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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GM 붙잡아놨더니…판 뒤엎는 한국GM 노조


입력 2018.12.20 11:19 수정 2018.12.20 12:17        박영국 기자

혈세투입 감수한 국민에 고개숙일 형편인데…철수설 조장하며 파업

3월 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한국GM 군산공장 폐쇄결정 철회 범도민 총궐기대회에서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소속 노동자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3월 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한국GM 군산공장 폐쇄결정 철회 범도민 총궐기대회에서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소속 노동자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혈세투입 감수한 국민에 고개숙일 형편인데…철수설 조장하며 파업

멀쩡하게 회사 잘 다니고 있는데 누가 “그 회사 없어지는 거 아니냐”고 하면 발끈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직장은 자신과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지켜야 할 일터이자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주는 자존심이다. 설령 내부적으로 어려움이 있더라도 밖에다가는 멀쩡한 척이라도 하는 게 일반적인 직장인들의 태도다.

최근 한국GM 법인분리 추진과정에서 노조가 보여준 모습은 이런 상식에서 벗어난다. 밖에서 ‘한국 철수설’이 나돌아도 발끈해야 할 판인데, 오히려 밖에서는 괜찮다는데 자신들은 끊임없이 철수설을 제기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9일 ‘금융위 출입기자단 송년 세미나’에 참석해 “한국GM 법인분리가 폐쇄나 철수를 전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한국을 제너럴모터스(GM)의 연구개발기지로 삼기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한국GM 노조는 파업을 강행했다. 최 위원장의 발언에 앞서 전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법인분리에 찬성한 배경을 충분히 설명했지만 노조는 끝까지 회사의 미래에 대한 절망적인 시각을 거두지 않으며 일손을 멈춘 것이다. 중앙노동위원회가 두 차례나 쟁의 행위를 불허(행정지도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불법 파업이다.

국민들은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들의 직장을 지켜주기 위해 정부와 국책은행이 GM 본사를 붙잡았고 국민 혈세까지 쏟아 부었다.

그 대가로 GM은 10년간 한국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 과정에서 추진한 법인분리가 한국 철수의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노조의 의혹 제기에 산은이 검증까지 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산은과 정부가 설득하고 해명해야 할 대상은 대한민국 국민과 GM이다. 한국GM 노조는 수혜자지 설득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노조가 나서 국민에게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여야 할 상황이다.

국민의 상당수는 왜 그들의 직장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세금이 동원돼야 하는지 수긍하지 못한다. GM은 한국에서의 사업 지속을 약속하느라 자신들의 본사가 위치한 미국 대통령의 눈치를 봐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 공장을 유지하고 해외 공장을 철수하라고 연일 GM을 압박하고 있다.

박영국 데일리안 산업부 차장대우 박영국 데일리안 산업부 차장대우
일각에서는 한국GM 노조의 강경노선이 사실은 다른 곳을 지향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노조는 지난 19일 파업을 공지하며 ‘특단교섭(특별단체교섭) 성사시 투쟁지침을 유보한다’는 조항을 달아 놨었다.

노조는 그동안 사측에 폐쇄된 군산공장의 무급휴직 직원들의 생계비를 전액 부담할 것을 요구해 왔다. 당초 노사가 절반씩 분담키로 한 것을 사측 전액 부담으로 전환하라는 것이다. 사측은 특별단체교섭을 수용할 경우 노조가 이 부분을 쟁점화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조 집행부 차원에서 조합원들의 권익을 위해 주장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회사의 존립을 걸고 파업을 벌여가며 요구할 만한 일은 아니다.

냉정하게 말해 한국GM은 건강한 회사가 아니다. 구성원들의 자립 의지가 없다면 기껏 꼽아놓은 링거와 산소호흡기도 소용없다. 이 회사의 구성원들이 일자리를 지키려면 산은과 정부가 벌여 놓은 판을 잘 지켜내야 하는 게 현실이다.

판을 뒤엎었다가는 가뜩이나 혈세 투입으로 마음이 불편한 국민 여론을 자극하고, GM에 철수의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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