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리세이드·G90 공세에도…G4렉스턴·K9 세 자릿수 수성

G4렉스턴, 프레임바디 정통 SUV 매력 어필

K9, 갖출 건 다 갖추고도 높은 가격경쟁력

K9(위) G4렉스턴.ⓒ기아자동차/쌍용자동차

대형 SUV 시장의 기대작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국산 대형 세단의 맹주 제네시스 G90이 지난달 말 각각 사전계약과 공식 판매를 시작했음에도 불구, 이들의 경쟁 차종으로 꼽히는 쌍용차 G4렉스턴과 기아차 K9이 기존과 비슷한 수준의 판매실적을 유지하며 선방하고 있다.

4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쌍용자동차 G4렉스턴은 11월 국내 시장에서 1423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 판매실적 감소폭은 9.5%로 양호한 수준이다. 전년 동기에 비하면 18.0%나 줄었으나, 판매 첫 해에 비해 인기가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 5월 출시된 G4 렉스턴은 당시 경쟁차들의 모델 노후화로 무주공산이나 다름없었던 국산 대형 SUV 시장을 가볍게 접수했다. 포드 익스플로러 등 대형 SUV로 넘어가는 수요를 국산차에 잡아두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가 G4렉스턴보다 더 큰 덩치에 새로운 디자인, 최신 편의·안전사양으로 무장한 팰리세이드를 내놓으면서 G4렉스턴의 독주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지난달 29일 사전계약을 시작한 팰리세이드는 첫날부터 3468대의 계약대수로 대형 SUV 시장의 돌풍을 예고했다. G4렉스턴의 월평균 판매실적의 두 배를 넘어서는 규모다.

물론 아직 판매가 본격화되진 않았으나 통상 인기 신차 출시에 앞서 대기수요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경쟁차에도 영향을 미칠 법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 G4렉스턴이 1000대 중반 수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는 것은 상당한 선방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쌍용차 관계자는 “프레임바디를 장착한 정통 SUV의 장점과 상위 트림의 경우 대부분의 편의사양을 옵션으로 선택할 필요 없이 기본 장착하고 있다는 점 등이 G4렉스턴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형 세단 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 말 제네시스 G90 출시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여겨졌던 기아자동차 K9이 비교적 견조한 판매실적을 보였다.

K9의 11월 내수 판매실적은 1073대로 지난 4월 2세대 풀체인지모델 출시 이후 8개월 연속 1000대 이상 판매를 유지했다.

K9은 기존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세단이었던 EQ900의 모델 노후화로 반사이익을 얻은 차종으로 꼽힌다. EQ900과 대등한 덩치와 실내공간, 파워트레인 및 최고급 편의사양을 갖추고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를 책정해 고급차 시장 내에서의 ‘가성비’를 인정받으며 높은 판매실적을 기록해 왔다.

그런 K9에게 기존 EQ900에서 이름을 바꾸고 신차급 페이스리프트로 디자인을 변경한 제네시스 G90의 등장은 큰 위협이었다. 이미 1세대 K9이 G90의 전신인 에쿠스와 제네시스(브랜드 출범 이전의 차명) 사이에서 애매한 포지션으로 판매 부진을 겪은 바 있다.

실제 G90는 지난달 27일 출시 이전 2주간 진행한 사전계약기간동안 6713대의 계약실적을 기록하며 ‘왕의 귀환’을 알렸다.

이런 상황에서도 K9이 1000대 이상 팔렸다는 것은 2세대 K9이 과거와는 달리 확고한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아차 관계자는 “K9은 넓은 실내공간과 편안한 승차감, 뛰어난 퍼포먼스 뿐 아니라 고급 편의사양까지 고루 갖추면서도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해 제네시스 G90와는 다른 매력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한다”고 말했다.

다만, G4렉스턴과 K9의 선전이 앞으로도 지속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팰리세이드와 제네시스 G90의 판매가 본격화되는 올 연말과 내년 초를 기점으로 시장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아직 경쟁차(팰리세이드) 판매가 본격화되기 이전이기 때문에 앞으로 G4렉스턴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팰리세이드 출시에 대응해 이달 G4렉스턴 일부 트림 재고물량에 대해 360만원의 할인판매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