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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업계, 연내 가격 인상…“치킨 배달료 수준으로는 감당 못해”


입력 2018.08.24 15:34 수정 2018.08.24 16:17        최승근 기자

물량 확보 경쟁 심화로 수익성 악화…드림택배 경영난으로 사업 철수

연 10% 시장 성장에도 불구, 택배 단가는 16년 간 30% 하락

경쟁심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택배업계가 연내 가격 인상을 단행할 계획이다. 사진은 대전 문평동에 위치한 CJ대한통운 허브터미널에서 분류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CJ대한통운 경쟁심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택배업계가 연내 가격 인상을 단행할 계획이다. 사진은 대전 문평동에 위치한 CJ대한통운 허브터미널에서 분류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CJ대한통운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택배업계까지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격하게 확대되면서 택배시장은 연간 10%씩 성장하고 있지만, 물량 확보를 위한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택배 단가는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택배업계는 주요 온라인 쇼핑기업 등 고객사와 협의를 거쳐 연내 가격인상을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24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택배시장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7.9%씩 성장했다. 지난해는 2016년 대비 9.8% 성장한 5조2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연간 택배 물량은 23억개로 국민 1인당 46개꼴이다. 1인당 30개 수준인 일본과 비교하면 50% 이상 많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급격한 시장 확대에도 불구하고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평균 택배단가는 2002년 3265원에서 31% 감소해 지난해 2248원으로 하락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을 내는 업종인 만큼 물량 확보를 위해 단가를 낮추는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쟁이 계속되면서 물가인상, 최저임금 인상에도 오히려 택배단가는 낮아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수년간 지속되면서 업계 상위 업체들도 택배사업 연간 영업이익률이 1~2% 수준에 머무를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제는 물량 확보 이전에 사업 철수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린 것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낮은 단가를 앞세워 물량을 선점하는 경쟁이 수년간 지속되면서 상위 업체를 중심으로 시장 구조조정이 이뤄졌다”며 “그 과정에서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고 남은 기업들의 수익률도 바닥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택배 시장은 상위 3개 업체가 약 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상위 업체들은 고객사에 더 낮은 단가를 제시할 수 있는 반면 나머지 업체들은 물량 확보에 더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10위권 내 업체인 드림택배는 경영난으로 이달 초 사업을 중단했다. 올 1월 동부, KGB, 옐로우캡 택배 등 중소 택배들이 힘을 모아 출범한 지 8개월 만이다. 드림택배의 시장 점유율은 4~5% 수준으로 하루 20~30만개의 물량을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을 빗대 업계에서는 택배 단가를 치킨 배달료에 비유하기도 한다. 현재 2000대 초반인 택배 단가는 2000~5000원 사이인 치킨 배달료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까지 늘면서 업계에서는 물량 경쟁 보다는 단가 인상을 통한 수익성 개선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보통 지역 대리점과 계약을 맺는 택배기사들의 경우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최저임금 영향을 적게 받지만, 택배 터미널에서 상‧하차 작업에 투입되는 근무자의 경우 시급으로 급여를 책정하는 경우가 많아 최저임금 인상 여파를 직접적으로 받게 된다.

업계는 기업 물량(B2C)이 전체 택배 물량의 95~97%를 차지하는 만큼 개인 택배(C2C) 가격은 그대로 두고 기업 간 택배 가격 인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주요 택배업체 한 관계자는 “단가 하락으로 영업이익률이 거의 바닥 수준으로 떨어져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수준”이라며 “상반기부터 주요 고객사들과 가격 인상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미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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