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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남북관계 결산: 증발하는 성과, 커지는 부작용과 상처


입력 2018.12.18 11:10 수정 2018.12.18 11:12        데스크 (desk@dailian.co.kr)

훼손된 대한민국의 국익들…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것인가?

북한과 잘 지내기만 하면 만사 형통인가?…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전문가 4인 공동칼럼> 훼손된 대한민국의 국익들…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것인가?
북한과 잘 지내기만 하면 만사 형통인가?…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남북이 9·19 군사합의서에 따라 DMZ 내 GP(감시초소) 철거를 시작한 가운데 지난 11월 15일 군 당국이 폭파공법으로 철원지역 중부전선에 위치한 GP를 철거하고 있다. 남북은 지난 평양정상회담에서 채택한 9.19 군사분야합의서에 따라 시범철수 대상 GP 시설물 철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이 9·19 군사합의서에 따라 DMZ 내 GP(감시초소) 철거를 시작한 가운데 지난 11월 15일 군 당국이 폭파공법으로 철원지역 중부전선에 위치한 GP를 철거하고 있다. 남북은 지난 평양정상회담에서 채택한 9.19 군사분야합의서에 따라 시범철수 대상 GP 시설물 철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8년에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포함한 어떤 과거 정부도 시도하지 않았던 파격적인 대북정책의 전환이 있었다. 대전제는 북한에게 잘해주면 비핵화는 물론 남북 간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었다. 방송에 출연한 일부 전문가들은 1년 안에 모든 남북문제가 풀리는 기적이 일어날 것처럼 떠들어 댔고, 소위 ‘우파’로 분류되는 전문가들은 화면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 결과 국민의 상당수는 남과 북이 가진 제로섬적 체제대결을 잊고 북한이 곧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고, 대한민국은 많은 국익 손실을 입었다.

북한은 의미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도 않은 채 종전선언과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고, 9·19 군사분야합의는 북한의 기습공격에 대한 취약성을 크게 증가시켰다.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세 차례의 북중 정상회담, 한 차례의 미북 정상회담 등 일곱 차례에 걸친 김정은 위원장의 현란한 정상외교에도 불구하고 북핵은 그대로이고 북한의 세습독재 체제도 불변이며,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훼손된 대한민국의 국익들

정부로서는 열거할 성과들이 많겠지만, 한국의 국익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성과보다는 우려와 걱정이 더 많아졌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했지만, 북한이 이미 6회의 핵실험을 거쳐 수소폭탄까지 개발한 상태인데다 핵실험장이 제대로 폭파되었는지를 확인할 길도 없다. 비핵화를 위한 어떠한 일정도 제시되지 않았고, 첫 단계인 핵신고도 거부되고 있다. 아직은 외교적 수사(修辭)에 지나지 않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말 이외는 건진 것이 없다.

그렇다면 남북관계는 개선되었는가? 무수한 남북대화, 철도연결을 위한 공동조사, 소나무 제선충 약제 지원, 한강하구 수로 공동조사 등 남북관계 개선을 의미하는 행사들이 많았지만, 부작용과 우려가 더 많다. 지금 국민은 정부가 대북 지원사업들을 위해 얼마나 더 많은 세금을 거두려할 것인가를 궁금해 하고 있으며, 수입이 없는 은퇴 노인들은 예고된 ‘종부세 폭탄’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군인들은 겉으로 말을 하지 않지만 내심으로는 군사분야합의에 대해 크게 걱정하고 있다. 이들은 육지와 해상 그리고 공중에서 방어자인 한국군에게 필수적인 감시정찰, 조기경보, 도발대응 훈련 등을 크게 제한한 것을 못마땅해 하며, 한강하구 민간개방, 비무장지대 지뢰제거, 전방초소 철수 등에 대해서도 유사시 북한의 기습남침이 용이해지고 서울이 동서(東西)에서 포위당 할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한다.

이렇듯 한국 정부는 2018년 동안 지극정성으로 북한에게 다가갔다. 수십조 원이 들어가는 대북사업들을 약속했고, 스스로를 취약하게 만드는 군사분야합의를 수용했으며, 국제사회를 향해서는 대북제재를 완화하라고 외치는 대변자 역할을 수행했다. 그럼에도 결과는 신통치 않다. 국민은 세금폭탄을 걱정하게 되었고, 안보는 취약해졌으며,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향은 여전히 싸늘하다. 게다가, 북한은 감사하기는커녕 ‘갑(甲)질’을 마다하지 않는다. 남한 정부에게 더욱 성실한 대변자 역할을 재촉하고 있고, 평양을 방문한 대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네까”라고 막말을 하고 있으며, 한국군의 정상적인 훈련이나 무기구입에 대해서는 ‘군사분야합의 위배’라고 다그치고 있다.

국론분열은 더욱 심각한 국익 손실이다. 국민의 대북 경계심이 사라지는 가운데 그리고 한국사회가 우파와 좌파로 극명하게 분열된 상황에서, ‘백두칭송 위원회,’ ‘위인맞이 환영단’ 등이 공공연하게 북한을 찬양하는 모습들이 공영방송에 보도되고 있다. 이런 것들이 국익 손실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럼에도 정부 내에는 정책의 허실(虛實)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조언하는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국민을 대신하여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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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것인가?

