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4사 일제히 사상 최대 실적…영업익 도합 8조 돌파

박영국 기자

입력 2017.02.10 06:00  수정 2017.02.10 08:52

재고자산 평가이익, 비정유 부문 선전 주효

울산광역시 남구 고사동에 위치한 SK 넥슬렌 공장 전경. 넥슬렌은 사우디 사빅과 SK종합화학의 합작 사업이다.ⓒSK이노베이션

국내 정유업체 4사가 지난해 일제히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유가상승에 따른 재고자산 평가이익과 함께 석유화학 및 윤활기유 등 비정유 부문 선전이 주효했다.

1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은 총 8조275억원을 기록했다. 정유 4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8조원을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매출 39조5205억원과 영업이익 3조228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8.3%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무려 63.1% 증가했다. 창사 이후 최대 영업이익 뿐 아니라 정유업계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3조원 돌파라는 상징성까지 얻게 됐다.

GS칼텍스 역시 지난해 25조7702억원의 매출과 2조1404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9.1%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64.0% 늘었다. GS칼텍스가 영업이익 2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1년(2조200억원) 이후 5년 만이다.

에쓰오일은 전년 대비 두 배 수준(107.1% 증가)으로 늘어난 1조6929억원의 영업이익을 지난해 실적으로 내놓았다. 다른 정유사들과 마찬가지로 매출은 8.8% 감소한 16조3218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나온 사상 최대 영업이익이다.

현대오일뱅크도 전년 대비 9.8% 감소한 11조8853억원의 매출과 53% 증가한 9657억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종전 최고기록인 6294억원(2015년)을 크게 뛰어넘어 1조원을 바라보게 됐다.

전반적으로 매출은 10% 내외로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50% 이상 상승하면서 동일본대지진에 따른 국내 정유업계 호황이라는 특수 상황이 있었던 2011년보다 좋은 실적을 냈다.

정유업계는 이같은 실적 호조가 비정유 부문 확대에 따른 제품 포트폴리오의 고부가가치화에 따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SK이노베이션은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한 것은 화학사업과 윤활유 사업”이라며 “화학·윤활유 사업 중심의 투자를 통해 수익구조를 다변화한 게 주효했다”고 밝혔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의 화학자회사인 SK종합화학과 2014년 파라자일렌(PX) 중심의 화학설비 시설로 탈바꿈한 SK인천석유화학 영업이익은 각각 역대 최대인 9187억원, 3745억원을 달성했다.

여기에 SK루브리컨츠,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석유개발사업(E&P) 또한 견조한 실적을 이끌어내면서 SK에너지와 배터리 사업을 제외한 비정유 사업에서 벌어들인 영업이익만 총 2조원에 이른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이후 SK인천석유화학 업그레이드, 울산 아로마틱스(UAC), 중한석화, 스페인 ILBOC 등 화학과 윤활유 사업을 위주로 4조 넘게 집중 투자해왔다. 이를 통해 PX 생산규모 세계 6위, 고급윤활기유 생산규모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최근 5년간 화학·윤활유 사업 중심의 투자를 통해 수익구조를 다변화한 것이다.

에쓰오일 역시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에 대해 “PX, 고품질 윤활기유(그룹III)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을 확대하고, 2015년부터 울산공장 시설개선 사업 등으로 생산효율과 수익성을 제고한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쓰오일의 지난해 비정유부문 매출 비중은 23.6%(석유화학 15.6%, 윤활기유 8%)에 불과했으나, 영업이익 비중은 55.2%(석유화학 30.5%, 윤활기유 24.7%)에 달했다.

현대오일뱅크도 비정유부문으로의 사업 다각화를 실적 개선 요인으로 꼽았다. 현대오일터미널, 현대쉘베이스오일, 현대케미칼 등 자회사에서 실적개선에 상당한 힘을 보탰고, 윤활기유 사업도 사업이 안착되며 수익을 올렸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가동한 롯데케미칼과의 합작 법인 현대케미칼도 흑자로 첫출발을 알렸다.

GS칼텍스도 유가상승에 따른 재고자산 평가이익과 석유화학 및 윤활유 제품 스프레드 확대를 실적 개선 요인으로 꼽았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정유4사 모두 석유화학과 윤활기유 등 비정유 부문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원유 정제마진이 기본 수준만 받쳐주면 수익이 크게 증가하는 구조가 됐다”면서 “올해도 국제유가 급등 등 예상치 못한 변수만 없다면 전반적으로 실적이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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