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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傳] 최준희 갈등 다룬 ‘속보이는tv’가 불편한 이유


입력 2017.08.10 08:50 수정 2017.08.10 21:33        민교동 객원기자

미디어 노출 계속…노이즈마케팅 지적

대중들 "관심 아닌 배려 시급한 상황"

미디어 노출 계속…노이즈마케팅 지적
대중들 "관심 아닌 배려 시급한 상황"

KBS '속보이는TV 人사이드'가 최준희 편의 방송을 연기했다. ⓒ KBS

고 조성민의 장례식을 취재한 뒤 함께 했던 몇몇 기자들과 술자리를 가진 기억이 떠오른다. 고 최진실, 고 최진영 남매에 이어 세 번째 장례식 취재였기에 많은 이들이 힘겨워했다. 이런 상황까지 취재하고 싶었던 기자는 아무도 없었기에. 특히 최환희 준희 남매를 보는 게 정말 힘들었다. 화장터에서만 해도 이들 남매는 비교적 밝은 모습이었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외삼촌까지 모두 자살로 세상을 떠난 아픔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기에 화장터에선 비교적 그들과 가까이 있었지만 그 어느 기자도 취재 열기를 보이지 못했다. 그나마 밝은 표정이어서 다행이다 싶었지만 결국 장지에 가서 유골함을 안치하는 과정에선 이들 남매가 울음을 터뜨렸다. 기자라는 직업을 가졌기에 그 울음을 취재하러 간 것이지만 매우 힘겨운 순간이었다고, 그 당시를 기억하고 있다.

이후 방송을 통해 종종 이들 남매의 모습이 공개됐다. 잘 자라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방송이었기에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방송이라는 콘텐츠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편집과 연출 의도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 지를 잘 아는 연예부 기자임에도 이들 남매를 다룬 방송은 그냥 화면에 나오는 그대로 믿고 싶었다.

최근 최준희 양이 외할머니와의 불화를 폭로하면서 또 다시 이들 남매가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섰다. 직업이 연예부 취재 기자이니 또 취재를 해야만 했다. 고 최진실은 연예계에서 막강한 영향력과 인맥을 가진 인물이었기에 고인의 주변에는 늘 사람이 많았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 인맥은 그대로 유지됐다. 이후 두 번의 아픔이 있었고 그가 남긴 남매와 모친의 주변에도 늘 고인이 남긴 인맥이 함께 했다. 취재 대상 역시 그들이었다.

이번에 보니 어느 정도 고인의 인맥이 양분돼 있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준희 양과 외할머니의 불화가 지속됐고 그 과정에서 준희 양의 입장과 외할머니의 입장에 따라 고인의 인맥은 다소 갈라져 있었다. 그렇다고 양분돼 분쟁을 겪어 왔다고 말하긴 어렵다. 모두 준희 양과 환희 군 남매, 그리고 그들의 외할머니가 잘 지내기 바라는 마음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의 갈등을 두고 방법론에서 다소 차이가 있었을 뿐.

취재를 통해 지난 수년 동안의 갈등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지만 기사로 쓸 수 있는 내용은 거의 없었다. 갈등이나 분쟁, 불화 등은 서로 확연한 입장차를 가졌을 때 드러나는 것으로 이런 내용을 취재하다 보면 폭로전이 되고 만다. A의 입장을 반영하면 B를 공격하는 기사가 되고 B를 이해하는 취지에서 기사를 쓰면 A는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이 된다. 이런 부분은 늘 독자들의 관심사와 맞닿아 있고 잘 읽히는 기사가 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이번 사안은 그런 ‘잘 팔리는 기사’의 원칙으로 다가갈 수가 없는 사안이었다.

