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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카드사 위기탈출 승부수 좌초될 판


입력 2018.12.18 06:00 수정 2018.12.17 18:01        배근미 기자

카드사 공동개발 NFC ‘저스터치’…출시 4개월 만에 ‘무용지물’ 위기

자금지원 눈치싸움 속 ‘가맹점 확대’ 요원, 정부 주도 한계 지적도

카드사 공동개발 NFC ‘저스터치’…출시 4개월 만에 ‘무용지물’ 위기
자금지원 눈치싸움 속 ‘가맹점 확대’ 요원, 정부 주도 한계 지적도


ⓒ저스터치 ⓒ저스터치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사면초가에 놓인 국내 신용카드업계가 모바일 간편결제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마련한 한국형 근거리무선통신(NFC) 서비스 '저스터치(JUSTOUCH)'가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놓였다. 출범 5개월 여를 맞았지만 비용 부담에 따른 개별사 간 의견 차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기대보다 적은 가맹점 수로 편의성 확대라는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1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KB국민·NH농협·현대·롯데·하나·BC카드 등 국내 8개 카드사가 지난 8월 규격을 통일해 만든 한국형 근거리무선통신(NFC) 서비스 ‘저스터치’ 가맹점 확보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출범 당시 카드업계는 연내 8~9만대의 NFC 단말기 보급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었지만 가맹점 수가 아직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맹점 확대와 관련해 가시적인 변화는 없는 상태”라며 저스터치 결제 서비스를 둘러싼 업계의 현재 분위기를 전했다.

서비스 개시 당시 이용 가능 가맹점은 CU, GS25, 이마트24, 홈플러스, 랄라블라 등 전국 3만3000여 곳으로, 이후 추가 확보된 가맹점은 ‘미니스톱’(가맹점 수 2500여곳)과 롯데그룹 외식 계열사 롯데GRS(롯데리아, 엔제리너스, 크리스피 크림 도넛 등 2100여곳) 등에 불과하다. 이와함께 서비스 도입이 예고됐던 ‘세븐일레븐’(가맹점 수 9500여곳)의 경우 아직 저스터치 가맹점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카드 가맹점이 270만곳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미미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폰을 실물카드처럼 사용 가능한 저스터치 서비스는 스마트폰 잠금해제 후 교통카드처럼 결제 단말기에 갖다대 결제가 진행되는 구조로, 카드업계는 해외 브랜드 카드사의 EMV 규격 사용에 따른 로열티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한국형 서비스 공동 출시를 진행해왔다. 또한 최근 스마트폰을 활용한 간편결제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결제 편의성과 보안성을 모두 갖춘 서비스로 최근 IT업계 중심의 간편결제 서비스의 대항마로 꼽혀왔다.

문제는 저스터치(NFC 결제) 서비스 이용을 위해선 현재 가맹점들이 보유한 IC단말기 외에 추가로 NFC단말기를 설치해야 한다는 점이다. 단말기 가격은 한 대당 최소 12만원에서 20만원선 수준으로, 카드사들은 그동안 서비스 상용화를 위해 연내 8만~9만대의 단말기(동글)를 보급하는 등 추후 40만대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그에 따른 단말기 비용만 최대 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면서 비용 부담 문제를 놓고 이견 차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가맹점 확대가 잠정 중단된 상태에서 현재는 신한카드 등 일부 카드사들만이 저스터치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고 있는 모양새다. 신한카드는 연말까지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각각 저스터치를 활용한 NFC 결제 및 교통카드 이용 시 자사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고, 하나, 신한카드 등이 새롭게 가맹점으로 추가된 롯데리아, 엔제리너스 등 롯데 외식계열사 매장에서 5000원 이상 결제한 고객을 대상으로 자사 포인트 1000포인트(1000원 상당)를 증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도 개별 카드사마다 간편결제를 향한 시각이 저마다 달라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당장 '삼성페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업계 2위권 삼성카드는 저스터치 도입 전부터 NFC 결제 서비스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바코드 결제만 이용 가능)했고, 일부 카드사들 역시 자사 혹은 계열사에서 밀고 있는 별도의 간편결제 서비스 사업을 추진 중이어서 비용부담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이폰 이용자는 저스터치 결제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 또한 국내 NFC 결제의 한계점으로 꼽힌다.

한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오는 20일 도입을 앞두고 있는 제로페이 등 QR코드 결제 역시 NFC 결제 서비스 활성화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달 열린 ‘2018 한국신용카드학회 정기학술대회’에 참석해 “카드사들이 제로페이 도입에 대한 대응책으로 QR코드 결제를 경쟁적으로 도입했지만, QR코드 결제는 기술차별화 요소가 없어 중복투자만 유발했다”며 “애꿎은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인 ‘저스터치’가 시장에서 사장돼 매몰비용만 발생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여곡절 끝에 저스터치 서비스가 출범하긴 했는데 그와 비슷한 시기에 당정이 QR결제를 들고 나오는 바람에 자리를 잡기도 전에 묻힌 경향도 없지 않다”며 “시장 상황이 워낙 급변하고 있는데다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QR결제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만큼 국내 결제시장에 과연 어떤 시스템이 살아남을지, 또 그에 따른 NFC 결제의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가를 둘러싸고 개별 카드사들의 고민 또한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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