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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워지는 신냉전 찬바람…한반도 평화 '덜덜'


입력 2018.10.23 14:26 수정 2018.10.23 15:46        이배운 기자

미국 VS 중·러 대립구도 고착화…남북 ‘선택의 시간’ 도래

양대진영 갈등, 한반도 긴장으로 귀결…“균형외교, 외교지평 확대해야”

미국 VS 중·러 대립구도 고착화…남북 ‘선택의 시간’ 도래
양대진영 갈등, 한반도 긴장으로 귀결…“균형외교, 외교지평 확대해야”


한반도 주변 4강 정상 ⓒ데일리안 한반도 주변 4강 정상 ⓒ데일리안

미국 대 중국·러시아 ‘신(新)냉전’ 구도가 본격화 되면서 동북아 정세를 살피는 남북의 심정은 착잡한 모양새다.

신냉전이 격화될수록 양대 진영은 남북에 ‘어느 편에 설 것이냐’는 선택을 강요받고, 이는 한반도 긴장사태를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로 작용할 수 있다.

22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정치매체 ‘악시오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무역관세를 완화할 계획이 없으며 중국 지도자들이 관세 문제로 더 고통을 느끼기를 원한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미중 무역전쟁 초장기화 및 갈등 확대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파기를 공식화했다. INF는 미국과 소련(현 러시아)이 1987년에 맺은 조약으로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 등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INF는 구(舊)냉전시대 군비경쟁을 종식한다는 상징성이 담겨있어 이를 파기한 것은 신냉전 시대의 신호탄을 쏜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미국이 INF 관련 규정을 위반하는 행동을 지속할 경우 러시아는 자체적인 안보 확보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해당 분야의 균형 회복을 위한 행동도 불가피해진다"며 군비 경쟁을 예고했다.

이처럼 미국의 대중·대러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한편 중러 관계는 한껏 무르익으면서 신냉전 구도 고착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러 양 정상은 최근 반(反) 서방 구호를 내세워 동북아지역 영향력을 확대하고 과거 대국(大國)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야망을 드러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7일 베이징에서 안톤 바이노 러시아 대통령행정실장을 만나 "중러 관계가 역사상 가장 좋은 시기다"며 "현 세계정세 속에서 중러는 성숙하고 돈독한 동반자 관계를 귀중히 여기며 각 분야의 협력을 심화해야 한다"며 우호관계를 과시했다.

이에 대해 바이노 실장은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은 러시아의 우선순위"라며 "러시아는 양국 정상의 공감대를 실질적으로 이행해 중국과 전면적인 전략 동반자 관계의 발전을 위해 기여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데일리안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데일리안

신냉전 구도가 격화될수록 남북은 양대 진영 둘 중 한쪽에 속하기를 강요당하는 ‘선택의 시간’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남북은 또다시 엇갈린 선택을 하면서 구냉전 당시 한반도 분열의 비극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북한은 경제·사회 분야 전반에서 대중국 의존도가 비대화된 탓에 중국의 뜻을 거스르기 어렵다. 지난해 북한의 대중 무역규모는 약 6조원으로 전체 대외무역 비중의 94.8%를 차지했다. 또 양국은 압록강에 수력발전소 4곳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만성적인 전력난에 허덕이는 북한에게 생명줄과 다름없다.

중국의 막강한 군사력도 북한을 영향권에 옭아맨다. 지난해 중국의 국방예산은 한화 약 215조원으로 미국 국방예산(720조원)의 29% 수준이다. 그러나 중국의 군사력은 미국과 달리 동아시아 지역에 집중돼 주변국에 막대한 압박을 가하며,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한은 영향권을 이탈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표방하고 있는 한국은 한미동맹 및 서구동맹에서 이탈하기 어렵다. 신냉전 갈등 정세에서 북·중·러 동맹과 사사건건 대립·반목하는 사태가 불가피한 셈이다. 최근 한국은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를 배치하면서 중국의 강력한 경제보복을 맞고 북한과의 관계도 악화된 경험이 있다.

이에 외교가는 한미동맹 원칙하에 양대 진영을 아우르는 균형외교를 펼치고, 주변 4강 외교에서 치우쳐 있던 한국 외교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홍규덕 숙명여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서방과 대립을 주저하지 않는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장기집권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여정은 앞으로도 돌발 악재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며 “중·러는 좋든 싫든 한반도 핵문제에서 협조를 구해야만 하는 국가임을 인정하고 신중한 균형외교를 통해 양대 진영과 원만한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더이상 한국의 외교안보 전략이 동아시아에만 안주할 수 없다”며 “미중간 지정학·지경학적 게임 속에서 국가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인도로 외교 지평을 넓히는 등 ‘위험분산’ 전략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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