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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워” 현실 조카 말고 ‘랜선 조카’


입력 2018.12.16 17:19 수정 2018.12.17 14:11        이혜진 에디터

띠예‧나은이‧국민이 등 인기

최근 유튜브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랜선 조카' 띠예. 유튜브 채널 '띠예' 영상 캡처 최근 유튜브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랜선 조카' 띠예. 유튜브 채널 '띠예' 영상 캡처

유튜버 띠예(10)는 지난 14일 ‘머랭 쿠키 ASMR’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 내용은 띠예가 머랭 쿠키를 먹는 것이 전부다. 그럼에도 16일 현재 해당 영상은 약 100만 뷰를 기록하고 있다. “사랑스럽다” “귀엽다” “예쁘다” 등 댓글도 2만여 개가 달렸다. 띠예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지 한 달 만에 44만여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랜(LAN;Local Area Network)선 이모’의 시대다. ‘랜선’은 ‘랜 케이블’을 뜻하는 비표준어로, 인터넷을 유선으로 연결하는 근거리 통신망인 랜에 사용하는 선을 뜻한다.

‘랜선 이모’를 굳이 해석하면 근거리 통신망 상의 이모라는 의미. 10대 아이돌 팬이 나이를 먹고 TV나 소셜 미디어에 나오는 아이들의 이모 팬이 된 것이다. ‘유사 육아’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이들은 ‘랜선 조카’를 통해 자신을 위로할 방식을 찾고 있다.

랜선 이모는 갑자기 등장한 단어가 아니다. 수 년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TV 육아 예능프로그램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그 시작이다.

해당 프로그램의 출연자 나은이(4)와 함께 유튜브 채널 ‘말이야와 친구들(구독자 146만여 명)’의 국민이(1), 인스타그램 ‘hajunn_mom(41만4000여 명)’의 하준이(1), 네이버 블로거 ‘박쿤’의 아들 하루(1) 등 여러 명의 랜선 조카를 아끼기도 한다. 이름도 모르지만 귀여운 행동을 하는 외국인 아기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를 때도 있다.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고 있는 축구선수 이동국 아들 이시안과 박주호 딸 박나은.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영상 캡처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고 있는 축구선수 이동국 아들 이시안과 박주호 딸 박나은.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영상 캡처

랜선 이모들의 행동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작 랜선 조카로 불리는 아이들은 자신의 사진과 영상이 찍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

2016년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부모와 청소년 자녀로 이루어진 249개 가정의 자녀들에게 조사한 결과, 이들은 어린 시절 자신의 사진을 부모가 허락 없이 인터넷에 올리는 것을 사생활 침해로 인식했고, 굉장한 우려와 스트레스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오스트리아에서는 한 청소년이 어린 시절 자신의 사진을 함부로 올린 부모를 고소한 일도 있었다.

그렇다면 랜선 이모들이 ‘현실 조카’보다 랜선 조카에 더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현실 조카는 얼굴 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니 ‘조카 바보’가 되는 대신 ‘랜선 이모’를 자처하며 화면 속 아기를 보는 데 만족한다.

구독자 146만여 명의 인기 유튜브 채널 '말이야와 친구들'에 등장하는 아기 국민도 '랜선 이모'들의 사랑을 받는 '랜선 조카'다. 소셜콘치/유튜브 채널 '말이야와 친구들' 캡처 구독자 146만여 명의 인기 유튜브 채널 '말이야와 친구들'에 등장하는 아기 국민도 '랜선 이모'들의 사랑을 받는 '랜선 조카'다. 소셜콘치/유튜브 채널 '말이야와 친구들' 캡처

최소한의 에너지로 외로움을 해결하고 싶은 욕구라는 해석도 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관계를 위한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 랜선 이모는 합리적인 대안”이라며 “내가 예쁜 것만 보고 내가 가능할 때만 사랑해주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만 접속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동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도 지난 8월 YTN 사이언스 ‘사이언스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랜선 조카는) 내가 원할 때 볼 수 있고 원하지 않으면 꺼버리면 된다”며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관계를 책임져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현실 조카와의 관계보다) 훨씬 더 가벼운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너무 거기(랜선 조카 영상)에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되면 현실 생활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며 “온라인을 통한 간접적인 연결 관계와 직접적으로 만나는 관계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셜콘치 기자 (ktwsc28@socialco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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