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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 증시' 새 증권사 수장들 가시밭길 예고


입력 2018.12.21 06:00 수정 2018.12.21 06:10        백서원 기자

본격적 한파 앞두고 떠난 수장들…“실적 부진 시 새 대표가 독박”

시장 둔화·거래대금 감소, 내년엔 더욱 심화…IB로 치열한 생존경쟁

본격적 한파 앞두고 떠난 수장들…“실적 부진 시 새 대표가 독박”
시장 둔화·거래대금 감소, 내년엔 더욱 심화…IB로 치열한 생존경쟁


연말을 맞아 증권사 수장들 임기가 만료되면서 KB증권·한국투자증권 등이 대표를 교체한 가운데 새 CEO들의 험난한 행보가 예상된다.ⓒKB증권·한국투자증권 연말을 맞아 증권사 수장들 임기가 만료되면서 KB증권·한국투자증권 등이 대표를 교체한 가운데 새 CEO들의 험난한 행보가 예상된다.ⓒKB증권·한국투자증권

연말을 맞은 증권가에 최고경영자(CEO)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증시 활황에 따라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호실적을 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주춤하기 시작해 내년 실적 전망은 더 어두워진 상황이다. 매서운 경영환경에서 지휘봉을 넘겨받아 능력을 증명해야 할 신임 수장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KB증권·한국투자증권 등 새 얼굴 속속 공개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연말 전후로 증권사 수장들 임기가 만료되면서 증권가는 새 CEO 맞이에 분주한 모습이다.

KB금융지주는 지난 19일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해 박정림 KB증권 부사장 겸 KB국민은행 부행장과 김성현 KB증권 부사장을 KB증권 각자 대표로 선정했다. 특히 박 부사장은 국내 증권업 역사상 첫 여성 대표 타이틀을 달게 됐다. 현 윤경은·전병조 KB증권 대표는 이달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난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증권업계 최장수 CEO로 유명한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도 최근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일선에서 후퇴했다. 후임엔 정일문 사장이 신임 대표로 지난달 23일 내정됐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 5년간 이베스트투자증권을 이끌어온 홍원식 대표가 3월 임기를 끝으로 물러나게 됐다. 후임으로는 김원규 전 NH투자증권 대표가 내정됐다. 앞서 하이투자증권도 DGB금융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김경규 전 LIG 대표를 새 수장으로 맞았다.

이 외에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과 조웅기 부회장(각자 대표이사),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대표,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대표,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대표,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 등이 임기 만료가 예정돼 있다. 이 중 미래에셋 두 대표와 최희문 대표 등은 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올해 정점 지났다”…내리막길에서 CEO 출사표?

올해 상반기까지는 증시 활황에 힘입어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하는 등 기록적인 성과를 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경기 둔화에 대내외 악재 등이 겹치며 주식시장 부진이 이어졌다. 내년 시장 전망은 더 어둡다.

지난달 29일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은 올해 정점을 지나 둔화 국면에 진입한 양상”이라며 “내년 국내 주식시장은 올해에 이어 부진한 성과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하반기에 들어서야 점차 안정세를 찾고 반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한금융투자증권은 지난해 48.3% 증가했던 커버리지 증권사(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삼성증권·키움증권)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올해 20% 수준에 머물고 내년에는 0.1% 상승하는 데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내년 일평균 거래대금은 8조6000억원으로 올해 대비 23.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주가 흐름은 EPS와 일평균 거래대금에 연동돼 왔다”며 “EPS 감소에 따라 거래대금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증권사들의 수익성과 직결된다. 투자자들이 주식거래를 할 때 발생하는 중개수수료 수익(브로커리지)은 증권사들의 주 수입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 55곳의 올 3분기 순이익은 9576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3.1%, 2882억원 감소했다. 이는 증시 침체로 주식거래가 위축되면서 수수료 수익이 2분기보다 5000억원 넘게 쪼그라든 영향이 컸다.

봄날 가고 한파 오자 떠난 수장들…"그래도 IB 능력 입증해야"

이러한 시장 혹한기에 회사를 진두지휘해야 할 새 CEO들의 부담도 커졌다. 업황 호조를 등에 업고 호실적을 낸 이전 대표들에게 일단 바톤은 넘겨받았지만 실적 내리막길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 수장들은 대체로 봄날을 만끽하고 실질적인 한파가 오기 전에 떠난 셈”이라며 “내년을 기점으로 올해보다 눈에 띄게 부진한 실적이 이어진다면 새 대표들이 ‘실적 독박’을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형사의 경우 상황은 더 나쁘다. 내년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이익 차별화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발행어음과 같은 신규사업을 하려면 최소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등 대형사 중심의 성장 환경이 조성됐다. 장기적으로 증권사 간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결국 투자은행(IB) 부문 강화가 실적 돌파구의 핵심이라는 게 전문가들 판단이다. 임 연구원은 “증권사들은 주식자본시장(ECM)과 채권발행시장(DCM) 등의 전통적 IB 외에 부동산 PF, 사회간접자본(SOC)를 포함한 대체투자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지급보증, 매입확약 등 채무보증 증가에 따른 IB 수수료, 배당금, 분배금 등의 다각화된 수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 비중은 56%로 앞으로 점진적인 잔고 증가에 따른 이익 성장 잠재력을 보유했다.

금융투자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시장 환경이 다소 비우호적이더라도 CEO는 능력을 입증해야만 하는 자리”라며 “초대형 IB가 부각되면서 IB 인력들로 사장들 자리가 채워지고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회사 기대에 부합하는 것은 물론, 이전 사장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투자 색깔로 경쟁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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