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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철제 컨테이너를 접는다고, 6조원이 절감된다고?


입력 2017.01.22 12:41 수정 2017.01.22 14:18        이소희 기자

철도연 개발, 접이식 컨테이너 시연을 보니…1~2분 대 접기 완료

경제성 확보…부피는 4분의 1로 쑥 줄고, 경제성은 4배로 확 늘고

철도연 개발, 접이식 컨테이너 시연을 보니…1~2분 대 접기 완료
경제성 확보…부피는 4분의 1로 쑥 줄고, 경제성은 4배로 확 늘고


무거운 철제 컨테이너를 접겠다고? 그것도 4분의 1로 부피를 확 줄이겠다는 프로젝트를 도전해 완수한 팀이 있다.

어찌 보면 무모한 시도일 성싶은 ‘접는 컨테이너’는 결국 몇 년에 걸쳐 실패를 반복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방안을 찾아냈다.

연구팀은 종이접기부터 시작해 도전했고 실패에 반복이 거듭됐지만 결국 하나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결국 성공의 단초가 됐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녹색교통물류시스템공학연구팀이 지난 2014년부터 R&D사업으로 착수해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4년 만에 20억 원을 들여 접이식 컨테이너 기술을 완성해 낸 것이다.

왜 이런 쉽지 않은 일을 벌였을까? 컨테이너 부피를 줄여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는 경제적 논리가 작동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접었을 때의 무게 하중을 견디지 못한다거나 접는 방법이 난해해 엄두가 나지 않았고 접는데 들어가는 추가인력과 장비, 비용 등이 발생하는 등 만만치 않은 작업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는 컨테이너의 효용성과 가치는 포기할 수 없는 물류산업의 현실, 그 이상을 의미했다.

철도연은 접이식 컨테이너 해상운송 도입 효과를 전 세계 기준으로는 6조 원 대(50억 달러), 국내 기준으로는 3000억 원 대의 비용 절감을 도출했다. 연간 빈 컨테이너 재배치 비용은 약 8조 원대다.

오죽하면 물류선진국을 표방하는 미국이나 네덜란드에서도 이를 실현시키지 못해 거듭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추진,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에 있다. 그나마도 개발된 방식이 비용이 많이 들어 경제성이 없다는 판단이다.

이런 가운데 이 어려운 연구를 최초로 성공적으로 해낸 국내 연구진이 지난 20일 접이식 컨테이너의 시연을 공개했다.

올 겨울 들어 가장 눈발이 거센 날,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연구 결과물을 보기 위해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을 찾았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접이식 컨테이너. ⓒ데일리안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접이식 컨테이너. ⓒ데일리안

접이식 컨테이너를 접는 과정. 원격 제어방식으로 두 명의 작업자가 투입됐다. ⓒ데일리안 접이식 컨테이너를 접는 과정. 원격 제어방식으로 두 명의 작업자가 투입됐다. ⓒ데일리안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는 그야말로 컨테이너 전진기지인 만큼 국내외 물류의 한 축인 컨테이너가 빼곡 들어차 있었다. 화물운송을 기다리는 빈 컨테이너의 수는 어마했다. 언뜻 봐도 연구의 목적이 실감이 났다.

철도연에 따르면, 연간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이 약 1억6000만TEU(2015년 기준) 수준이며, 무역 불균형으로 약 25%(약 4000만 TEU)가 빈 컨테이너 상태로 운송되고 있다.

이에 개발된 접이식 컨테이너 기술은 비어있는 컨테이너의 운송이나 보관 시 부피를 75% 줄여 경제성과 효율성을 높인 신개념 물류운송기술로, 접이식 컨테이너 4개를 쌓으면 일반 컨테이너 1개와 부피가 같아진다. 연간 빈 컨테이너 운송비용 3000억 원이 절감된다는 계산이다.

이날 시연은 철도연이 개발한 새 컨테이너 시제품을 실제로 접고 들어 올려 화물차에 싣는 전 과정이 공개됐다. 걸리는 시간은 1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접이식 컨테이너는 2명의 작업자가 간단한 보조 장비만으로 가능했다. 1분 30초 이내에 접는 방식이 가능하지만 이날은 시연을 위해 2분 30초로 진행됐다.

서서히 철제 컨테이너가 접히면서 몇 번의 텅텅 소리를 내더니 먼저 앞면과 뒷면이 1단계로 접혔고 이어 2단계로 윗면이 내려오면서 옆면이 접히는 방식이 구현됐다.

보조 장비는 원격 제어로 작동이 가능해 2명의 작업자가 작업의 숙련도와 관계없이 고정장치만 장착하는 등 비교적 손쉽게 작업이 가능했으며 접어진 3개의 컨테이너 위에 새로 접은 컨테이너를 올려 4개의 컨테이너를 한 묶음으로 해 한 번에 운송이 가능하도록 들어 올려졌다.

