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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모델체인지 속도, 경쟁사에 '넘사벽'인 이유


입력 2017.01.22 09:00 수정 2017.01.23 13:17        박영국 기자

'규모의 경제'로 개발비 부담 낮춰…경쟁사엔 '골치'

현대자동차 쏘나타의 세대별 모델들. 위부터 1985년 출시된 1세대 쏘나타, 1988년 출시된 2세대 쏘나타, 1993년 출시된 3세대 쏘나타II, 1996년 출시된 3세대 쏘나타III(페이스리프트), 1998년 출시된 4세대 EF쏘나타, 2004년 출시된 5세대 NF쏘나타, 2009년 출시된 6세대 YF쏘나타, 2014년 출시돼 지금까지 판매되고 있는 7세대 LF쏘나타.ⓒ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쏘나타의 세대별 모델들. 위부터 1985년 출시된 1세대 쏘나타, 1988년 출시된 2세대 쏘나타, 1993년 출시된 3세대 쏘나타II, 1996년 출시된 3세대 쏘나타III(페이스리프트), 1998년 출시된 4세대 EF쏘나타, 2004년 출시된 5세대 NF쏘나타, 2009년 출시된 6세대 YF쏘나타, 2014년 출시돼 지금까지 판매되고 있는 7세대 LF쏘나타.ⓒ현대자동차

“매 5년 마다 신차를 내놓는다는 건 현대자동차가 가진 뛰어난 능력이다. 그런 능력을 가진 회사는 현대차밖에 없다.”

박동훈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은 지난 18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경쟁사들보다 빠르게 모델체인지 타이밍을 가져가는 현대차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5년 정도만 지나면 풀체인지 모델을 내놓으며 신차 효과를 자주 누리는 현대차를 다른 경쟁사들이 따라갈 수는 없는 노릇이고, 가진 걸로 최대한 버텨 보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 현대차는 국내 경쟁사들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다른 자동차 업체들에 비해서도 모델체인지 간격이 짧은 편이다.

현대차의 대표 차종 중 하나인 아반떼는 1995년 3월 1세대(J2) 모델이 나온 이후 5년 만인 2000년 4월 2세대(XD)가 출시됐다. 6년이 지난 2006년 4월에는 3세대(HD)로 풀체인지됐고, 다시 4년이 지난 2010년 8월 4세대(MD) 모델이 나왔다. 지금의 5세대(AD)는 5년이 지난 2015년 9월부터 판매가 시작됐다.

쏘나타 역시 1985년 11월 1세대(Y)를 시작으로 2세대(Y2)는 1988년 6월, 3세대(Y3)는 1993년 5월, 4세대(EF)는 1998년 3월, 5세대(NF) 2004년 9월, 6세대(YF) 2009년 9월, 7세대(LF) 2014년 3월 각각 출시됐다.

개발 일정과 시장 상황에 따라 일부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5년 간격으로 모델 체인지가 이뤄졌다. 물론 풀체인지 사이에 꼬박꼬박 페이스리프트 모델도 내놓았다.

하지만 경쟁사들로서는 현대차의 모델체인지 속도는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과 다름없다.

아반떼의 경쟁차인 르노삼성의 SM3는 2002년 09월 1세대(N17) 모델이 나온 지 7년 만인 2009년 8월에야 2세대(L38) 모델이 나왔다. 이후 2014년 ‘SM3 네오’라는 이름으로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나오긴 했지만, 풀체인지 없이 2세대 모델로 8년째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지엠 크루즈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2008년 11월 라세티 프리미어(J300)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이후 2011년 3월 쉐보레 브랜드 도입으로 차명을 지금의 크루즈로 바꾼 뒤 2015년 1월 페이스리프트만 거친 채 모델을 유지해 왔다. 최근 출시된 2세대 올 뉴 크루즈는 8년여 만에 나온 풀체인지 모델이다.

해외 시장에서도 풀체인지 간격은 7~8년이 일반적이고, 현대차처럼 5년만 지나면 새 차로 갈아치우는 경우는 흔치 않다.

판매실적의 획기적 증가를 확실히 보장해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업체들이 자주 모델체인지를 하지 못하는 것은 신차 개발에 드는 시간 뿐 아니라 막대한 비용 때문이다. 보통 신차 한 종을 개발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5000억원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면 신차 개발에 따른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고, 필요할 경우 신차 출시 간격도 줄일 수 있다.

현대차는 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있다. 아반떼와 쏘나타와 같은 볼륨 모델은 잘 팔릴 때는 국내에서만 한해 10만대 이상씩 팔린다.

여기에 기아차의 동급 차종과 디자인을 제외한 대부분을 공유한다는 점은 개발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요인이 된다. 아반떼와 K3, 쏘나타와 K5의 신모델 개발에서 중복되는 부분은 돈을 아낄 수 있다.

해외에는 국내보다 더 많은 물량이 판매된다. 각국 소비자 선호도나 규제에 맞춰 디자인과 튜닝 등에 일부 변화를 주긴 하지만 완전히 신차를 개발하는 것 보다는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반면,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사정이 다르다.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이 훨씬 떨어지는데다, 각각 GM과 르노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어 국내에서 개발한 제품을 마음대로 해외 시장에 판매할 수도 없다. 이들의 수출 물량은 대부분 본사의 위탁생산 물량이다.

단지 국내 시장만을 겨냥해 풀체인지 모델을 개발하기에는 투자 대비 효과가 한계가 있다.

해외 본사에서 개발한 신모델을 들여와 한국 버전으로 바꾸는 것은 비용이 훨씬 적게 투입되지만, 이 경우 본사의 모델체인지 스케줄에 맞춰야 한다.

최근 국내 시장에 출시된 한국지엠의 신형 크루즈는 미국 GM 본사에서 개발한 모델을 들여온 것이고, 르노삼성의 SM6와 QM6는 국내 연구소와 르노 본사의 노력과 비용이 함께 투입된 합작품이라고는 하지만 르노의 글로벌 신차 개발 스케줄에 따른 것이지 르노삼성의 독자적 수요와 의지에 의해 개발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

물론 아무리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있더라도 가능한 모델체인지 간격을 길게 가져가 한 번 개발한 모델을 오래 판매하는 게 자동차 업체로서는 이득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앞으로도 ‘평균 5년’의 모델체인지 간격을 더 넓히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 소비자들을 그 간격에 익숙하게 만들어 버린 게 현대차기 때문이다. 풀체인지 이후 6년 이상 지나면 ‘사골 모델’로 부르고, 페이스리프트 정도는 큰 변화로 쳐주지도 않는 게 국내 소비자들이다.

현대차의 모델체인지 속도를 따르지 못하는 경쟁사들로서는 현대차가 만들어 놓은 국내 시장의 룰이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동훈 사장은 “우리로서는 5년 마다 신차가 나오는 데 익숙한 고객들을 상대로 기존 보유한 차종의 가치를 어떻게 부각시키느냐가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는 5년마다 새로 나오는 아반떼 때문에 ‘사골’ 소리를 듣게 된 SM3를 어떻게 판매할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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