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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 대위기-1] '소신'도 '능력'도 없는 대한민국 외교력


입력 2017.01.20 00:00 수정 2017.01.20 15:52        하윤아 기자

한미동맹 균열 가능성 '솔솔'…중국 '사드 보복' 격화

'소녀상'에 이어 독도 갈등…'삼각파고' 극복 역량 있나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최순실 사태로 인한 탄핵정국으로 국가 리더십 공백이 이어지면서 정부의 외교력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으로 동북아 정세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주변국과의 대외관계 역시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민감한 문제들로 살얼음판을 걷는 듯 위태롭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그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예측불허의 상황이지만, 과연 정부가 한미·한중·한일 관계에 불어 닥친 위기를 극복할 역량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정상외교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에서 한국 외교가 사면초가에 내몰리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 내세운 트럼프…한미동맹 균열 가능성 '솔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쳐 지지층을 끌어 모았다. 이에 따라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동맹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으로서는 트럼프 행정부와 주한미군 주둔 비용 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대한 입장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한미 동맹이 근본적인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한국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보의 상당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어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금의 외교 공백 사태가 뼈아플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외교력을 동원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앞서 외교부는 16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동북아·한반도 정세점검 및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황 권한대행은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고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한반도 주변 정세의 유동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와의 정책 조율과 공조를 본격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 대선 직후 곧바로 트럼프 당선자와 면담하고, 신행정부 출범 직후인 오는 27일께 미·일 정상회담을 추진 중인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외교부가 올해 상반기까지 정상외교 일정이 전무하다고 밝힌 점에 미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올 상반기 내 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외교 공백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새로운 한미관계 정립의 부정적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중론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 격화…한중관계 악화일로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역시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는 그간 '한중관계가 역대 최상'이라고 자부해왔다. 그러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반발과 그에 따른 비공식적 경제 보복 조치로 외교적 마찰이 빚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은 사드배치를 빌미로 한류 제한 조치인 이른바 한한령(限韓令)을 대폭 강화하는가 하면 롯데그룹 세무조사, 한국 항공사 전세기 운항 불허, 한국산 배터리 탑재 차량 보조금 지급 제외, 한국산 화장품 및 한국산 전자 양변기 수입 불허 등의 보복성 조치를 취했다. 전략폭격기 10여대를 동원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하는 군사적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실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최근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이론지에 새해 중국의 외교방향을 설명하면서 사드배치 반대를 핵심 중의 하나로 천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왜 사드가 우리의 자위적 방어수단이고, 중국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지 앞으로도 계속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의 보복 조치에 대한 대책에 대해서는 "경솔하게 대응조치를 취하는 건 아직 이르고 좀 더 상황을 지켜보면서 필요한 협의와 조치를 하겠다"고 한발 물러선 듯한 입장을 취했다.

사드와 관련한 중국의 노골적인 경제 보복 조치가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는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는 지난 5일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하는 조치를 취했으나,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며 공세적 대응은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외교부가 중국의 도를 넘은 부당한 조치에 대해 엄중하게 항의하고, 사안에 따라서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소녀상에 이어 독도 갈등까지…흔들리는 한일관계

국내 곳곳에서 일고 있는 '평화의 소녀상' 설치 움직임에 반발하는 일본과 외교적 마찰을 빚고 있는 점도 한국 외교의 또 다른 위기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일본은 앞서 지난해 말 부산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반발해 주한 일본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고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을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후 경기도의회가 독도에 소녀상 설치를 위한 모금운동에 돌입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자 일본은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독도 영유권을 주장했다. 소녀상 설치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이 영토문제로까지 비화하는 모습이다.

앞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고별인사를 이유로 한일 외교 장관과 각각 통화하면서 관계 개선을 요청한 데다, 윤 장관이 "국제사회에서는 외교공관 앞에 어떤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입장"이라고 발언하면서 한일 양국 간 갈등이 봉합 수순을 밟는 듯 했다. 그러나 독도 문제로 양국이 공방전을 펼치면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소녀상과 독도 문제에 대해 일본의 강경한 태도로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정작 외교부는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외교부는 부산 소녀상 설치 문제가 제기됐을 당시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며 "한일 양국이 위안부 합의 취지와 정신에 입각해 이행을 착실히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원칙적인 입장만을 강조하다 비판이 일자 뒤늦게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했다.

독도 문제와 관련해서도 외교부 동북아국장이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 공사를 초치했으나, 비공개로 진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일관계를 지나치게 의식한 소극적 대응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가운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발언을 자제하며 침묵하고 있어, 한국 외교 공백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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