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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두 ‘의원직 사퇴카드’에 숨겨진 정치공학


입력 2018.03.30 16:18 수정 2018.03.30 17:55        이충재 기자

與 감싸기, 野 방관에 본회의 안건 오르지 않아

전략가 기질 발휘…야당중진 “유감‧경의 표한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월 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월 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성추행 의혹으로 사의를 표명한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사직서가 30일 국회 본회의 문턱 넘지 못했다. 여당의 '감싸기'와 야당의 '방관'이 만들어낸 절묘한 결과였다.

민 의원의 의원직 사퇴서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지만, 여야 교섭단체 대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표결 안건으로 오르지 못했다.

안건 상정 과정에서도 여야의 충돌은 없었다. 민주당은 민 의원 사퇴에 부정적 입장이고, 야당도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았다. 향후 민 의원의 사직서는 장기간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 '감싸기' 야당 '방관'에 본회의 안건 오르지 않아

정치권에선 민 의원이 던진 사퇴카드를 두고 "'미투'파장을 최소화한 전략가다운 대응"이라는 평가 나온다.

정치인의 사퇴는 고도의 정치행위이자 무거운 결정에 따른 전략적 고민이 수반되지만, 민 의원의 사퇴 결정은 이런 상황을 예측이라도 한듯 빨랐다.

그는 성추행 의혹 보도 후 1시간 30여분 만에 입장문을 내고 "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야당의 비판 논평이 나올 틈새조차 주지 않았다.

민 의원은 '위기 대응매뉴얼'을 안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정치권의 대표적 전략가다. 그는 성추행 의혹 보도 직후 "자그마한 잘못이라도 있다면 항상 의원직을 내려놓을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사퇴서를 꺼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월 17일 데일리안과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선거 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월 17일 데일리안과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선거 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전략가 기질 유감없이 보여줘…"유감과 경의 표한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도 민 의원의 사직서 처리 보류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었다.

여당에선 "의원직 사퇴는 과했다", "권력에 의한 위계라고 보기 어렵다", "사과와 자숙·봉사 정도가 적절하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대여공세를 펴던 야당에서도 "사퇴는 오버 아니냐"는 기류가 강하다.

여야관계가 아무리 험악해도 같은 금배지를 달고 있는 '동업자정신'이 저변에 깔려있는 정치권이다. 더욱이 동료 의원에게 던진 사퇴 찬성표는 언제든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국회에서 의원직을 강제로 박탈하는 '제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헌정 역사에서 국회의원이 부도덕한 행위로 국회 본회의에서 제명된 전례는 없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민 의원이다. 이에 정치권에선 민 의원의 사퇴카드가 그의 전략가 기질을 유감없이 보여준 한수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야당 한 중진 의원은 "민병두의 사퇴는 '민병두스러운' 판단이었다. 유감과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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