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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문정인 발언 현실화…비핵화 원칙 후퇴조짐?


입력 2018.06.07 05:00 수정 2018.06.07 05:30        이배운 기자

北 최대압박·CVID 원칙 ‘흔들’…살라미 전술 말렸나

北 최대압박·CVID 원칙 ‘흔들’…살라미 전술 말렸나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별보좌관.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별보좌관.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2일 북미정상회담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반도 외교가 격랑에 휩싸인 가운데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내놨던 논란의 발언들이 상당부분 맞아 떨어지고 있다.

비핵화 작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에도 북한에 대한 양보가 잇따르면서 대북 최대압박 및 완전한 비핵화(CVID) 원칙이 후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데일리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데일리안

한미연합훈련 축소 현실화…UFG 취소 가능성 ‘촉각’

문정인 특별보좌관은 지난해 6월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밝혀 논란을 빚었다.

또 1월에는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 한미연합훈련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발언했고 3월에는 “북미대화시 독수리훈련 일정조정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거센 비판을 맞았다.

실제로 이 발언들은 모두 현실화됐다. 한미 군 당국은 올해 초부터 이어진 한반도 대화 무드를 감안해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 기간을 일부 축소했다. 또 미군 전략자산 전개를 최소화하고 훈련 장면도 공개하지 않다.

오는 8월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의 개최 여부도 불투명하다. 문 특보는 지난 1월 “올해는 한미연합훈련을 한번만 할 수 있다”고 말하며 UFG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고, 같은 달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한미가 연합훈련을 일시적으로 중단해야 한다”며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맥스선더’ 훈련을 빌미로 남북고위급 회담을 취소했던 북측은 UFG도 평화분위기 훼손 등을 이유로 들며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8월에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예정돼 있다. 남북화해 분위기 유지가 중요한 시점에서 훈련개최에 대한 정치적 고려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남·북·미 종전선언 논의 본격화…주한미군 감축론 ‘솔솔’

문 특보는 지난 4월 “평화협정이 체결된 뒤에는 한반도에서의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에 대해 남한의 보수 야당 세력이 강력히 반대할 것”이라며 “이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중대한 정치적 딜레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전망은 남북전쟁을 완전히 끝내자는 ‘종전선언’ 논의가 표면에 떠오르면서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전쟁 상태가 끝났다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주한미군 축소 및 한미 연합훈련 중단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군 전력이 한반도에 증강 배치되는 것을 세력 확장 전략으로 보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직간접적으로 미군 감축을 압박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맥도날드 평양점 가능성…민간자본 투입해 경제발전·체제안전 보장

문 특보는 지난 4월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은 트럼프타워가 대동강에 들어서고, 맥도날드가 평양 시내에 입점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실제로 NBC 방송은 지난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에 대한 호의의 표시로 평양에 햄버거 프랜차이즈 개설을 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최근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나왔다고 보도했다.

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면 미국 민간 기업들의 대북 투자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히면서 미국의 민간 투자 가능성을 거론했다. 맥도날드는 미국 자본을 대표하고 미국의 체제 보장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미국의 민간 자본이 투입된 나라는 경제협력 및 관계개선이 가속화되고 안보 위협으로부터 미국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핵화 단계적 비핵화 및 보상 가닥

문 특보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하자 “지금 북한은 억류된 미국인을 풀어주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자발적으로 폐기하는 등 좋은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전망은)상당히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에는 선 폐기 후 보상이었는데 최근에는 ‘단계적 접근’을 이야기했고 이는 북한이 이야기하는 방식과 공통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대북제재의 상징이었던 ‘최대 압박’이라는 표현을 거둬들이고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날을 보길 고대한다”며 신규 제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비핵화 이행과 보상을 놓고 ‘일괄타결’과 ‘단계적·동시적 조치’로 맞서온 양측이 의견조율을 이뤘다는 해석이다.

이외에도 문 특보는 지난해 5월 “사드 배치 과정에 절차적 정당성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하며 사드배치 중단설을 제기했고 정부는 얼마 후 진상조사와 환경영향평가를 지시했다. 또 지난해 9월 문 특보는 국방부의 ‘참수부대 운영 계획’ 발언에 문제를 제기하자 얼마 후 정부는 ‘참수부대’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세웠다.

북한이 2008년 6월 27일 비핵화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을 폭파시키고 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북한이 2008년 6월 27일 비핵화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을 폭파시키고 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논란의 발언 상당수 현실화…비핵화 원칙 후퇴조짐?

문 특보의 발언이 줄곧 논란을 빚은 이유는 남북관계를 낙관하면서 북측의 입장에 치우친 양보를 주장해온 탓이다. 특히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긴장감이 팽팽한 상황에서 외교 공직자가 사전 조율 없이 한미연합훈련, 주한미군 축소를 주장하는 듯 한 발언을 내놓는 것은 한미동맹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일부 발언들을 지적하며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편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작업에 나서지도 않은 상황에서 문 특보의 발언들이 점차 현실화되는 것은 그간 트럼프 행정부가 경계해왔던 ‘과거의 실수’가 되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미정부는 북한에 대한 최대압박 유지와 선 핵폐기 후 보상 원칙을 거듭 강조해왔다. 과거 북한은 단계적 핵 합의로 이득만 챙기고 이를 뒤집으면서 지금의 핵 위기를 만든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문 특보의 대북 양보 발언들이 현실화 되는 것은 그만큼 CVID 실현을 위한 장치가 해제되고 있으며 북한이 또다시 합의를 뒤집을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으로 풀이된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지난 4일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존의 대북정책 원칙으로부터 상당히 뒤로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실제로는 북한에 선제적인 양보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외교 관계자는 한미 정부가 요구사항을 세세하게 쪼개 단계적으로 이를 챙겨가는 북한 정권의 ‘살라미 전술’에 넘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미 정상이 국내 지지율 및 선거를 인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북측이 십분 활용해 북미정상회담을 완전한 비핵화 협상의 장이 아닌 대화를 위한 대화로 유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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