권용장 철도연 녹색교통물류시스템공학연구소장은 접이식 컨테이너의 특징이 모서리 기둥을 접지 않고도 컨테이너를 접을 수 있게 설계 된 점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접이식 컨테이너 모서리 부분의 기둥 4개가 각각 96톤을 견디는 일반 컨테이너와 똑같은 강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4개를 한 묶음으로 운송하기 때문에 일반 컨테이너 1개 운송비용으로 접이식 컨테이너 4개를 운송할 수 있어, 지역 간 무역량 불균형으로 인한 빈 컨테이너 운송비를 크게 줄이면서 물류의 효율을 높여줄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접은 4개 컨테이너를 하나의 묶음으로 작업하는 과정 ⓒ데일리안 접은 4개 컨테이너를 하나의 묶음으로 작업하는 과정 ⓒ데일리안

한 번들(4개)로 완성된 접이식 컨테이너 들기. ⓒ데일리안 한 번들(4개)로 완성된 접이식 컨테이너 들기. ⓒ데일리안

비용은 기존 컨테이너가 450만 원이 드는 것을 감안할 때 추가 비용이 20%를 넘지 않아야 경제성을 확보한다는 분석 하에 새로 개발된 컨테이너는 15~20%의 추가비용 내에서 해결했다.

관련 최신 해외기술이 복합재료 사용으로 기존 컨테이너 가격 대비 약 3배 수준인 것에 비하면 경제성도 확보했다는 결론이다.

아울러 접는 부분에 이물질이나 빗물 침투 등을 방지하기 위한 패널을 적용한 점도 돋보이는 점이다.

이 같은 특장점을 지닌 철도연의 접이식 컨테이너는 국내와 국제특허 출원은 완료됐지만 가장 큰 시장이 될 중국에서의 특허 획득이 숙제로 남아있다.

현재 유럽과 미국 등 소비중심 지역에서는 상품을 하역하고 나면 빈 컨테이너가 넘치고,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는 수출을 위한 컨테이너가 부족한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빈 컨테이너를 해상으로 운송하는데 약 8조원(약 67억 달러)을 쓰고 있고, 국내 업체들도 빈 컨테이너 해상운송에 연간 약 4000억 원을 사용하고 있다.

철도연은 접이식 컨테이너를 도입할 때 전 세계는 4분의 1 수준인 2조원이면 운송이 가능해져 6조원을 줄일 수 있고 국내도 3000억 원을 절감할 수 있게 돼, 경제적 가치와 시장성은 꽤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수도권에서 부산 간 빈 컨테이너를 도로로 운송하는 비용은 해마다 약 3600억 원을 쓰고 있는데, 접이식 컨테이너를 도입하면 도로운송비용을 4분의 1 수준인 900억 원으로 낮춰, 2700억 원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빈 컨테이너 보관을 위한 공간과 비용도 일반 컨테이너의 4분의 1 정도만 필요하기 때문에 국내외 항만과 컨테이너 야드의 문제점이었던 보관 공간을 해결하고, 화물운송 차량으로 인한 교통 혼잡 해소, 선적용량 75% 절감 등 효용성이 충분하다.

이에 이번 접이식 컨테이너 성공으로 첫 발을 내민 철도연은 2018년까지 이를 상용화 하겠다는 계획이다.

접이식 컨테이너 약 40개를 만들어 부산, 미국 LA 롱비치, 중국 상하이 등 전 세계 물류시장에서 직접 활용하는 시범사업을 통해 기술과 운영부분을 완성시켜 2019년부터 전 세계 물류시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목표다.

운송 전 빈 컨테이너를 화물차에 싣는 과정 ⓒ데일리안 운송 전 빈 컨테이너를 화물차에 싣는 과정 ⓒ데일리안

올해 초 철도연은 국비 10억 원이 반영돼 물류 R&D 신규 과제 ‘접이식 컨테이너 기술성능 고도화, 국제적 성능인증, 상용화 연구’에 착수했다.

국제적 물류시장의 흐름과 빠른 재편, 점점 거세지는 경쟁구도 속에서 국내 경제성을 확보하기는 녹록치 않은 게 현실이다. 때문에 기술개발로 인한 부가가치를 높이고 이를 통한 경제성 확보는 필수과제이기도 하다.

철도연의 이번 접이식 컨테이너 개발 성공이 상용화로 이어지는 과정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간 투자와 대상국가의 특허 획득, 후속 경쟁개발 등을 뚫고 빠른 상용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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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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