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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 항소심 첫 공판…롯데, 총수 공백 길어질까


입력 2018.05.30 15:21 수정 2018.05.30 15:43        최승근 기자

1심 선고 후 106일 만에 2심 공판, 판결은 9월 말~10월 초 전망

국내 이슈는 무난, 문제는 해외사업 “총수 부재로 투자 타이밍 놓칠까 우려”

신동빈 롯데 회장의 재판이 장기화되면서 총수 공백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총수 부재 사태를 맞게 된 롯데는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위원회가 현재까지는 무리 없이 그룹을 이끌고 있지만, 글로벌 사업에서는 그동안 직접 발로 뛰어 온 신 회장의 부재를 절실히 경험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는 30일 오전 10시10분 신 회장에 대한 2심 공판을 진행했다. 지난 2월13일 1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후 100여일 만에 열린 항소심 첫 공판이다.

롯데는 이번 공판을 대비해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을 역임한 이광범 대표변호사를 새 변호인단으로 추가했다.

이날 공판에서 신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 롯데에서 있었던 경영권 분쟁에 대해 사과하고 국제경제에 이바지하고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롯데월드 면세점 같은 이야기를 한다는 건 어떻게 보더라도 부적절한 처신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선수를 육성한다고 해서 재단에 돈을 낸 것을 이렇게 비난받고 법정구속됐다"며 "항소심에서 진실이 밝혀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번 재판은 뇌물공여 사건 외에도 롯데 총수일가 경영비리와 신영자 전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개인비리 사건 파기환송심이 병합돼 있다. 법원 측은 신 회장의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10월 이전까지는 판결을 선고할 계획이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뇌물공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뇌물공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지난해 지주사 전환 이후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롯데로서는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그나마 올 상반기 예정됐던 그룹 주요 이슈들은 무리 없이 넘어가면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올 2월 비상장사 6개사의 합병‧분할합병 안건이 주주총회에서 통과되고, 우려가 높았던 홈쇼핑 재승인도 통과됐다. 홈쇼핑 재승인의 경우 승인기간이 3년으로 기존 5년에 비해서는 줄었지만 일단 시간은 벌어둔 셈이다.

그동안 롯데그룹 유통사업부의 발목을 잡았던 중국 롯데마트 매각 문제도 대부분 해소됐다. 가장 많은 점포를 갖고 있는 북경과 상해 법인 소속 점포 매각을 완료했고, 상반기 내 화중 및 동북법인이 운영하는 14개 점포 매각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롯데가 3조원을 투자하는 중국 선양 프로젝트도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온라인 사업 재편을 추진 중이다. 3조원을 투자해 롯데쇼핑 내 8개 온라인몰을 2020년까지 통합할 예정이다.

하지만 글로벌 사업에서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의 핵심인 호텔롯데 상장도 현재로서는 힘든 상황이다.

투자 규모만 10조원에 달하는 해외사업의 경우 신 회장이 직접 발로 뛰며 현지 정‧재계 인사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쌓아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은 진행이 더딜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위원회가 이를 대신하고는 있지만 대규모 투자의 경우 총수의 결정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롯데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해외사업까지 비상경영위원회에서 모두 논의하기는 부담스러운 감이 없지 않다”며 “해외사업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적기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된 지난해부터 부쩍 공을 들여온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와 신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러시아 시장에서의 공백이 우려된다. 동남아 시장은 롯데그룹의 해외매출 절반이 발생하는 주요 지역이다.

이와 관련 이달 중순 한 외신에서는 롯데가 중국에 이어 베트남에서도 사업을 철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를 낸 바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지난 3월 황각규 부회장이 하노이에서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롯데는 앞으로도 다양한 사업부문에의 투자와 고용 창출, 사회공헌활동 등을 통해 베트남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을 고려해 사업 철수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면서도 총수 부재 상황이 길어질 경우 안팎으로 이 같은 우려의 시선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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