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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국정감사’ 전략 안타깝다


입력 2018.10.29 06:00 수정 2018.10.29 05:56        데스크 (desk@dailian.co.kr)

<김우석의 이인삼각> 보수야당은 ‘내우외환(內憂外患)’, 제1야당 한국당은 ‘사면초가(四面楚歌)’

제대로 된 ‘국가가치’ 위해서는 제대로 된 야당 역할이 필요

지난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주말방송 시사프로그램 진행자가 물었다. “20대 국회 국정감사가 내일이면 사실상 마무리 됩니다. 보여주기식 맹탕국감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갈수록 굵직한 이슈를 뽑아내며 나름 순기능을 했다는 평가도 나오는데요. 이번 국정감사 몇 점 정도를 주고 싶으십니까?” 우리나라사람들 참~ ‘점수’, ‘숫치’ 좋아한다. 객관적 기준이 없는데도 점수를 매겨야 직성을 풀린다.

상대패널은 60점을 주고, 나는 61점을 줬다. 둘 다 과락을 겨우 면한 점수다. 차이가 있다면, 상대패널은 야당을 비판을 하려고 60점을 주었다면, 나는 야당을 좀 응원하려고 61점을 준 것이다. 사실 국감의 주역은 야당이다. 특히 제1야당에게 국정감사는 판도를 움직여 정국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다. 그래서 국감 성적표는 곧 야당의 성적표가 된다.

지금 보수야당은 ‘내우외환(內憂外患)’이고, 제1야당인 한국당은 ‘사면초가(四面楚歌)’다. 당내는 당협위원장 교체를 앞두고 전운이 감돈지 오래다. 이번 주말, 조직개편의 임무를 맡은 전원책 조직강화특위 위원은 "전권을 부여했으면 간섭하지 마라"며 당내인사들에게 엄포를 놨다. 당내에서 ‘권한 범위를 벋어난 발언을 한다’는 비판이 있고,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를 일부 인정한 뒤의 일이다. 당 밖에서 여권은 한국당을 여전히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보며 압박하고 있다. 고삐가 좀 느슨해지려 하면, 민노총 등 노동·시민단체가 여권을 채근하고, 압박을 받은 여권은 정신을 바짝 가다듬는다. 한국당 비상대책위는 ‘보수대통합’을 목표로 삼았지만, 바른미래당 반응은 여전히 삐딱하다. 보수대통합을 위해 ‘태극기집회’ 참여자도 당원으로 받을 수 있다는 ‘당연한 얘기’에 발끈한다. (도대체 당이 무슨 방법으로 이들 입당을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이 정도면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특별재판부> 설치 추진은 ‘한국당 고립작전’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말 그대로 ‘사면초가(四面楚歌)’다.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는 당의 ‘존립’ 만도 살얼음판위의 위태로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감성적표에 후한 점수를 줄 수는 없었다. ‘미숙함’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처음 ‘고용세습’이슈가 제기됐을 때 ‘당 지도부가 오버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국감에서 해당 상임위 위원이 문제제기한 후, 이슈를 지속시키고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지도부가 나서는 경우는 많았다. 하지만, 지도부가 해당위원을 제치고 처음부터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었다. 그러나, 그 만큼 ‘이 상황을 중시하며, 내용을 밝히고 개선에 앞장서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실제로 ‘고용세습’, ‘채용비리’ 문제는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였다. 어디나 일자리를 한정되어 있다. 특히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기업은 무한정 인원을 늘릴 수 없다. 회사 내부자로 부터 정보와 혜택을 받아 입사한 비정규직, 기간제 노동자가 편법적인 방법으로 과도하게 정규직에 편입된다면, 고시촌에서 몇 년씩 머리를 싸매고 공부하며 공채시험을 준비했던 많은 젊은이들의 취업기회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지도부가 나선 초기의 집중포화는 나름 이슈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친여 매체들도 안쓸 수 없었다. 민심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특히, 취업준비생과 그 가족의 불만을 무시할 수 만은 없었을 것이다.

