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불법 외국인 건설근로자…‘주 52시간’이 부추겨
합법 취업 외국인 감소세…외국인 근로자 시장 음성화 우려
경험미숙‧의사소통 문제 등으로 품질저하‧사고위험성 높아져
건설사,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 낮은 외국인 근로자 선호
건설현장에 불법 외국인 근로자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건설사고 위험성과 건축물 품질 저하 등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등록된 외국인 근로자는 감소하는데 불법 외국인 근로자는 증가하는 것이 문제로 꼽힌다.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주 52시간 근무제’로 건설사들의 외국인 근로자 선호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면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2018년 건설업 외국인 근로자 적정 규모 산정 연구’를 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기준 고용허가제 외국인 건설업 근로자 도입규모를 전년보다 4% 감소한 2400명을 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합법적으로 취업한 건설업 외국인 근로자는 2016년 기준 8만5000명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한 규모다.
이처럼 합법적으로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 규모는 점차 감소 중이지만, 불법 외국인 근로자는 최근 3년간 급증하는 추세다. 건설현장 외국인 근로자 시장이 음성화될 우려가 높아진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건설업종 불법취업외국인 및 불법고용주 단속 현황’ 자료에 따르면 단속에 적발된 불법취업 외국인은 총 6938명으로 파악됐다.
연도별 적발 인원은 ▲2015년 982명 ▲2016년 2213명 ▲2017년 3743명 등으로 3년 새 3.8배나 급증했다.
단속에 적발된 불법고용주 또한 3년간 2배 이상 늘어났다. ▲2015년 711명 ▲2016년 972명 ▲2017년 1695명 등이다.
이 가운데 올해 7월부터 시행 중인 ‘주 52시간 근무제’가 건설현장에 외국인 근로자 비율 증가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필요한 추가 인원이나 숙련공들이 떠난 자리를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외국인 근로자들로 채우려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경험이 미숙하고 의사소통이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나는 현상은 건축물의 품질저하와 건설현장의 사고 위험성이 확대될 확률이 높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로 임금이 감소하자 숙련된 인력들이 근로시간 단축 적용을 받지 않는 현장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또 증가한 공사비 부담을 덜기 위해 추가 인력 보충을 외국인 근로자들로 채우려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진 의원은 “단속에 적발되지 않은 건설현장 불법취업 외국인과 불법고용주는 실제로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불법 외국인력으로 진행되는 건설현장의 경우 의사소통 부족으로 인해 안전교육 및 기능 훈련 등을 소홀히 해 품질 저하와 사고 위험성이 높아지는 등 현장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건설현장의 안전은 곧 주거 안전으로 직결되며, 국내 일자리 위협 문제 뿐 아니라 국가 간 외교마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등 다양한 분야의 문제가 중첩돼 있으므로 관계부처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한 대책 방안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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