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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 to YOU-인터뷰] 황태순 "새로운 보수? 난파선 먼저 하선(下船)한 자의 구호"


입력 2017.01.03 08:28 수정 2017.01.03 11:13        조정한 기자

황태순 정치평론가 "보수 체제 수혜자들 '이제 와서 왜?'"

'신(新)보수'…"결국 먹고 사는 문제 해결해야"

황태순 정치 평론가.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황태순 정치 평론가.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보수 체제에서 혜택 누렸던 사람들 "이제 와서 왜?"
'신(新)보수'…"결국 먹고사는 문제 해결해야"

'새로운 보수'를 시대정신으로 앞세운 '개혁보수신당'이 닻을 올렸다. 친박, 비박 세력 싸움으로 얼룩졌던 새누리당은 결국 '최순실 게이트' 국정농단 사태를 맞아 둘로 처참히 쪼개졌다. 배신감을 느낀 보수 지지층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보수, 진보의 개념도 명확하게 구분하기 힘든 대다수 국민들은 이제 신(新)보수의 가치에 물음표를 던진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새로운 보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새누리당이라는 보수 체제 내에서 각종 혜택을 누려왔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새로운 가치를 실천하겠다는 건 모순이자 허구라는 것. 그는 "거칠게 표현하자면 신보수는 새누리당이라는 난파선에서 먼저 하선(下船)한 선수들의 구호에 불과할 뿐"이라고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보수는 무엇인가?

"보수의 가치는 통합, 화해 그리고 포용이다. 또한 점진적인 방법과 폭력적이지 않은 수단으로 현 상황을 변화시키면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을 보수로 본다고 가정하면 엄밀히 말해 정의당을 제외하고는 다 보수정당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사실 학문에서 말하는 보수와 진보의 개념은 정치권에서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김영삼 대통령은 금융실명제로 우리나라에 급속한 변화를 줬고 노무현 대통령은 진보정권이었지만 대기업과 좋은 관계를 이어나갔다.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보수와 진보 양쪽 세력은 자기주장만 고집하기보다는 상대의 장점을 흡수하면서 우리나라를 발전시키려고 노력해왔다."

-보수는 지금 위기인가?

"산업화 세력이 주축이 된 새누리당 등 보수세력이 위기를 겪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이른바 보수, 보수정권이라고 하면 '그래도 능력은 있겠지'라는 환상이 있었는데 이런 것들이 탐욕과 오만으로 가득 찼던 박근혜 정부에서 완전히 깨졌다. 국민들은 헬조선이다. 삶이 팍팍하다며 화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 봉건시대에도 벌어질 수 없다는 '최순실 게이트'까지 터진 것이다. 성장 속도 둔화에 경제 좀 살려달라는 국민의 요구도 들어주지 못한 현 보수정권. 정치 소비자 눈높이에 못 맞춘 정권에 대한 보수 지지층의 분노가 터져버렸다."

-개혁보수신당이 당 핵심가치로 '깨끗하고 따뜻한 보수'를 말했다.

"언제는 더러운 보수, 싸늘한 보수하자고 했나? 결국 의미 없는 이야기고 말장난에 불과하다. 성장 동력이 꺼져가는 대한민국 호를 어떻게 조금이라도 되살릴 것인지 그 비전을 이야기해야지 추상적인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너무 싸늘했다고 하니까 반대의 개념을 차용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게 그동안 보수 정당을 지지해온 유권자들의 마음과 같을까. 개혁이나 혁신 뭐든 하려고 했으면 새누리당에 있을 때 해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당권을 장악하려다가 실패하고 당을 뛰쳐나가면서 명분을 급하게 만들려다 보니 '저건 나쁘고 이건 좋은 거야'라는 식의 개념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다. 보수는 먹고사는 문제에 신경을 좀 더 많이 쓰고 진보는 어떻게 사느냐에 더 초점이 맞춰있다. 먹고사는 문제를 어떻게 신보수의 가치로 잘 풀어낼 것인가 그걸 보여줘야 한다."

황태순 정치 평론가.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황태순 정치 평론가.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새누리당과 다른 정책 기조를 통해 정체성을 드러내려고 하는 것 같다.

"지금 유승민, 김무성표 신보수는 '사이비 진보'에 불과하다. 이들이 2004년 무엇을 한 줄 아느냐. 박 대통령이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를 하던 시절에 각각 비서실장과 사무총장을 하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을 총괄 지휘하면서 유승민은 정책을 맡았다. 그때 박 대통령이 가지고 나왔던 공약이 '줄푸세'다. 세금과 정부규모를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는 뜻이다.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를 줄이고 규제를 풀어주자고 한 게 바로 유승민 의원이다. 그러다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던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하더니 이제는 파워게임에서 밀리니까 경제학자 출신인 유 의원이 몇 년 만에 법인세를 인상, 기본 복지제도 개편 등 정의당 쪽에서나 할법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보수의 논리대로라면 오히려 법인세를 낮춰 그 여력으로 투자해 일자리를 더 만들자고 주장해야 한다. 부잣집 도련님 같은 분들이 마냥 사회주의자인 양 코스프레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기대선을 앞두고 반기문을 영입하려고 한다.

"김무성이 벌써 반기문에 줄을 대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반기문도 현재 새누리당에 직접 들어가기엔 면이 안 선다. 개혁보수신당이 마치 참신한 듯 신장개업하면서 반기문에 오세훈 등과 경쟁하라고 하고 있고 여기에 새누리당에 충성도 떨어지는 초·재선들이 점차 개혁보수신당으로 들어오면서 저절로 새누리당은 붕괴돼 개혁보수신당에 흡수될 것이다. 반기문 입장에서는 당장 개혁보수신당으로 가서 다른 보수진영과 척을 지기보다는 보수 진영 내 제3지대에 우선 깃대를 꽂고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변수도 있다. 황교안이다. 박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를 지냈다는 부채가 있지만 탄핵 정국에서 반년 동안 대통령 역할을 했던 만큼 보수 쪽에서는 황교안이 반기문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생각될 수 있다. 결국 개혁보수신당도 새로운 보수를 이야기하면서 숭고한 이념 싸움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아니다. 철저한 정치공학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리더십은 혹평 받았다. 다음 지도자에게 바라는 리더십은?

"박 대통령 리더십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꿈보다 해몽'이었다. 다음 대통령은 회사의 CEO와 같이 역할을 분담하면서 능력있게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었으면 한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으면서 인간적 매력까지 갖춘 그런 사람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지향하는 법치주의와는 거리가 멀어질 것이다."

조정한 기자 (impactist9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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