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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마감하며, ‘공권력 해이’를 걱정한다


입력 2018.12.31 08:00 수정 2018.12.30 21:44        데스크 (desk@dailian.co.kr)

<김우석의 이인삼각> 문재인 정부, 귓전으로 듣고 엉뚱한 항변으로 무지(無知)와 무능(無能)

검·경, 주구(走狗)역할 하지 않고 올바른 정부역할…든든한 공권력이 그 시금석

<김우석의 이인삼각> 문재인 정부, 귓전으로 듣고 엉뚱한 항변으로 무지(無知)와 무능(無能)
검·경, 주구(走狗)역할 하지 않고 올바른 정부역할…든든한 공권력이 그 시금석


국방부는 계엄 문건 파문을 일으킨 국군기무사령부를 대체 할 새로운 군 정보부대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창설식을 지난 9월 1일 경기도 과천 군사안보지원사령부(구 기무사령부) 청사에서 거행했다. 사진은 군사안보지원사령부 부대마크. ⓒ사진공동취재단 국방부는 계엄 문건 파문을 일으킨 국군기무사령부를 대체 할 새로운 군 정보부대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창설식을 지난 9월 1일 경기도 과천 군사안보지원사령부(구 기무사령부) 청사에서 거행했다. 사진은 군사안보지원사령부 부대마크. ⓒ사진공동취재단

2018년 한해도 저물어간다. 대부분 국민이 일년 내내 고생 많으셨다. 국가적으로 기대를 많이 갖고 시작했으나, 그 기대에 부응한 한해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악화일로이던 북핵문제에 연초부터 새로운 기운이 퍼졌다. 수차례 남북정상회담이 열렸고, 미북정상회담도 열렸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화려하기만 했지 실속을 찾기는 힘들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경제지표는 계속 고두박질 쳤다. 저자거리에서는 못살겠다고 난리인데, 정부는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귓전으로 듣고 엉뚱한 항변으로 무지(無知)와 무능(無能)을 드러낸다.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계속 하락하더니 연말에는 40%대로 내려앉았다.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을 느꼈는지, 청와대 참모들이 각계의 의견을 청취하러 대면하고 전화를 돌리고 있다 한다. 권력에 취해 질주하는 과정에서 볼 수 없었던 행태다. 연락을 받은 사람들은 ‘안도와 불안이 교차한다’고 했고, ‘지금 상황이 얼마가 심각한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고도 했다. 그래도 문재인정권이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노동계 눈치보기’와 ‘포퓰리즘’이다.

현정부는 소위 ‘촛불혁명세력’의 꽃가마를 타고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 선두에 민주노총이 있었다. 그들은 현정부들어 자신들이 대한민국의 주인인양 거들먹거렸다. 그들에게 피해는 보는 사람들이 차고 넘치는데, 정부는 꼼작 못하며 민노총 전횡이 새어 나가지 못하게 외곽경비만 서고 있다. 과도한 노동정책에 대해 대통령이 ‘사회적 수용성 고려’를 주문했지만, 일선까지 전파되기에는 역부족이다. 리더십의 결정적 훼손이지만, 달리 방법이 없는 것 같다. 노무현정권의 트라우마 때문일 것이다. 대표적인 공권력인 검찰과 경찰도 ‘기업 죽이기’, ‘前정권 인사 괴롭히기’에만 매달리지, 정작 심각한 민생위협에 대해서는 뒷짐만 지고 있다.

검찰과 경찰의 내치(內治)를 위한 공권력이라면, 군대는 외부의 위협에 대항해 국가를 지키는 공권력이다. 정권유지 뿐 아니라 국가수호를 위해 가장 중요한 기구다.

연말이 되니 연례행사처럼 문재인 대통령이 전방부대 장병들을 위문했다. 전날 ‘평일 외박’, ‘휴대폰 사용’ 등 장병복지 조치를 취할 때 곧 위문 가겠구나 싶었는데 역시 그랬다. 문대통령은 장병들을 만나 공치사에 여념이 없었다. 병사에 대한 급여 인상, 복무기간 단축, 평일 외출, 휴대폰 사용 등 조치를 자랑했다. 위문현장에서 신입병사의 여자친구와 영상통화를 연결해 ‘고무신 거꾸로 신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런 친근한 모습에 병사들은 환호했다.

위문자체는 칭찬할 일이지 탓할 일이 아니다. 최근 대통령 국정지지도 하락을 견인하고 있는 표본군이 ‘20대 남성’이기에, 그 표본군으로만 구성된 군대를 찾는 것은 당연하다. 국군통수권자로서의 독보적인 지위도 있기에 누가 시비를 걸 수도 없다. 또 이들의 지지철회 이유가 ‘군복무’와 무관치 않기에 군부대를 찾는 것은 일석이조(一石二鳥)다. 그러나 위문 전후의 군 정책은 ‘포퓰리즘’ 그 자체이기에 우려스럽다.

