년 단임제’도 좋은 부분이 많다. 다만 부정적인 측면은 아들·딸을 비서로 넣고 하는 그런 행태인데, 그걸 막기 위해선 감사원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 대통령 직속으로 있는 감사원을 국회로 가져가야 한다. 최근에 국회 권한이 많이 강화됐는데, 전문성이 부족하다 보니 의원들이 소리만 지르고 코미디 같은 장면이 연출된다. 감사원이 국회로 들어가면 의원들이 고급 정보를 가지고 행정부를 통제·감시할 수 있다.

기존 특검 활용과 공수처 신설로 권력비리 철저 감시해야

그리고 국가권력 사유화를 막아야 할 검찰이 제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가끔씩은 정치검찰이란 오명을 떨치지 못하고 사유화의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과거에 국가 권력을 장악해온 것이 군대였지만 사조직을 모두 없애면서 정치권에서 벗어났다. 재벌권력은 미국만큼 파급되지 않았다. 각 분야에 재벌 권력이 다 들어가진 않았다는 의미다. 군대와 재벌을 제외하면 가장 강력한 권력은 검찰과 경찰이다. 경찰은 인원이 많으니 어느 정도 통제를 받는데, 검찰은 소수 인원으로 통제도 안 받는다. 바로 민정수석과 연결이 된다. 부정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가는 게 많다. 재정적으로는 감사원이 견제하도록 하고, 권력비리는 기존의 특검과 함께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같은 것을 신설해 제도적으로 철저히 감시토록 해야 한다. 그래야 공무원들이 제자리로 돌아간다”

-국회의 개선과제는 무엇인가?
“국회의원을 제도화(institutionalization)해야 한다. 미국은 10선, 20선 의원들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국회의원 2․3선만 하면 꼴보기 싫다고 물갈이를 한다. 게다가 정당 자체가 국민들에게 뿌리를 못 내리고 있다. 그러니 자꾸 선수교체로 참신성을 내세우고 간판만 바꿔 국민을 속이려고 한다. 정당이 그 모양이니 의원들도 오래 못하게 된다. 미국에서 국회의원만 20년 30년 한 의원들도 있다. 그런 의원들은 장기간 정부 정책을 다뤄 상당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의원 수준이 개인에 따라 다르고 ‘제도화’가 되어 있지 않다.

국회는 잦은 ‘물갈이’로 만년 어린애…‘제도화’ 절실

의원은 정치도 하지만, 행정적인 일도 처리해야 한다. 그런데 자꾸 물갈이를 하니 제도가 뿌리를 못 내리고 국회가 만년 어린애다. 국회의원들이 선수가 높아지더라도 상임위원회가 자꾸 바뀌니 경험이 축적이 안 된다. 국회는 사람의 집합소일 뿐 제대로 된 제도(institution)로 정착되지 못했다. 집단적 조직학습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제도적으로 학습이 된다. 기획재정부 같은 곳은 일생 공무원이니 전문성이 있지 않나. 그런 제도적 학습이 필요하다.”

국회의원이 장관 되는 ‘내각제’보다 ‘대통령 4년 중임제’ 선호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선 어떤 견해?
“전문가, 국회의원, 국민들 모두 보는 방향이 다를 것이다. 국회의원은 분권형으로 바꿔서 대통령이 외치, 총리가 내치를 하기 바랄 것이다. 나는 그건 좋다고 보지 않는다. 국민은 아마 ‘4년 중임제’를 원할 것이다. 그에 대한 보완책으로 대통령 권력에 대한 제어나 견제장치가 강화돼야 한다. 장관과 국무회의 권한을 강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국민들은 정치인이 내각으로 들어가는 내각제나 분권형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정치인은 장관들보다 국민들로부터 더 존중받지 못하고 있지 않나. 실제로 맡겨놔도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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