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이요원 "청순에서 걸크러시, 상상도 못 했죠"

부수정 기자

입력 2017.02.09 08:00  수정 2017.02.10 08:46

영화 '그래, 가족'으로 4년 만에 복귀

"스크린 복귀 갈증…후회 없는 작품"

배우 이요원이 영화 '그래, 가족'으로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영화 '그래, 가족'으로 4년 만에 복귀
"스크린 복귀 갈증…후회 없는 작품"


잡지 모델 출신 배우 이요원(36)의 데뷔 때 이미지는 '청순가련'이었다. 바람 불면 부러질 것 같은 가는 팔과 다리를 소유한 그는 여성들의 워너비였다. 팬들은 이요원의 귀엽고 청순한 이미지를 좋아했다. 인기 패션 잡지를 도배를 했을 정도로 그는 인기를 끌었다.

만화 속 인형 같았던 이요원은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들었고, 세 아이의 엄마가 됐다. 세월이 흘러 대중이 바라는 이미지도 바뀌었다. 이요원도 그랬다. 청순 이미지는 사라지고 '센 언니' 걸크러시(여자가 봐도 멋진 여자) 캐릭터를 입었다.

특히 최근 연달아 출연한 드라마 '욱씨남정기', '불야성' 등을 통해 남자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할 말 다하는 캐릭터로 여성 시청자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4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배우의 선택은 휴먼 가족극 '그래, 가족'(감독 마대윤)이다. 영화는 핏줄이고 뭐고 모른 척 살아오던 오성호(정만식), 오수경(이요원), 오주미(이솜) 삼남매에게 막내 동생 오낙(정준원)이 예고 없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가족의 탄생기를 그린다.

이요원은 까칠하지만 속정 깊은 방송기자 수경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이번에도 씩씩하고 당차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앞장 서는 역할이다.

영화 '그래, 가족'으로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이요원은 "영화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털어놨다.ⓒ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8일 서울 소격동에서 만난 이요원은 "어렸을 땐 청순 이미지였던 내가 걸크러시 대명사가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면서 "여성 캐릭터도 시대에 따라 변한 것 같다"고 전했다.

여전히 가녀린 체구를 유지하고 있는 그는 "청순 캐릭터는 이젠 못한다"고 겸손한 대답을 들려줬다. "20대 초반 친구들이 해야죠. 근데 그런 캐릭터가 이젠 없어요. 있어도 성적이 안 좋고, 요새 여성분들이 그런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여성 시청자분들이 제가 맡은 걸크러시 캐릭터를 통해 대리만족하신 듯해요. 전 제 나이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하고 싶답니다."

1998년 영화 '남자의 향기'로 데뷔한 이요원은 '꼭지'(2000), '패션70s'(2005), '외과의사 봉달희'(2007), '선덕여왕'(2009), '49일'(2011), '마의'(2012), '용의자X'(2012), '황금의 제국'(2013), '욱씨남정기'(2016), '불야성'(2016) 등에 출연했다. 스크린 복귀는 '전설의 주먹'(2013) 이후 꽤 오랜만이다.

그는 "스크린에 나온 내 얼굴이 반가웠다"며 "기존에 보여주지 않았던 능청스러운 모습을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후회는 없다"고 당차게 말한 배우는 "계산하지 않고, 힘을 빼고 연기했는데 너무 성의 없이 연기한 게 아닌가 싶다"고 웃었다.

그간 영화에 대한 갈증도 느꼈다. 영화로 연예계에 입문한 그는 "첫 영화를 찍을 당시 겪은 경험을 잊을 수 없다"며 "촬영하면서 '영화 작업이 이런 거구나' 했다"고 고백했다.

영화 '그래, 가족'에서 주연으로 나선 이요원은 "걸크러시로 사랑받게 될 줄을 상상도 못 했다"고 밝혔다.ⓒ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초창기 작품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는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2001)를 꼽았다. 당시 정 감독이 낸 레포트 숙제를 매일 하며 공감하기 힘든 캐릭터를 이해했다.

찍은 장면이 많이 편집돼 '펑펑' 울기도 했단다. "감독님이 우는 절 달래줬어요. 감독님은 20대 여자들이 가장 공감하는 캐릭터가 제가 맡은 역할이라고 다독여줬죠. 감독님의 말씀과 조언들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첫 경험이 참 중요해요."

