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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트럼프시대, 우리가 알던 경제질서가 끝나고 있다


입력 2017.01.23 07:00 수정 2018.01.25 17:09        조태진 기자 (tjjo77@dailian.co.kr)

'불확실성' 가득 트럼프 취임…자유무역질서 종언 현실로

불리한 교역질서 수정…한미 FTA 재협상 수위 높일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5대 대통령의 취임 일성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했다. 수 십 년 세계 경제를 지탱했던 자유무역질서는 종언을 고하기 시작했다. ⓒCNN사진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5대 대통령의 취임 일성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했다. 수 십 년 세계 경제를 지탱했던 자유무역질서는 종언을 고하기 시작했다. ⓒCNN사진캡처

‘The beginning of the end.’

시장경제 참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는 ‘불확실성’이다. 예컨대 투자자들에게 주사위를 바닥에 떨어뜨렸을 때 어느 방향으로 튈지 예상하라고 한다면 어느 누가 자신있게 베팅할 수 있겠는가. 벌어질 일에 대한 적중 리스크가 크다면 시장 선순환을 위한 경제행위는 위축되고 그 후유증은 가늠하기 어렵다.

따라서 시장경제에서 불확실성은 부정적인 미래, 더 확장시켜 이야기하자면 한 시대를 풍미하며 모두에게 익숙했던 패러다임의 종말을 내포한다. 미래가 현재의 연장선상임과 동시에 긍정적인 결과까지 기대된다면 ‘청사진’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것이다.

미국 제45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취임 일성은 예상대로(?) 청사진과 거리가 멀었다. 그야말로 불확실성의 메시지-미국민들에게는 영광 재현의 복음으로 들렸을 수도 있겠지만-로 가득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그는 16분 길이의 취임사에서 16차례에 걸쳐 ‘아메리칸’을 외쳤다.

“미국산 제품을 사고, 미국민을 고용하라"는 대통령 품위와 거리를 둔 멘트는 유세 때부터 일관성을 가지고 있어 더 두렵게 다가온다. 수 십 년 세계경제를 지탱했던 자유무역질서의 종말이 바야흐로 시작됐다.

레이거노믹스에 대한 기대?…환경이 다르다
혹자는 제40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도널드 레이건과 유사한 점을 꼽으며 ‘지나친 우려’라고 일갈한다. 레이거노믹스처럼 트럼프노믹스도 글로벌 경기회복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아웃사이더 출신인 것도 그렇고 보호무역주의, 감세정책을 큰 줄기로 삼고 있는 맥락도 비슷하다. 하지만 그 정도가 전부다.

레이건 취임 당시에는 경기침체와 물가폭등이 겹친 스테그플레이션이 심각한 수준이어서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이 화두였다. 양적완화의 여지가 있었다.

반면 트럼프는 장기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하는 처지다. 세수 확보가 더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그가 서민층 지지를 얻기 위해 감세를 언급하면서도 부자 증세라는 역설적 카드를 꺼낸 이유다. 훨씬 터프한 상황이다.

국제 정세는 두 대통령이 같은 결과를 도출할 수 없게끔 할 것이다. 레이건은 당시 이념이 다른 소련만 견제하면 됐다. 두 강대국간 교역 규모는 보호무역주의 회귀로 인한 부작용을 무시해도 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당시보다 10배 가량 커진 수출입 규모, 중국의 비약적인 성장이라는 새 변수와 마주하고 있다. 레이건 정부 비장의 카드였던 인위적인 약달러 조치에 또 나선다면 엄청난 갈등과 부작용이 동반될 수 밖에 없다. 오히려 트럼프가 레이건과의 동일성에 집착할수록 세계 경제의 상처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의 다보스포럼에서의 행보는 트럼프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것이 확실하다. 두 열강의 갈등이 조기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철저한 대응체제가 시급하다.ⓒ데일리안 시진핑 중국 주석의 다보스포럼에서의 행보는 트럼프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것이 확실하다. 두 열강의 갈등이 조기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철저한 대응체제가 시급하다.ⓒ데일리안

한·미FTA 손질 불가피…미·중간 경제질서 변화 철저한 대비를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이 우리나라 경제에 가장 큰 위협 요인은 한·미FTA 재협상이다. 최대 무역흑자 국가에서 “모든 걸 다시 시작하자”며 테이블을 마련하자는 요구를 해올 것이 확실시된다.

트럼프 취임식과 동시에 백악관 홈페이지에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그동안 미국에 불리했던 교역 가이드라인에서의 탈퇴 가능성이 언급됐다.

물론 한·미FTA 재협상이 트럼프 집권 기간동안 이뤄질 만큼 간단한 이슈는 아니다. 하지만 일부 손질은 불가피해 보이며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중국을 환율조작국 지정 대상으로 삼으려는 미국이 ‘관찰대상국’인 한국에 대한 경계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높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관세, 수입물량 제한 등 무역 보복에 취약해진다.

여기에 각종 비관세무역장벽을 동원해 우리나라 정부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미FTA 절충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미리 강구해야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서 파생되는 신경제질서에도 적기 대응할 채비를 갖춰야한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최근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비판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회귀에 반발하는 국가들을 포섭해 중국 중심의 경제질서를 만드려는 포석이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언짢은 반응을 조기에 구체화할 경우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일은 순식간이 될 것이다.

조태진 기자 (tjjo7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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