정부와 여당도 대응을 안 할 수 없었다. 일단 감사원에 감사를 의뢰하는 한편, 국감을 끝나고 국정조사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시간벌기’ 전략이었다. 그리고 대안을 찾았다. ‘맞불작전’의 소재였다. 국민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사립유치원 비리’다. 문제를 제기한 민주당 박용진의원은 처음에는 외로운 싸움을 했다.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토론회를 원천 봉쇄했다. 언론보도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여당 내 동료의원들 동조도 많지 않았다. 지역구가 있는 대부분의 의원들이 지역구 유지들인 유치원 원장들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다. 여권의 ‘맞불작전’은 이들을 돌아서게 했다. 동료의원들의 호응을 받기도 힘들었던 관련 입법은 당론으로 제출됐다. 정부에서는 보조를 맞추어 비리를 발표하고 명단을 공개했다. 친여 언론은 ‘마녀사냥’에 나셨다. 언론에 먹잇감이 필요한 시기와 시점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것이다. 합리적인 ‘제도개선’은 논의되지 않았다. ‘제도개선’은 여론의 적개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성’을 사용하면 ‘감정’은 가라앉기 마련이다.

여권의 반격에 야당은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이 제시한 ‘고용세습’과 ‘채용비리’는 새로운 이슈를 생산해내지 못하고 있다. 국감이 다 끝나가는 데 말이다. 준비가 부족했고, 의욕만 앞서 허겁지겁 덤볐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전략과 해법이 있었다. 과거의 성공적인 국감에서 야당이 많이 쓰던 방식이다. 해당 사례를 확인한 후 문제가 있고 이슈가 된다고 판단했다면, 당내 ‘국감대책회의’를 소집했어야 했다. 그리고 각 상임위별로 관할 공기업의 사례들을 모을 것을 요청한다. 만약 그런 탈법과 탈선 사례가 취합이 잘 안되거나 부분적인 사례인 것이 확인되면, 지도부가 처음부터 나서는 것은 ‘과잉’이다. 일단 국감에서 터트리고 언론이나 피해자들의 제보를 받았어야 했다. 반면, 처음부터 충분한 사례들이 모였다면, 전략에 따라 순차적으로 상임위별로 사례를 발표하는 것이다. 국감 20일 동안 많은 상임위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사례들이 발표된다면 이슈는 타올랐을 것이고, 해당 피해자들은 시간을 갖고 결집했을 것이다. 당연히 추가되는 정보가 모일 것이고, 그런 정보들은 해당 이슈에 더 큰 에너지를 제공했을 것이다.

한국당의 현 비상대책위체제는 지나치게 의욕이 앞섰고 어설펐다. 다른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개인기에 너무 의존한다. 비대위원은 보이지 않고, 그 외 당내 지도부는 따로 논다. 김 비상대책위원장이 처음 ‘국가주의 논쟁’을 촉발시켰을 때도 당 차원의 후속조치는 없었다. 국회에서 이 논쟁을 끌고 갈 세부사항들을 지원했다면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논쟁이 됐을 것이다. 주위의 도움이 필요했던 비대위는 별도의 기구를 두어 당의 ‘핵심가치’, ‘혁신가치’를 만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치현실을 모르는 공허한 메아리였다. 기대했던 언론과 여론은 반응이 없었다. 기대만큼 깊은 실망만 남았다. 이번 고용세습 국감이슈는 다시 한 번 현 비대위체제의 허약성을 보여준다.

거듭 말하지만, 국가가 강하려면 행정부 뿐 아니라 국회가 강해야 하고, 국회가 강하려면 야당이 강해야 한다. 국회의 강한 견제가 없는 정부는 결국 도그마에 빠지고 국민과 유리된다. 야당이 활동하지 못하는 국회는 정부의 들러리만 될 뿐이니 강해 질 수가 없다. 게다가 보수야당은 ‘국가의 가치’를 중시한다. 제대로 된 ‘국가가치’를 위해서는 제대로 된 야당의 역할이 필요하다. 국감이 끝났다. 그러나 국정은 끝나지 않았다. 한숨 돌리고 고용세습 등 정국이슈를 차분하게 천착하기 바란다. 단기전은 역부족이었지만, 장기전에서 역전할 수 있다. 총선과 대선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다. 선거승리를 못하더라도 집권 가능성이 ‘힘있는 야당’을 만든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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