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한국당 ‘인적쇄신’ 후폭풍, 이제부터 시작이다


입력 2018.12.17 08:24 수정 2018.12.17 08:31        데스크 (desk@dailian.co.kr)

<김우석의 이인삼각> 중앙당은 표결로 끝, 해당지역은 폭격 분위기

‘인적쇄신’의 성패는 결국 내년 초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판가름

<김우석의 이인삼각> 중앙당은 표결로 끝, 해당지역은 폭격 분위기
‘인적쇄신’의 성패는 결국 내년 초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판가름


지난 14일 국회 자유한국당 회의실에서 전주혜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이 조강특위 활동과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 14일 국회 자유한국당 회의실에서 전주혜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이 조강특위 활동과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 주말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인적청산’을 단행했다. 우여곡절을 겪고 막바지에 몰려 밀어붙였다. 외부인사가 중심이 된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가 명단을 제시하고, 비대위는 격론에 격론을 거듭한 후 조강특위의 안을 그대로 수용했다.

대상은 예상보다 많았다. 현역의원 21명을 포함해, 253개 지역구 가운데 79개 지역 당협위원장이 교체 대상에 올랐다. 발표 직전까지도 규모를 예측하기 힘들었다. 조강특위가 ‘숫자보다는 상징성 있는 인물’을 강조하며 일부 언론은 김무성, 최경환 두 명을 상징적으로 배제하는 수준에서 일단락 될 것이라는 추측기사를 내보냈다. 또 혹자는 10명 정도는 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20명을 넘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돌았다.

애초에 두 명이나 10명은 ‘상징적인 의미’만 챙기는 요식행위로 받아들여졌다. 김무성 의원은 이미 2020 총선 불출마선언을 했으니 지역을 지킬 이유가 없다. 최경환의원은 ‘국정농단 사건의 주역’으로 구치소에 있으니 말할 것도 없다. 10명도 마찬가지다. 나경원 원내대표를 선출한 한국당 의원총회에는 의원 103명이 참석했다. 그런데, ‘의원 전원’이라는 안내가 따랐다. 총 의원 112명 중 ‘당원권정지’ 상태인 의원이 9명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어차피 당분간 지역구 당협위원장 직을 맡을 수 없다. 그리고 불출마선언을 한 김무성 의원을 포함하면 10명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 정도 ‘배제’만 가지고 국민에게 ‘인적쇄신’을 했다고 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으로 욕먹을 소지가 컸다. 조강특위 위원들도 이를 걱정했을 것이다. 특히 외부인사들은 조강특위에 참여한 보람도 없이 욕만 먹고 나가게 될 것이다. 파격적인 인적청산으로 확실한 존재감을 보일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30여명이었는데, 마지막에 21명으로 확정됐다고 한다.

