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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반사효과 못 누린 르노삼성, '클리오'로 돌파구 만들까


입력 2018.05.02 06:00 수정 2018.05.02 09:15        박영국 기자

개성있는 디자인, 검증된 상품성 장점

가격경쟁력 한계 '수입차 프리미엄' 수용 여부 관건

르노 클리오.ⓒ르노삼성자동차 르노 클리오.ⓒ르노삼성자동차

개성있는 디자인, 검증된 상품성 장점
가격경쟁력 한계 '수입차 프리미엄' 수용 여부 관건


르노의 소형 해치백 ‘클리오(CLIO)’가 수 차례의 연기 끝에 드디어 국내 시장에 데뷔했다. 그동안 ‘한국지엠 철수설’이라는, 경쟁사로서는 호재로 불릴 만한 이슈가 있었음에도 불구, 반사효과는커녕 동반 판매감소를 겪은 르노삼성자동차가 클리오 출시를 계기로 반등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지난 1일부터 전용 마이크로 사이트(https://clio.renault.co.kr)를 통해 클리오 사전계약을 개시했다. 오는 4일에는 언론매체들을 대상으로 출시 기념 포토세션을 갖고 중순부터 정식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클리오는 미니 전기차 트위지를 제외하고 대중차로는 QM6 이후 1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출시되는 르노삼성의 신차다. 완성차 업체들이 매년 차급별로 번갈아 최소 1종 이상의 신차를 내놓으며 그 효과에 힘입어 판매실적을 유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차 공백이 길었던 셈이다.

당초 지난해 상반기 출시 예정이었던 클리오는 유럽 현지 수요가 많은 관계로 르노 본사로부터 국내 판매용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계속해서 출시 시점이 미뤄지다 결국 1년가량 늦춰졌다.

신차 공백을 메우지 못한 르노삼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내수 판매실적에서 하향세를 걷기 시작했고,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대비 무려 24.7%나 감소한 1만9555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특히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이후 회사의 존폐 여부를 놓고 벌어진 GM 본사와 노조, 한국 정부간 힘겨루기 와중에 한국지엠의 내수판매가 크게 감소한 3월에도 르노삼성은 전년 동월대비 25.8% 줄어든 7800대의 초라한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3월 SM6와 QM6 등 주력 모델 판매가 호조를 보였던 기저효과라고는 하지만 당시의 호조를 이어갈 신차의 부재가 큰 타격으로 작용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러모로 이번에 출시되는 클리오의 어깨가 무겁다.

클리오는 전세계에서 1400만대 이상 판매된 르노의 베스트셀링카로, 유럽 시장에서 10년 이상 소형 해치백 판매 1위를 지켜온 만큼 상품성이 검증된 모델이다.

르노삼성이 국내 도입을 결정하기 전부터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클리오 출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을 정도로 디자인 선호도도 높다.

다만 가격이 문제다. 클리오는 지난해 단종된 기아차 프라이드 해치백이나 한국지엠 아베오 해치백과 같은 소형 차급에 속해있다. 이 차급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1000만원대 중반 가격의 저렴한 차라는 인식의 틀 안에 갇혀있다.

하지만 클리오는 기본모델 2000만원 내외, 상위 트림은 2300만원대다. 르노삼성은 클리오 가격을 '젠(ZEN)' 1990만~2020만원, '인텐스(INTENS)' 2320만~2350만원 선에서 책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현지에서 판매되는 동일 사양 모델의 가격보다 1000만원가량 낮게 책정됐다고는 하지만 르노의 스페인·터키 공장 등에서 생산된 물량을 들여오는 특성상 한국에서 생산하는 차종 수준으로 가격을 맞추긴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산 소형 해치백 차종이 1000만원대 중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차가 상당히 크다. 공교롭게도 이날 현대자동차는 소형차 엑센트 2018년형 모델 출시를 발표했다. 해치백(5도어) 모델의 시작가격은 1469만원, 세단(4도어) 모델은 1159만원이다.

클리오 상위 트림의 경우 편의사양에 대한 눈높이가 높은 국내 소비자들 취향에 맞추느라 가격이 크게 높아져 동일한 방식으로 수입해 판매하는 소형 SUV QM3와도 가격대가 겹친다.

다만 기준을 ‘수입차’로 잡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같은 프랑스 브랜드의 수입 소형 해치백인 시트로엥 DS4는 기본 트림 가격이 2890만원이다. 폭스바겐의 소형 해치백 폴로도 비슷한 수준이다.

르노삼성은 이같은 점을 고려해 클리오를 르노삼성 브랜드가 아닌 ‘르노’ 브랜드로 판매하며, 엠블럼도 르노삼성의 ‘태풍의 눈’이 아닌 르노의 다이아몬드 모양 ‘로장쥬(Losange)’ 엠블럼을 달고 내놓는다.

‘아베오보다 비싸다’고 할 게 아니라 ‘DS4보다 저렴하다’는 걸 봐달라는 메시지다. 국산 해치백이 국내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형편을 감안하면 클리오가 수입차임을 강조해야 할 이유는 더 커진다.

소형차를 선호하지만 싸구려 이미지는 벗고 싶은 소비자건, 아무리 수입차라도 소형차가 3000만원에 육박하는 것은 너무했다는 소비자건 클리오는 닥치는 대로 끌어 모아야 한다.

라인업이 다양하지 않은 르노삼성은 신차 한 종이 실패하면 그 여파도 오래 간다. 지난 2011년 8월 출시된 2세대 SM7이 신차 효과를 이어가야 할 타이밍에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하며 르노삼성은 오랜 기간 암흑기를 거쳐야 했다.

올해 역시 르노삼성 기존 주력 차종들의 판매가 하향곡선을 그리는 상황에서 신차 효과가 절실한 상황이다. 클리오의 역할이 막중하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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