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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터뷰]초등 1학년 수학, 문제 읽기부터 어려워…학원 피할 수 없다

  • [데일리안] 입력 2017.06.01 19:19
  • 수정 2017.06.15 16:07
  • 이선민 기자 (yeatsmin@dailian.co.kr)

“요즘 아이들 수학 시험은 어른도 이해하기 힘든 수준”

'서술형·창의력 수학'…긴 지문 파악 위해 독서 교육 고민해야

서울에서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학부형 A 씨가 보여준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수학 시험지.서울에서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학부형 A 씨가 보여준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수학 시험지.

서술형·창의력 수학 지문 파악 위해 독서 교육 고민할 정도

서울에서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학부형 A 씨는 “요즘 아이들 수학 시험은 어른도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A 씨가 보여준 1학년 2학기 수학 문제지는 간단한 더하기·빼기 문제가 3~5줄의 긴 서술형으로 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한 지문에서 많게는 7개의 문제가 파생돼 있기도 했다.

A 씨는 시험지를 보여주며 “일단 시험지 제목부터 ‘공부를 잘 했는지 알아보자’다”며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한글과 숫자를 배운 7살 아이들이 더하기 빼기를 배우는데 공부를 잘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이런 문제를 읽어내야 한다”고 답답함을 표했다.

단순한 숫자로 계산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서술형으로 된 문제를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수학은 지금 학생들이 많이 접하고 있는 ‘서술형 수학’ ‘창의력 수학’이다. 하지만 학부형들의 생각은 다르다.

수도권에서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딸을 키우고 있는 B 씨는 “정말 수학을 통해 창의력을 키워주고 싶다면, 시험문제로 ‘학생들이 청군과 백군으로 나뉘어 경기를 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청군과 백군으로 나눠 운동장에서 뛰게 하면서 수의 개념을 가르치거나, 흰 공과 파란 공을 가지고 만들어 보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일침을 가했다.

B 씨는 “지금과 같은 식으로 수학공부를 하면 학부모들은 아이가 긴 지문의 창의력 수학을 빨리 읽고 파악하게 하기 위해서 독서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고 부담감을 전했다.

부모는 학교에 확신 없고, 학원 다니는 아이는 학교 재미없고

A 씨의 자녀의 시험지를 보던 기자가 ‘그래도 성적이 좋다’고 묻자 A 씨는 “문제집의 힘”이라고 답했다. “EBS 문제집을 놓고 부모가 얼마나 풀게 했느냐의 차이”라며 “그러니 선행 학습을 안할 수가 없다”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저학년 때는 엄마가 붙어서 문제집을 같이 풀거나 맞벌이는 학원을 보내는 걸로 판가름나고, 고학년이 되면 다 학원을 보내서 반 학기씩 선행학습을 한다”며 “딸 친구 중에 벌써 학원을 다니는 아이는 수업시간이 재미없다며 빨리 3학년이 됐으면 좋겠다고 한다더라”하고 현실을 알려줬다.

B 씨는 “요즘 공교육 정상화다 뭐다 말은 많지만 정작 현장에서 바뀌는 것은 없고,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하는 교육에 대한 신뢰·확신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라며 “오히려 학교에서 새 교육과정이라고 공부를 덜 시키면 내 아이만 떨어질까 봐 학원이나 문제집을 더 추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B 씨는 “고등학생만 입시를 하는 것이 아니다”며 “초등학교 1학년이 학교에서 시험을 보는 것도 결국은 입시를 위한 것인데, 학교 수업만으로 입시가 충분하다면 왜 학원이 필요하겠나. 초등학교 저학년이지만 수학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집에서 문제집을 풀거나 학원에 가야한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학부형 A 씨는 “요즘 아이들 수학 시험은 어른도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털어놨다.(자료사진)ⓒ데일리안서울에서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학부형 A 씨는 “요즘 아이들 수학 시험은 어른도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털어놨다.(자료사진)ⓒ데일리안

“현행 시험 체제에서 학부모들 불안감 당연해”

한 교육 전문가는 학부모들의 불안감에 대해 “지금 입시 체제에서는 시험을 잘 봐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라며 “시험은 원래 ‘공부한 것으로 다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가 뭘 모르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험을 치고 난 후 내가 뭘 모르는지 확인하고 그 부분을 보충해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한번 시험을 치면 그것으로 일생이 결정된다”며 “입시나 자격고시는 그럴 수 있지만 초등학교 중간·기말 고사도 성적으로 남아 학생부에 따라다니니 시험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A 씨는 “초등학교 저학년들은 국어·수학 위주의 정규 수업보다 예체능·교우관계·인성교육에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요즘 아이들이 가족·이웃·친구와 대화를 하기보다 책상 앞에 앉아 있고 컴퓨터로 선별되지 않은 정보에 노출되어 있어 인성 교육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 “처음으로 단체 생활을 시작하고 학교에 들어가서 앞으로 19살, 25살까지 학교 생활을 하게 될 아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정서적 안정을 줄 수 있는 치료나 연극 등이 병행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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