군대 사고와 탈영은 군생활이 힘들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회에서의 문제와 갈등, 뒤처진다는 상대적 열등감 등이 주된 원인이 된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해법은 단순하다. 아무생각없이 그냥 군생활에 몰입하는 것이다. ‘거꾸로 매달아 놔도 국방부시계는 간다’고 했다. 아니 거꾸로 매달리는 정도로 ‘뺑이’를 쳐야 시간이 더 잘 간다. 지루할 틈이 없어야 시간이 잘 가고, 사회의 소식을 접하지 않아야 고뇌가 덜하다. 생각이 많으면 시간은 더디 가고 번민은 쌓여간다. 당연히 사고의 위험은 커진다.

지금 정부가 시행하는 복무시간 단축은 조바심을 조장하고 취업걱정을 심화시킨다. 봉급을 늘려준다고는 하지만, ‘도긴 개긴’ 이다. 오히려 쓰임새를 늘려 영내에서의 위화감만 조장할 수 있다. 게다가 평일 외출은 적을 돈을 한 번에 탕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휴대폰전화 사용은 끊임없이 가족과 애인을 걱정하게 할 것이다. 인연은 범민을 낳고, 번민은 사고를 낳는다. 사회에 남은 애인이 휴대폰 통화를 할 수 있다고 고무신을 거꾸로 안 신겠는가? 오히려 사회에서와 달리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애틋한 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헤어질 관계면 휴대폰이 있어도 헤어질 것이고, 지속될 관계면 휴대폰이 없어야 더 깊어질 것이다.

휴대폰 이야기가 나왔으니 넘어갈 수 없는 우려가 있다. ‘군사정보 유출’이다. 정부에 불신이 많은 분들은 ‘이미 정부 상층에서 모든 정보를 갖다 바치는데 새삼 뭔 걱정이냐’고 한다. 그러나, 현장이 무너지면 겉잡을 수 없다. 아무리 카메라에 스티커를 붙이는 등의 조치를 한다 해도 손에 닿는 위치에 휴대폰이 있다면 유혹에 뿌리치기 힘들다. 그러다 보면 보안에 대한 인식은 ‘도덕적 해이’처럼 느슨해질 것이다. 처음에는 사소한 정보가 대상이 되겠지만, 공명심과 과시욕이 커지면 경쟁적으로 군사기밀을 유출하게 될 것이다. SNS를 위한 ‘짤(사진)’에 목숨을 거는 세태다. 우스겟소리로만 하던 ‘당나라 군대’가 되지 않으라는 보장이 있는가?

군대 지휘체제도 문제다. 요즘 지휘관들은 ‘장병 부모들 등살에 영(令)이 서지 않는다’는 하소연이 많다. 휴대폰이 없는 지금도 어떻게 알았는지 훈련계획만 세워지면 부모가 부대로 전화를 해 ‘자신의 자신은 건강이 안 좋으니 어려운 훈련은 참여시키지 말라’고 은근히 압박을 한다고 한다. 이런 현상이 ‘확산’과 ‘소외’가 거듭되며 지휘관의 영은 무력화된다. 학교 교사와 같이 지휘관은 ‘관망자’가 되고, 불평등은 더욱 심화된다. 학교와 달리 군대는 전형적인 계급사회이기에 계급을 넘는 영향력은 전체 체제를 위태롭게 한다.

휴대폰 사용은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한마디로 가뜩이나 통제가 안 되는 병사와 부모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다. 영이 서지 않는 군대는 사고가 나기 마련이다. 작은 사고에도 사회는 더욱 시끄러워질 것이다. 사소한 문제들이 침소봉대될 것이다. 그냥 넘길 수도 있는 문제가 스마트폰으로 전파되고, 청와대 게시판까지 들썩거릴 수 있다. 군대에서 ‘이수역폭행사건’처럼 허무맹랑한 제보가 나온다면 곧바로 정치적인 문제로 비화될 것이다. 군대가 정치판이 되는 것이다. 억울함은 당연히 최소화해야겠지만, 한꺼번에 모두 없애버리겠다고 덤비면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군대는 사회보다 더욱 위험하다. 군대는 조직적 특성이나 독특한 역할을 고려할 때, 그런 혼란에 빠지지 말아야 하는 국가기구다.

새해에는 경제가 좋아졌으면 좋겠다. 북한 비핵화가 진전되면 좋겠다. 그러나 그 첫 단추는 올바른 정부역할이다. 든든한 공권력이 그 시금석이다. 검·경이 주구(走狗)역할을 하지 않고, 군대가 정치에 초연해 제 역할을 충실히 해야 정부의 다음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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