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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정치교체'로 박 대통령과도 '차별화' 하나


입력 2017.01.14 09:24 수정 2017.01.14 09:26        이충재 기자

'박근혜 정권 연장 아니다' 강조

"하여튼 기회 봐서 전화" 거리감 표현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시민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시민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일성인 '정치교체'는 대선정국에 뛰어든 그의 정치적 입지를 고스란히 드러낸 구호였다.

우선 정치교체의 '저작권'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 지난 당시 박근혜 후보는 자신의 집권이 이명박 정권의 연장이 아니라는 취지로 정치교체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명박 정권 심판론'이 지배한 대선정국을 돌파할 수 있었던 성공적 구호였다.

이를 반 전 총장이 물려받은 것은 '정치적 아이러니'다. 현재 반 전 총장과 지난 대선 당시 박 후보가 위치한 정치적 지형은 비슷하다. 아직까지 본색을 밝히진 않았지만, 반 전 총장이 여권에 속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지난 대선 박근혜 후보 승리의 핵심 요인인 '정권과의 거리조절'이 이번엔 반 전 총장의 최대 과제가 된 셈이다. 반 전 총장은 "지도자의 실패가 민생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것을 손수 보고 느꼈다"며 박근혜 정부와 확실하게 거리를 뒀다.

"박 대통령에 전화? 하여튼 기회를 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부인 유순택씨가 13일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현충탑에 헌화 분향하며 참배하고 있다. ⓒ데일리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부인 유순택씨가 13일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현충탑에 헌화 분향하며 참배하고 있다. ⓒ데일리안
반 전 총장은 지난 13일 서울 사당동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은) 국가원수시고, 새해 때 제가 인사를 못 드렸는데, 하여튼 기회를 봐서 전화를 한번 드리는 게 마땅치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할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전화를 하든 안하든 시원하게 말씀하시지, 뭐가 이리 답답하게 꼬아서 하는지"라며 불편한 감정을 나타냈다.

반 전 총장이 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하겠다는 뜻을 전하며 사용한 "하여튼", "기회를 봐서", "마땅치 않나" 등의 각종 수사(修辭)에 대한 불만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거리감'의 표현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반 전 총장은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매년 전화를 걸어 신년 인사를 했으나 올해에는 생략했다. 대신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와는 신년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정치교체 두고 '아전인수'…여권 '답답' 야권 '비판'

정치권에서도 반 전 총장의 '정치교체'를 두고 말이 많다.

여권에선 지난 대선 '안철수 현상'과 함께 등장한 '새정치'와 비슷한 구호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체가 불명확하다는 얘기다.

더욱이 반 전 총장을 '보수의 희망'으로 기다리는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입장에선 답답할 수밖에 없다.

일단 두 보수정당은 반 전 총장이 현실적으로 새로운 정당을 만들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다양한 경로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날도 "내가 하려는 것도 패권주의를 없애는 것인데, 큰 원군을 한 분 얻었다(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반 전 총장은 우리 미래세대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다(장제원 바른정당 의원)"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반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반 전 총장이 정권교체를 말하지 않고 정치교체를 말하는 것은 박근혜정권을 연장하겠다는 말로 들린다"고 했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반기문은 박근혜 2탄이다. 정치교체는 정권교체도 아니고 사람교체에 불과하며 말장난"이라고 비판했다.

이래저래 박근혜 정권과 거리를 둔 반 전 총장은 비빌 언덕이 없다. 결국 어느 정파든 연대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당분간 '제3지대'에 머물며 몸값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 전 총장측 관계자는 "아직까지 결정된 부분이 없다"며 "말씀대로 그 결정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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