국민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는가 라는 것이다. 북한은 김일성 시대부터 “한미동맹, 핵우산 등 북한에 대한 미국의 위협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라는 의미의 ‘조선반도 비핵화’를 주장했었고, 지금도 같은 맥락에서 ‘북한의 비핵화’라는 용어를 거부하고 한사코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고수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것이 북한이 사실상 핵포기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본다. 2018년 3월 정의용 안보실장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와서 전한 내용도 “북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 안정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 용어를 수용했다. 4·27 판문점 선언에 사용된 표현도 ‘한반도 비핵화’였고, 이후에도 정부는 ‘북에 대한 군사적 위협 해소’라는 전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북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라는 말만을 되풀이하면서 대북제재의 완화와 종전선언을 서둘렀다. 그래서 국민은 정부가 사실상 ‘북한의 핵포기 의사 부재’를 의미하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수용한 이유가 북한의 핵페기 문제를 체쳐두고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겠다는 것인지를 알고 싶어 한다.

북한과 잘 지내기만 하면 만사 형통인가?

2018년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평화가 정착괴고 비핵화도 가능해질 것이라는 소위 ‘선순환론’에 기반한 것이었다. 한 마디로 극심한 논리의 비약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을 지원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잘 된다면 모든 과거 정부들은 왜 철저한 대북 대비태세를 유지해왔을까? 미국은 왜 저토록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을까?

북한을 지원한다고 해서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통해 증명된 사실이다. 그 보다는 강온의 접근, 즉 지원·압박의 병행과 국제공조가 결합되어야 북한의 비핵화를 기대할 수 있다. 나아가, 북한의 비핵화만으로 평화정착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북한의 재래식 전력, 화생무기, 공세적·침투적 대남전략 등에 변화가 있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한국은 철저한 억제 및 방어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평화정착과 자유민주주의 통일이란 그러한 바탕 위에서 가능해지는 것이지, 한 순간의 기적이나 쇼맨쉽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지금 국민은 안보불안 사태에 대해 묻고 있다. 정부가 북한을 과신해서인지는 모르지만 2018년 동안의 안보정책은 ‘자해(自害)’에 가까운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은 1950년 무력통일을 위해 6.25 전쟁을 도발했고, 이후에도 무수한 무력도발을 자행했다. 상대방을 방심하게 만든 후 기습도발을 한 사례는 넘치도록 많다. 국민은 묻고 있다. 기대와는 달리 북한이 기습을 시도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이 대비태세를 허물어도 괜찮은 시기인가 등을 묻고 있다. 대통령에게도 묻고 있다. 헌법 66조 2항은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라고 규정되어 있는데, 대통령과 정부는 이 헌법 조항을 준수하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국민은 2018년 동안 정부가 보여준 저자세 대북외교에 대해서도 못마땅해 한다. 북한은 예정된 회담을 하루 전에 취소해도 괜찮고, 한국은 북한이 갑자기 회담을 제안해도 무조건 수용해야 하나? 이런 식의 대화 자세가 북한의 비핵화와 변화에 도움이 될 것인가? 통일부 장관이 북한 상대역에게 면박을 받고 한국의 기업인들이 북한 관리들에게 식사자리에서 꾸중을 들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정은 위원장은 하루 전에 서울 답방에 대한 입장을 밝혀도 괜찮지만 한국은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느라고 부산을 떨어야 하는 것이 외교관례에 맞는 것인지도 궁금해 한다. 남북관계의 진전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2018년 동안에는 그렇게 했다고 치더라도 2019년부터는 북한의 일방적 언동을 수용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한국이 당당한 태도를 가질 때 북한도 한국을 존중할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그가 책임질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지금도 정부 사람들은 6.25 남침과 같은 군사행동이나 핵무기 사용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정말 책임질 수 있나? 북한이 핵무기로 위협하면서 기습남침을 감행하거나 무력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가? 영세중립국인 스위스조차도 국민개병제를 실시하여 남녀 모두가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핵무기 공격시 국민 모두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대피시설을 구축해두고 있다. 역사는 정부의 주요 관리들, 편파적인 언론인들 그리고 곡학아세(曲學阿世)를 일삼는 지식인들이 어떤 말을 했는지를 기록해두고 있다.

안보란 특정 정권, 특정 세력, 특정한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이념을 토대로 재단하고 책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때문에 어떤 정부든 역사 앞에 떳떳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계승되어야 할 기본들에 충실해야 한다. 우선은 대한민국이 집권세력의 전유물이 아니고 현재를 살고 있는 국민의 것만도 아니며 과거에 존재하였던 선조들과 앞으로 존재할 후세들이 공유하는 모두의 터전임을 명심해야 한다. 안보와 관련해서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 “전쟁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전쟁에 대비하는 것이다” 등은 지금도 유효한 고전적 진리이자 기본이다. 이 기본을 거부하면 선동가가 된다. 경제에 있어서의 기본은 대북정책에 모든 관심과 국력을 투입하는 대신 국민의 삶부터 보살피는 것이다. 경제는 어렵고 취직도 바늘구멍인데 사회는 분열되고 윤리는 붕괴되고 있다. 북한을 돕는 것보다는 국리민복(國利民福)이 먼저라는 기본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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