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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전대, 5명 선출에 5명 입후보…흥행효과 '꽝'


입력 2017.01.04 00:05 수정 2017.01.04 06:31        전형민 기자

꼴등해도 '최고위원' 당선…고액 기탁금 탓 출마 꺼려

"기탁금 정치 병폐 답습이 새정치?" 당내 비판도

박지원 국민의당 전 원내대표가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1.15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지원 국민의당 전 원내대표가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1.15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5명 선출하는데 5명 입후보…일부 기탁금 탓 출마꺼려

오는 15일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당이 3일 전당대회 입후보 접수를 마감하고 본격적인 '전대 모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 대표와 최고위원 4명을 합쳐 지도부 5명을 뽑는 전당대회에 5명이 입후보해 '경쟁 없는 선거'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입후보를 고려했던 일부 인사들을 중심으로 '입후보 기탁금이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3일 오후 6시 국민의당은 창당 후 첫 전당대회에 출마할 후보자 모집을 마감했다. 이날까지 당에 전당대회 출사표를 던진 후보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포함해 황주홍·손금주 의원과 김영환·문병호 전 의원 등 총 5명이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녹색바람'을 일으키며 원내 제3정당으로서 연착륙한 후 첫 당 차원 이벤트지만 '컨벤션 효과'라고 불리는 '흥행'은 신통치 않아 보인다. 당권을 놓고 불꽃 튀는 '진검승부'를 예고했던 박지원·정동영 의원 간 당권 경쟁도 지난 2일 정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박 전 원내대표의 무난한 독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전당대회 후보마감일(3일)이 되어서야 손금주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며 선출직 위원 정수(5명)를 간신히 채운 점은 전대가 '보나마나한 그들만의 축제'로 전락했다는 비난에 힘을 더하고 있다. 당 일부에서는 '어차피 최소한 최고위원은 보장된 것 아니냐. 굳이 힘들일 필요도 없다'는 소리도 흘러나온다. 출마만 하면 당 지도부에 '무혈입성'하게 되는 '패자 없는 게임'이 됐다는 비판이다.

이에 더해 당 일부 의원들의 기탁금과 관련한 불만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국민의당은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입후보자들에게 각각 5000만 원의 전당대회 기탁금을 받았는데 이 기탁금 문화가 전형적인 구태정치의 표본이고 다양한 당원의 출마를 제한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여름 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에서는 당 대표 경선 500만 원, 본선 8000만 원의 기탁금을, 새누리당이 당 대표 후보 1억 원, 최고위원 후보 5000만 원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단순 액수에서는 국민의당이 적을지 몰라도 조직·행사 규모의 차이를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라는 평가다.

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이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사용하게 되는 비용을 계산하니 이 정도 금액이 나왔다"며 "당에서 홍보 문자는 물론, 선거관리 등 대부분 전당대회 제반사항을 총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입후보자가 늘어나면 각각의 부담비용이 줄어드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당권 주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당시 민주당은 당대표 선거 기탁금으로 1인당 8000만 원을 받았다. 왼쪽부터 김상곤, 추미애, 이종걸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당권 주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당시 민주당은 당대표 선거 기탁금으로 1인당 8000만 원을 받았다. 왼쪽부터 김상곤, 추미애, 이종걸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뱁새, 황새 따라하다…", "한국 정치 병폐 답습이 새정치?" 당내 비판도

당내에서는 '기탁금 문화야 말로 구정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A 의원은 기탁금에 대해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지는 꼴"이라며 국민의당 전당대회가 그동안 비판해온 거대 양당의 전당대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정치의 병폐인 '전당대회 당대표 따먹기'가 새정치를 한다는 국민의당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며 "정치선진화를 위해서는 전당대회 고비용을 탈피해야 한다. 차라리 대의원수를 늘린 중앙위원회에서 당대표를 뽑는 것이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막판까지 전당대회 출마를 고심했던 B 의원은 "기탁금이 5000만 원이지만 실제로 선거에 들어가는 비용은 1억5000만 원 이상"이라며 기탁금과 전당대회를 치루기 위한 비용 부담을 에둘러 설명했다. 그는 "특히 우리당은 그런(금전) 부분에서의 깨끗함을 중요하게 여기고 일부 의원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재산 규모도 다른 의원들에 비해 많지 않다"고 말했다.

B 의원은 "어차피 당 대표는 확정적으로 정해져있는 상황에서 최고위원이 되기 위해 1억5000만 원이라는 돈을 써야하는데 과연 그럴만한 값어치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전당대회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5명을 선출하는 선거에 5명이 입후보한 점'에 대해서도 그는 "순위가 중요하니 경쟁이야 붙겠지만 비방전으로 번질 공산이 크다"며 정책과 비전을 겨루는 선거가 아닌 '네거티브 선거'로 흐를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민의당이 거대 양당을 비판할 때 항상 해온 주장이 '못해도 2등하는 정치문화 탈피'였다"며 "정작 스스로의 전당대회에서는 '못해도 최고위원'이 되는 상황에서 과연 국민의당 주장이 앞으로도 먹힐지는 두고볼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편 국민의당 전당대회는 오는 1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펼쳐진다. 당은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 4명, 전국여성위원장, 전국청년위원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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