일단 조강특위에서 안을 확정해도, 최종결정권을 갖는 비대위 통과가 문제였다. 외부에서 온 비대위원은 조강특위 위원들과 이해를 같이 할 테니 찬성을 할 것이다. 반대를 분명히 했던 비대위원은 당연직인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다. 이들이 ‘인적청산’에 부정적이었던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이들은 주초에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에 의해 선출됐다. 선출된 지 일주일도 안 되서 자신을 뽑아 준 의원들을 ‘배신’하는 일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둘째, 이들은 ‘문재인정부의 실정을 막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됐다. 이 목표를 위해 ‘뺏지’ 하나가 아쉬운 상황이다. 셋째는 ‘계파문제’다. 이 두 사람은 ‘친박 대 비박’의 구도가 아니라 ‘복당파 대 잔류파’의 구도로 당선될 수 있었다. 잔류파는 ‘친박’과 ‘중도’가 섞여있다. 둘 중 하나의 지지만으로 당선되는 것을 불가능했다. 이들에 대한 인적청산에 찬성하는 것은 지지기반을 깨는 것이고, 당선되자마자 힘을 빼는 길이다. 넷째는 외부에서 온 조강특위 위원과 비대위원들은 ‘방망이를 두드리고(결정하고) 나가면 그만’ 이지만, 이들은 당에 남아 다음 지도부의 일원으로 활동해야 한다. 그러니 당내 분위기가 더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에서 새로운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은 ‘인적쇄신’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비대위 회의에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의외의 변수가 나타났다. 조강특위 위원장이며 비대위회의의 멤버인 김용태 사무총장이 ‘셀프징계’를 내린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불확실하지만(만약 꼼수라면 역풍이 불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신의 한 수’였다. 당연히 반대할 수 없는 분위기였을 것이다. 두 사람은 조강특위 원안 그대로 통과시켰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언론에 나와서 ‘다음 총선 공천배제는 아니다. 의원직을 열심히 하면 가점을 받아 공천을 받을 수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인적청산 명단에 친박계는 수감 중인 최경환 의원을 필두로, 홍문종, 윤상현, 김재원 의원 등 핵심이 대부분 포함됐다. 비박계에서도 좌장 격인 김무성 의원을 비롯해 권성동, 김용태, 황영철 의원 등 다선들이 집중적으로 지목됐다. 여기에 강남의 이종구·이은재 의원과 대구의 정종섭, 곽상도 의원, 부산의 김정훈, 윤상직 의원 등도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됐다. 당사자들은 ‘기준을 모르겠다’, ‘이해할 수 없다’, ‘구색 맞추기, 숫자 맞추기’라며 억울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표면적인 국민적 평가는 ‘그래도 지금 여건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라는 의견이 많아 보인다.
 
그러나 이게 끝은 아니다. 이제부터 갈등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중앙당에서는 표결로 끝나지만, 해당지역은 폭격 맞은 분위기였을 것이다. 당장 해당지역의 지방자치 의원들이나 당협 임원들은 좌불안석(坐不安席) 심정일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 때 골탕을 먹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대선 전에 탈당한 국회의원이 있던 지역의 지방선거 출마자나 출마희망자는 갈피를 못 잡았다. 탈당한 국회의원을 따르자니 새로 임명돼 공천권을 갖은 신임 당협위원장이 신경 쓰였다. 당에 남자니 오랜동안 함께 활동했고 공천을 받았던 국회의원과의 관계가 신경 쓰였다. 더욱 험한 일은 공천과정에서 벌어졌다. 어떤 지역은 탈당의원이 복당해 공천권을 행사했다. 당에 의리를 지킨 사람들은 공천에서 대거 탈락했다. 대신 상대 당 출마자를 비롯해 경쟁자들이 공천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함께 나갔다 복당치 못한 사람들도 곤궁한 처지에 몰리긴 마찬가지였다. 가득이나 어려운 여론환경에서 이런 내분은 보수지지표를 갈라놓아 대패의 원인을 제공했다.

이번에 당협위원장에서 배제된 국회의원과 새로 임명될 당협위원장 사이에서 지역사람들은 또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지역마다 다시 ‘사쿠라’, ‘배신자’가 범람할 것이다. 아직 국회의원선거가 많이 남았고, 그 사이에 새로운 당 지도부가 선출되기 때문에 미래는 더욱 불확실하다. 내년 초 새로 선출될 중앙당 지도부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번에 배제된 의원들이 복권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런 불안감은 결국 ‘반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금방 드러날 수도 있지만, 은밀한 형태로 내재화돼 전당대회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번에 조용히 넘어간다고 해도, 전당대회 경선과정에서 지역내 갈등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결국 전당대회는 국회의원과 신임 당협위원장 (또 그들의 추종자) 간의 사활을 건 싸움판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번 ‘인적쇄신’의 성패는 결국 내년 초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은 다시 복마전을 감당해야 한다. 희생이 있더라도 그런 여정이 한국정치와 건전보수 발전의 방향과 같길 바랄 뿐이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