'그래, 가족'에서 아버지의 빚을 떠안은 수경은 대학 생활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족들을 먹여 살린다. 직장에서 받은 월급도 가족들을 위해 쓴다. 수경이 가족에게 매섭게 짜증 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요원은 "짜증을 정말 많이 내서 실제 가족들에겐 짜증을 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웃었다. "현실적인 짜증 연기를 보여줬다는 평을 얻었죠. 호호. 그래도 수경이 입장에선 짜증이 날 수밖에 없어요. 가족들에게 가시 돋친 말을 내뱉어도 결국엔 가족들이 원하는 걸 다해주잖아요. 수경이가 너무 안쓰러웠어요."

영화의 제목은 원래 '막둥이'였다. 촬영 중, 후반에 이르러 지금의 '그래, 가족'으로 바뀌었다. 배우는 "처음엔 마음이 안 들었는데 영화 완성본을 보고 나니 왜 '그래, 가족'인지 깨닫게 됐다"고 했다.

평소 낯을 가리는 이요원에게 첫 촬영은 편하게 다가왔다. 캐릭터 설정상 서로 서먹서먹한 상황에서 찍어야 했던 터라 각자 연기에만 몰두했단다.

영화 '그래, 가족'에서 까칠한 방송기자 수경으로 분한 이요원은 "가족을 책임지는 수경이가 안쓰러웠다"고 전했다.ⓒ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배우들끼리는 촬영 때보다 홍보 활동을 하면서 더 친해졌다. "만식 선배와 솜이가 먹는 모습이 닮았더라고요. 만식 선배는 극 중 성호와 같았어요. 선배와는 촬영하면서 편견을 깨부수고 서로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됐습니다. 저랑 잘 맞아요. 솜이 씨는 말수가 적고 특이해요."

건드리면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수경은 극 후반부 엄마의 영상과 막내 오낙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아역 정준원의 연기는 관객들을 웃기고, 울리는 힘이 있다. 이요원도 인정했다. "'그래, 가족'은 제가 아닌, 준원이가 주인공이에요. 자연스럽게 잘해줬어요. 준원이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 리딩할 때도 울었답니다. 후반부 장면에선 정말 슬펐지만 수경이 캐릭터 특성 때문에 감정을 절제하며 촬영했습니다."

아끼는 여동생이 있다는 이요원은 "부모님보다 더 의지하고, 친구보다 더 가까운 존재가 여동생"이라며 "아무리 가족이라도 성인이 되면 살기 바빠서 사이가 멀어지는 형제, 자매들을 많이 봐왔다. 여동생 하나뿐인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미소 지었다.

이젠 촬영 현장에서 맏언니 역할을 한다. 그는 "어릴 때는 스태프가 다 오빠들이었는데 이젠 동생들이 많이 생겼다"며 "나보다 어린 사람이 스태프라고 하니 어색했다"고 했다.

영화 '그래, 가족'에 출연한 이요원은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라고 작품을 소개했다.ⓒ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이요원은 최근 소속사인 매니지먼트 구의 구본권 대표와 함께 고려대 언론대학원 최고위(AMP)과정을 수료하며 우수상을 받아 화제를 낳았다. 배우는 "학구열이 넘치는 편은 아닌데 좋은 기회로 공부하게 됐다"며 쑥스러워 했다.

걸크러시 이미지 탓인지 이요원은 다가가기 힘든 이미지다. 그는 "사람들과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는 편"이라며 "그래도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오래간다. 소수정예 인맥을 지향하고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잘 챙긴다. 근데 가장 소중한 가족들을 챙기는 게 젤 어렵다"고 토로했다.

최근 충무로엔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없다. 남자배우들이 판을 치는 영화가 극장에 걸리는 현실이다. "저도 그런 분위기를 느껴요. 작품이 별로 없지요. 주인공은 20대 배우들을 쓰고, 제 나이 또래 30대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좁아졌어요."

향후 하고 싶은 캐릭터로는 현실적이거나 평범한 역할을 언급했다. 센 역할을 해와서 말랑말랑한 캐릭터에 욕심이 난단다. 유행을 따르는 장르보다는 정극과 시대극도 끌린다고 배우는 말했다.

언론시사회에서 이요원은 '그래, 가족' 강점에 대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족 이야기'라고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부담 없이 보면 소소한 재미를 느낄 거예요. 가족을 떠올릴 수 있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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