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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t Korea] "쓰라린 경험 반복 없다"…현지화 '전초기지' 제대로 만든다


입력 2019.01.01 06:00 수정 2019.01.04 16:37        데일리안(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이미경 기자

[신남방 금융벨트를 가다]현지기업·현지인 대상 영업…현지인 임직원 채용↑

은행·금융투자·카드 등 주력업종 외에 계열사들이 동반 진출해 시너지 확대

한국 기업과 금융회사에 있어 동남아시아는 가장 손꼽히는 기회의 땅이다. 현 정부가 막혀있는 한국 경제의 활로로 ‘신남방 전략’을 정조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로 개발도상국 리스크는 상존하지만 이 지역 성장잠재력이 갖는 메리트는 포기할 수 없는 카드다. 특히 금융권의 동남아 진출은 급가속도를 내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이어 신흥시장으로 떠오르는 미얀마와 캄보디아 시장 선점을 위한 ‘퀀텀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금융시장 성장기에 접어들고 있는 동남아 4개국에서 신남방 금융벨트를 구축하고 있는 국내 금융회사들의 활약상을 직접 들여다봤다.

[신남방 금융벨트를 가다]현지기업·현지인 대상 영업…현지인 임직원 채용↑
은행·금융투자·카드 등 주력업종 외에 계열사들이 동반 진출해 시너지 확대


현재 신남방국가 전체 경제규모로는 명목 GDP(국내총생산)가 5조3000억 달러(5920조1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인구도 이 지역국가를 전부 합치면 19억5000만명에 육박한다.ⓒ게티이미지뱅크 현재 신남방국가 전체 경제규모로는 명목 GDP(국내총생산)가 5조3000억 달러(5920조1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인구도 이 지역국가를 전부 합치면 19억5000만명에 육박한다.ⓒ게티이미지뱅크

동남아 시장이 한국 금융회사들의 현지화 전략을 위한 전초기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과거 중국에서 실패의 쓴 맛을 봤던 국내 금융사들이 이를 교훈삼아 동남아 시장에서는 현지에 걸맞는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시스템 재정비를 통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신남방 국가들의 엄청난 인구밀집도와 높은 성장률, 금융부문의 낮은 침투율과 높은 수익성 등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현재 신남방국가 전체 경제규모로는 명목 GDP(국내총생산)가 5조3000억 달러(5920조1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인구도 이 지역국가를 전부 합치면 19억5000만명에 육박한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많은 인구 수를 자랑하는 중국(14억1000만명)보다 5억명이상 더 많다.

신남방시장이 여전히 금융부문에서는 블루오션이라는 점에서 매력도가 크다. 이 시장은 국내 금융회사들이 다양하게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점에서 기회의 땅으로 주목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수익 한계에 봉착한 금융회사들이 미래 먹거리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은 크다.

금융회사, 현지기업·현지인 대상 영업강화…현지인 채용도 증가

정부의 신남방 정책 지원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된 것과 맞물려 국내 금융회사들의 현지화 전략도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현재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캄보디아, 필리핀 등 10개국에 은행과 금융투자, 보험, 지주 등의 해외점포가 각각 포진해있다. 특히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3개국에 99곳(61%)이 소재해있어 이들 국가들에 대한 비중이 크다. 이 가운데 베트남에 진출해있는 은행, 금융투자, 보험 등을 합치면 총 점포수는 52개로 압도적으로 많다. 업권 전체를 합한 점포수로 따져보면 인도네시아(25개), 미얀마(22개), 인도(18개), 싱가포르(17개), 캄보디아(13개) 순이다.

현지에 진출한 업권중에는 은행이 76곳(47%)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점하고 있다. 이어 금융투자(34곳), 여전사(28곳) 순으로 나타났다. 은행 현지법인 산하지점을 포함하면 점포수는 총 621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지방은행 30곳이 포함돼있다.

최근 소매금융에 특화된 국내은행을 중심으로 지점을 늘리고 있지만 실제 현지법인을 중심으로 크게 그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9월 중심으로 현지법인 수는 매년 숫자가 껑충늘어나고 있다. 이는 지점이나 사무소의 증가폭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과거 금융회사들의 현지 영업 방식도 최근들어 바뀌고 있다. 현지 국내기업이나 주재원, 교민 대상의 영업방식에서 현지기업과 현지인 대상의 영업 위주로 크게 확대되고 있다. 과거에 국내직원들을 주로 파견했다면 최근에는 현지인 임직원 채용이 크게 늘었다.

금융회사가 현지에 지점을 내는 방식이 아닌 현지 금융회사를 인수합병(M&A) 하거나 지분인수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올해 기업은행은 아그리스 은행에 이어 미트라니아가 은행 2곳 현지 은행과 조건부 주식인수계약을 체결했고,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의 대주주적격성 심사통과 및 최종승인을 받는 절차가 남아있다. 국민은행도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지분 22%를 취득했지만 지분 확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소매금융에 특화된 국내은행을 중심으로 지점확대, 예금수취, 인수합병(M&A) 등에 유리한 현지법인 형태의 해외점포 운영이 가장 많은 편"이라며 "이에 반해 도매금융에 특화됐거나 현지 특성상 소매금융이 곤란한 경우에는 본사의 신용으로 대규모 자금을 저리에 조달할 수 있는 지점 형태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주력업종 외에 계열사 동반 진출 러시…동남아 진출 리스크는 고려해야

금융회사들의 또다른 현지화 전략은 주력업종 외에 계열사들의 동반 진출이다. KB는 라오스에 카드와 캐피탈이 현지법인 형태로 진출해있다. 신한은 미얀마에 은행(지점)과 카드(현지법인)가, 베트남에서는 현지법인 형태의 은행, 금융투자, 생보사(사무소)가, 인도네시아에는 은행, 금융투자, 카드사가 현지법인형태로 진출해있다. 미래에셋은 베트남에 증권과 캐피탈이 현지법인 형태이고 자산운용도 지난해 베트남투자공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미래에셋생명도 지난해 베트남 프레보아생명과 통합법인을 세웠다.

현지에서 성공사례로 주목받는 금융회사들은 M&A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현지 특화상품을 개발하고 핀테크 회사와 전략적 제휴로 판매망을 확충하는 등 수익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남방정책을 발판삼아 최근 금융회사들이 동남아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지만 실패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여러가지 리스크 요인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동남아 곳곳에서는 천연자원이 넘쳐난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한국과 달리 동남아 땅 곳곳에 석유와 천연가스 등이 묻혀있다. 때문에 동남아 국가들의 천연자원 의존도 역시 상당히 높다. 무역에 대한 의존도 역시 명목 GDP의 93.3%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동남아 신흥국들이 미·중 무역분쟁과 보호 무역주의로 인한 타격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는 허약한 구조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외채에 대한 의존도도 상당해 대외발 충격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들 국가들의 외채는 GNI(국민총소득)의 43%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 일본계나 중국계 자본 영향력이 상당히 크다는 점과 현지 진입장벽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과 금융회사들의 애로사항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동남아 금융시장이 한계에 봉착한 국내 금융회사들에게 기회의 땅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 현지에 진출한 금융인들의 공통된 견해다.

하종원 캄보디아증권거래소(CSX) 부이사장은 "동남아 금융시장은 한국금융기업들의 영토 확장 및 수익성 증대에 있어서 좋은 기회"라며 "한국의 금융 경영 및 기법 등은 동남아 시장에서도 경쟁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어서 한국의 위상 증대와 함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등 금융한류의 한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지에 특화된 전문적인 지식, 네트워크, 현지 관습 존중 등 여러가지 면을 고려하면서 사업 추진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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