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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4차 산업혁명 앞둔 국내기업 현실은?


입력 2017.01.10 15:42 수정 2017.01.10 17:18        라스베이거스(미국)=데일리안 이홍석 기자

다양한 산업과 기술이 융합되는 멜팅 팟 'CES'

미·중·일 각축 속에 약한 존재감...구조·경쟁력 강화 '시급'

지난 5일(현지시간) 개막한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7'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센트럴홀에 인파들이 몰리고 있다.ⓒ삼성전자 지난 5일(현지시간) 개막한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7'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센트럴홀에 인파들이 몰리고 있다.ⓒ삼성전자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7’는 다양한 산업과 기술이 융합되는 거대한 멜팅 팟(Melting Pot·인종과 문화 등 여러 요소가 하나로 융합 동화되는 현상이나 장소) 같았다.

다양한 IT·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가전·자동차·의류·헬스케어·선박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대되면서 융합의 신모델을 제시하는 모습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다양한 산업과 기술이 서로 결합되면서 혁신을 통해 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물결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이 때문에 이번 행사는 마치 세계 4차 산업혁명 대전이 펼쳐지는 격전장 같았다. 전 세계에서 모인 각국 기업들이 자신들의 기술과 제품으로 위용을 과시하며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었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은 산업전장에서도 위력을 떨쳤다. 자율주행이슈가 행사 전반을 뒤덮으면서 시스템반도체 등 솔루션 업체들이 주목받았다.

엔비디아는 이번 행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업체 중 하나였다. PC용 그래픽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인 엔비디아는 게임 등에서 축적해 온 대용량 영상·이미지 데이터 처리 기술로 가장 핫한 기업으로 떠올랐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자율주행 시스템용 반도체와 인공지능(AI) 플랫폼 '엔비디아 드라이브 PX2, AI기반 시스템 소프트웨어(SW)를 선보이며 자동차·전자업계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또 PC 중앙처리장치(CPU)분야 세계 1위 업체 인텔은 독일 BMW와 이스라엘 모빌아이 등과 함께 개발한 자율주행 SW '인텔 고'를 선보였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1위 업체 퀄컴도 독일 폭스바겐에 탑재한 자동차용 프로세서 칩 '스냅드래곤 820'을 선보였다.

미국 반도체 업체들의 부각은 산업혁명에서는 정보를 저장하고 기억하는 메모리반도체가 아닌, 연산·제어·처리 능력을 갖춘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반도체)가 주역이 될 것임을 암시하는 듯 했다. 메모리반도체 강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스템반도체 역량 강화가 시급해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미국과 G2를 형성하고 있는 중국은 인해전술을 구사했다. 메인홀인 센트럴홀에서 화웨이·하이얼·TCL·하이센스 등이 행사장 곳곳을 채운 것은 물론 스타트업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사우스홀에서는 스카이워스(가전)·샤오미·ZTE(통신)·DJI·이항(드론) 등 다양한 업체들이 자리를 꿰찼다.

주로 스타트업(신생벤처)들이 주로 포진한 샌즈엑스포에서도 중소가전·가상현실(VR)·증강현실(AR)·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 업체들이 자리를 메우며 황색바람이 라스베이거스 전체를 뒤덮은 모습이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전체 3800여개 업체 중 3분의 1 이상인 1300여개 엄체가 중국 기업이라는 것이 새삼 마음에 와 닿았다.

가전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로 존재감이 사라지던 일본이 부활의 깃발을 올리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세계 2차 대전 패전국이었음에도 보유하고 있던 원천 기술력으로 다시 일어났던 것을 4차산업 혁명 대전에 재현해 보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파나소닉은 전통적인 전시제품인 TV를 단 한 대만 전시하고 스마트홈과 스마트카를 통해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증강현실(AR) 등 다양한 기술을 구현한 모습을 시연하며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통의 강자 소니도 디스플레이 패널 자체가 스피커 역할을 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함께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를 적용한 대형 샤이니지로 기술력을 과시하며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는 모습이었다.

이홍석 산업부 차장대우. 이홍석 산업부 차장대우.
이처럼 4차 산업혁명 주도권 경쟁에 전 세계 각국이 나섰지만 우리 기업들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떨어진 모습이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전·로봇·스마트홈에서 신제품과 신기술로 경쟁우위를 과시하고 현대자동차가 자율주행 시연으로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거기까지'였다.

미국의 근원적 경쟁력, 중국의 인해전술, 일본의 기술혁신 등 3가지 특성을 모두 갖고 있으면서도 어느 하나도 최고이지 못하는 우리 기업들의 상황이 CES 현장에서 그대로 느껴졌다. 산업간 융합도, 혁신도, 연결도 찾아보기 힘든 것이 우리가 직시해야 할 현실이었다. 특히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약한 현실은 더욱 아프게 다가왔다.

4차 산업혁명을 앞둔 지금, 우리가 글로벌 대격전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산업구조 재편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그렇지 않고서는 IT·산업 강국 코리아는 허망한 구호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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