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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2019년 신년사에 꼭 담아야할 것은


입력 2019.01.01 04:00 수정 2019.01.01 07:13        데스크 (desk@dailian.co.kr)

2018년 신년사에서 약속한 8대 과제 성적표는 낙제

현실을 직시하고 실패를 인정한다면 해법도 보인다

2018년 신년사에서 약속한 8대 과제 성적표는 낙제
현실을 직시하고 실패를 인정한다면 해법도 보인다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2년차 2018년도 끝이 났다. 무엇을 했나 돌아보면 수많은 장면들이 떠오를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 평양에서의 세번째 만남, 3월 9월 베트남 아랍에미리트를 시작으로 6월 러시아, 7월 인도 싱가포르, 9월 뉴욕 UN총회, 10월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덴마크, 11월 싱가포르 ASEAN과 파푸아뉴기니, 12월 체코를 거쳐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와 뉴질랜드 등 총 44일간의 순방일정들…물론 평창 동계올림픽 장면도 빼놓을 수 없겠고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을 통한 한미정상회담도 꼽아야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정을 논하는데 빼놓지 않는 것이 ‘불통’이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들었던 찬사는 ‘소통의 대통령’이었다. 국민과의 소통. 국민과 소통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겠지만 박 전대통령에게 씌워진 ‘불통’ 비판의 핵심은 당시 기자들과 만나지 않는다는 것이었기에 문 대통령의 기자 대면 횟수를 세어보았다. 취임 후 지금까지 공동기자회견을 포함해 5회, 2018년만 따지고 보면 단독 공식기자회견은 1회, 국내 문제 답변 안하겠다는 기내간담회 1회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2018년 한햇동안 무엇을 했나 살펴보기 위해선 대통령 스스로 약속한 것을 얼마만큼 이루었나로 화두를 좁히는 것이 빠를 듯하다. 흔히 대통령의 신년사는 1년 동안의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하고 스스로 숙제를 내 완수하겠다는 다짐의 서약이기도 하다. 하여 지난 1월 10일 오전 10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20여분간 발표한 문 대통령의 2018년 신년사를 꼼꼼히 뜯어보고 대통령이 제시한 굵직한 화두만 뽑아보았다.

①일자리 창출 ②최저임금 인상 ③사회적 대타협 ④혁신성장 ⑤공정경제 ⑥안전한 대한민국 ⑦지방분권 개헌 ⑧북핵 문제 해결 한반도 비핵화

신년사에 언급한 순서대로 번호를 매겼다. 즉 당시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보다 일자리 창출을 맨 앞으로 말할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했다. 촛불 예찬론으로 시작한 신년사는 곧 일자리 상황판 설치의 자화자찬으로 이어진다.

“국민 여러분, 제가 대통령이 되어 가장 먼저 한 일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한 것입니다…(중략)…’사람중심 경제’의 핵심에 일자리가 있습니다.”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 때 우려했던 것은 일자리가 주식 시세도 아니고 매일매일 상황이 수치로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닐진대 집무실에 저런 것을 만들어놓으면 필시 공무원들이 수치에만 집착해 수십년간 축적된 온갖 노하우를 총동원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런 우려도 사치였다. 그런 숫자놀음조차도 불가능하게 만들 정도의 악성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것이다. 물론 그 상황판의 존재를 문 대통령 면전에서 언급할 강심장은 청와대 내에 없었다.

수치는 참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졌던 2008년 이래로 취업자 증가폭이 10개월이 넘게 10만명대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12월 11일 들어서야 “고용 문제에 있어서는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엄중한 평가”라고 실패를 시인했다.

신년사에서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는 대목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의미있는 결정”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노동자의 삶의 질을 보장하고 가계소득을 높여 소득주도 성장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과연 그렇게 됐을까?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에서 가계소득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은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근로소득의 경우 작년대비 22.6%나 줄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올해 최저임금을 역대 최대폭으로 올렸는데도 저소득층 가구 근로소득은 역대 최대폭으로 감소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노총은 탄력근로제 확대 반대를 명분 삼아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 합의 기구인 ‘경사노위’에 불참한채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년사에서 “사회적 대화와 대타협에 역점을 두겠다”던 문 대통령은 “민노총이 불참하더라도 경사노위 계속하라”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물론 무슨 빚을 졌길래 민노총에 끌려다니냐는 야당의 논평을 들어야 했다.