기본적으로 준희 양과 외할머니는 공인이 아니다. 유명인이라고 볼 수 있지만 연예인처럼 그들이 중심이 돼 유명해진 인물들은 아니다. 유명 스타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대중에게 인지도를 얻었을 뿐 사실 일반인일 뿐이다. 그리고 이번 불화는 일반인인 그들의 사생활일 뿐이다. 준희 양이 상습 폭행과 학대 등을 주장한 만큼 관련 경찰 수사는 당연히 이뤄져야 하겠지만 우선 중요한 부분은 둘 다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기자의 역할을 제한된다. 미디어가 그 역할을 최소화하고 전문 기관이나 전문가들이 조용히 그들을 돕도록 해주는 게 최적의 방법이 아닌가 싶다. 며칠 동안 이번 사안을 나름 열심히 취재한 뒤 기자가 내린 결론이다.

지금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미디어의 책임도 분명하다. 방송이 주도해 그들 남매의 근황을 소개하고 외할머니의 얘기도 들려주곤 했다. 이를 수많은 언론사가 인용 보도해왔다. 준희 양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남긴 글에서 ‘17일날 KBS 속보이는 TV에서 할머니랑 저랑 관계가 더 자세히 방영될 것입니다’라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번 논란이 모두 해당 프로그램을 홍보하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만 관련 보도가 아닌 준희 양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 올린 글들을 모두 본 사람이라면 그런 의혹을 제기하기 힘들 것이다. 너무나 충격적인 내용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가족의 갈등을 다룬 KBS '속보이는TV 人사이드'가 10일 방송하겠다며 예고편까지 공개했다. 양측의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났고 경찰 조사까지 이뤄진 상황에서 방송이 예고돼 높은 관심을 끌었다. 엄청난 시청률이 예상되며 방송을 인용한 기사의 수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잘 팔리는 방송’의 원칙에 따르면 분명 좋은 방송이지만 과연 이번 방송이 이들이 갈등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지 여부는 미지수다. 물론 제작진이 적절한 선을 유지하며 좋은 방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겠지만 걱정의 마음이 더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제작진은 "방송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사실 과거에도 방송에서 이들 가족의 얘기가 자주 소개됐다. 그렇지만 방송 내용과 당시 이들 가족의 실상은 전혀 달랐다는 부분도 일정 부분 드러났다. 준희 양이 남긴 글에서도 언급되고 있는데 준희 양과 외할머니의 갈등이 심화된 시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미국 유학을 결정하는 과정이었다. 준희 양이 남긴 글에 따르면 자살 시도를 한 뒤 외할머니가 유서를 발견하면서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외할머니는 미국 유학을 권했지만 준희 양은 미국 유학이 싫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준희 양은 홍진경, 이영자 등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준희 양은 이처럼 미국 유학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을 당시 이들 가족을 다룬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찍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준희 양은 SNS에 올린 글에서 ‘방송에는 정말 노력하고 행복해 보이는 장면으로 연출됐을지 모르지만 전 정말로 괴로웠습니다’라고 언급했다.

기자 역시 당시 그 방송을 봤고 방송에서 행복해 보이는 그들 가족의 얘기를 방송 인용 형태로 기사를 썼던 기억이 난다. 고 조성민의 장례식 취재를 모두 마친 뒤 술자리에서 기자들끼리 이제 더 이상 이 가족에게 불행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하고 이들 남매에 대한 기사도 더 이상 쓰지 많아야 한다고 말했던 기억도 난다. 그렇다면 방송을 인용해 쓴 기사였지만 그런 행위 역시 하나의 ‘미필적 고의’가 아니었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미디어는 늘 화제의 중심에 선 이들의 이야기에 집착한다. 겉으로 드러난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 내부까지 파헤치려 하는 습성이 있다. 속을 보겠다고 취재에 집중하고 그 속을 파헤쳐 보도하려 한다. 그렇지만 어느 경우에는 그 속까지 들여다보지 않는 것이, 행여 그 속을 알았다고 할지라도 이를 대중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더 좋다는 판단이 들 때도 있다. 이번 사안이 바로 그런 경우가 아닌가 싶다.

스팟연예 기자 (spote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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