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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피케이션 현주소②] "임대료도 문제지만, 경기 살아야"…명품도 못 버티는 명품거리


입력 2018.11.27 06:00 수정 2018.11.26 18:05        원나래 기자

청담동 명품거리 대로변 폐업·공실 줄줄이

“경기침체 심각…새로운 상점 들어서지도 않아 공실 장기화”

청담동 명품거리 대로변 폐업·공실 줄줄이
“경기침체 심각…새로운 상점 들어서지도 않아 공실 장기화”


몇 년 전 철수한 DKNY의 청담동 매장은 여전히 공실로 남아있다.ⓒ데일리안 원나래기자 몇 년 전 철수한 DKNY의 청담동 매장은 여전히 공실로 남아있다.ⓒ데일리안 원나래기자

“청담동 ‘명품거리’라는 특색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이 거리는 임대료가 워낙 높기로도 유명하지만, 청담동이라는 입지 특성상 매출과 상관없이 광고효과를 노리며 명품샵들이 입점했다. 하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 명품샵도 못 버티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청담동 M공인중개업소 대표의 말)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을 시작으로 청담사거리까지 이어지는 약 1km 거리 큰 대로변 양옆으로는 한때 국내외로 유명한 명품 매장들이 즐비했었다.

하지만 지난 22일 찾은 청담동 명품거리는 몇 년 사이 임차인을 찾지 못해 공실로 남은 건물들이 줄줄이 눈에 띄었다.


청담동 명품거리는 몇 년 사이 임차인을 찾지 못해 공실로 남은 건물들이 줄줄이 눈에 띈다.ⓒ데일리안 원나래기자 청담동 명품거리는 몇 년 사이 임차인을 찾지 못해 공실로 남은 건물들이 줄줄이 눈에 띈다.ⓒ데일리안 원나래기자

몇 년 전 철수한 DKNY의 청담동 매장과 에스카다 매장이 있던 건물들을 지나 삼아제약 빌딩까지 가는 대로변에 맞닿은 5개 건물 모두 1층 상가가 텅 비어 있어 유령도시로 느껴질 정도다. 그 옆으로는 루이비통과 끌로에 매장이 가림막을 치고 공사를 한창 진행 중이다.

맞은편 대로변 빌딩도 다를 바가 없다. 페레가모가 있던 건물도, 캐롤리나 헤레라가 있던 건물도, 청담사거리 입구 쪽 브룩스브라더스가 있던 건물도, 모두 철수 이후 몇 년 째 비어있다. 군데군데 남아있는 미우미우 매장과 프라다 매장 등만 문을 열고 영업을 근근이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한 명품매장 관계자는 “청담동 명품거리에 로드샵이 있다는 자체는 매출보다는 고급스러운 이미지 등의 상징성이 강했는데 이제는 명품샵도 매출에 비해 턱없이 높은 임대료를 감당 못하고 철수하는 경우가 생긴 것”이라며 “명품매장의 경우 대부분 건물을 통으로 임대해 쓰다 보니 임대료의 부담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명품매장 뿐만 아니라 건물 한 층을 임대해 쓰던 성형외과들도 곳곳에 문을 닫은 흔적들이 보였다. 성형외과와 피부과들이 모인 이곳은 청담동 성형 메카로 불리며 성업을 이뤘었지만, 이제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지 오래다. 병원들도 줄어든 매출에 비해 높은 임대료를 감당 못하고 인근으로 빠져나가긴 마찬가지다.

청담사거리 입구 쪽 브룩스브라더스가 있던 건물도 철수 이후 몇 년 째 비어있다.ⓒ데일리안 원나래기자 청담사거리 입구 쪽 브룩스브라더스가 있던 건물도 철수 이후 몇 년 째 비어있다.ⓒ데일리안 원나래기자

문제는 공실인데도 불구하고 임대료는 청담동 명품거리라는 자존심을 꺾지 않고 여전히 높다는 데 있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건물 전체를 몇 년간 공실로 비어두는 곳도 있다”며 “가뜩이나 평수가 큰 건물이 많은데 건물주들이 임대료도 잘 낮추지 않고 있으니 대기업이 아니고서야 들어올 엄두를 못내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건물 전체 말고 분할해서 임대하는 방식으로도 매물을 내놓지만 경기가 어렵다보니 문의전화도 없다”며 “불황이 심해 명품매장도 문 닫을 정도인데 작은 패션 브랜드 매장들은 오죽 힘들까 싶다. 높은 임대료도 문제지만 경기 침체가 가장 큰 문제”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루이비통과 끌로에 매장은 현재 공사 벽을 치고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데일리안 원나래기자 루이비통과 끌로에 매장은 현재 공사 벽을 치고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데일리안 원나래기자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높은 임대료에 점포가 나가더라도 새로운 상점이 들어서야 하는데 최근에는 그런 순환마저 끊긴 상태”라며 “이는 경기가 침체된 불경기 상태라 젠트리피케이션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창업마저 쉽지 않은 심각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계속된 경기침체로 폐업률이 창업률을 앞지른 지는 오래다. 상가정보연구소의 상권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전국 폐업률은 2.5%, 창업률 2.1%로 폐업률이 창업률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새로 생겨나는 업소보다 사라지는 업소가 더 많은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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