올초만 해도 소득주도 성장의 장밋빛 미래에 대한 확신에 찬 찬사와 함께 곁다리로 언급한 것이 ‘혁신성장’이다. 신년사에서 문 대통령은 “혁신성장은 미래 성장 동력 발굴 뿐만 아니라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반드시 성공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성장동력 즉 미래 먹거리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문제는 어떤 미래 먹거리를 찾아냈는지는 고사하고 집권 3년차가 코앞인데 현재까지 회의실에서 먹거리 찾는 회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김광두 부의장이 문 대통령 앞에서 보고 형식으로 전기차 배터리나 센서 부품, 인공지능(AI), 플랫폼 비즈니스 등에 집중해야한다는 내용이 그나마 전부다. 그러니까 투자는커녕 아직도 찾고 있다는 뜻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은 당연히 규제 개혁이다. 연초에는 대기업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혁신성장을 강조했지만 연말이 되자 기업들의 공적 책임을 강조하는 ‘공정경제’만이 화두로 남았다. 최근 박용만 상의 회장이 “20대 국회에서 기업 관련 법안이 1500개 정도인데 이중 규제법안만 833개”라며 “지금까진 냄비 안 개구리가 땀 흘리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부턴 정말 화상을 입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절박한 기업 상황을 대변한 것이다. 한마디로 혁신성장은 변죽만 올리다 실종됐다.

문 대통령은 또 신년사에서 “새해에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온 힘을 다하겠다”면서 “국민안전을 정부의 핵심 국정목표로 삼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신년사를 발표한지 16일째 되는 날 그러니까 1월 26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40여명이 사망한 것을 시작으로 1월 말 정선 광산 발파 매몰사고, 폭염으로 인한 대규모 온열 질환 사망 사건, 태풍 콩레이 피해가 이어지더니 9월초 부산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살모넬라균 초코케이크 급식 사고는 단군이래 최대 식중독 사고로 기록됐다.

10월 들어서부터 숨가쁘게 사고가 속출하는데 10월 7일 고양 저유소 화재 발생, 11월 9일 국일고시원 화재 7명 사망, 11월 24일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12월 4일 고양시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 12월 8일 강릉발 서울행 KTX 열차 탈선 사고, 12월 18일 강릉 펜션 일산화탄소 누출 고교생 집단 사망 사고, 12월 24일 가파도 앞바다 여객선 좌초 등등 대형사고이거나 참사로 이어질뻔한 사건만 추려도 촘촘한 기록이 됐다.

지방선거와 연계하려 했던 지방분권 개헌은 무산됐지만 그게 그렇게 절박하다면 지금이라도 더 불을 지펴야 하는데 지선 이후 한번도 언급을 안하는 것을 보면 그 주장의 정치적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끝으로 문 대통령이 신년사 말미에 가장 길게 강조한 것이 바로 한반도 비핵화다.

“저는 당장의 통일을 원하지 않습니다…(중략)…올해가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원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중략)…한반도 비핵화는 평화를 향한 과정이자 목표입니다.”

신년사에서 강조된 한반도 비핵화, 사실 정확한 표현은 북한 비핵화이지만 천번 양보해서 그게 그 뜻이라 할지라도 9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부터는 아예 핵문제는 실종되고 종전선언으로 초점이 바뀌더니 연말에 가서는 연내 김정은 답방으로 이슈몰이된 형국이다. 한반도 평화는 북이 원하는대로 우리민족끼리 지원하고 투자하고 냉면 먹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북핵의 비가역적 파기로 이루어진다. 취임 이후 북핵 문제의 해결을 강조하던 문재인 정부는 이제 세계 대북제재의 공조를 어떻게 하면 피하면서 대북 교류를 할까에 매달리는 상황이다.

이제 며칠 있으면 발표하게 될 신년사를 위해 지금쯤이면 청와대내 연설담당 부서가 초안 작업에 돌입했을 시기다. 새해 신년사에 무엇을 담을지 고민한다면 그보다 앞서 2018년 신년사를 꼼꼼히 읽어보길 권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조언 중 ‘상인의 현실감각’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과오를 인정하지않으면 안보도 경제도 교육도 안전도 그 무엇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2018년 신년사는 반면교사로 보여주고 있다.

글/이종근 언론인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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