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국민은행 총파업이 들춰낸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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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9년 12월 07일 19:04:21
    [기자의눈] 국민은행 총파업이 들춰낸 자화상
    직원 1/3 자리 비웠지만…전국 1058개 모든 영업점 오픈
    모바일·인터넷뱅킹 저력…떨어진 직원 가치 노조가 증명한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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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1-09 10:31
    부광우 기자(boo0731@dailian.co.kr)
    직원 1/3 자리 비웠지만…전국 1058개 모든 영업점 오픈
    모바일·인터넷뱅킹 저력 발휘…떨어진 직원 가치만 현실로


    ▲ 19년 만의 총파업에 나선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지부가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2018 임금·단체협약 협상' 최종 결렬에 대한 총파업선포식을 갖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요즘 굳이 지점 창구를 직접 찾아 처리할 은행 업무가 얼마나 있나요"

    국민은행 노동조합이 하루짜리 총파업을 강행한 지난 8일 서울 여의도의 한 국민은행 점포 자동화기기(ATM)에서 개인 용무를 마치고 나오는 한 중년 남성이 이날 파업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며 내뱉은 말이다. 그나마 현금이 필요해 ATM을 사용하고자 점포를 찾았을 뿐, 다른 일반 은행 업무였다면 모바일로 해결했을 것이라며 옷깃을 여몄다.

    국민은행 노조가 19년 만에 총파업을 단행했다. 그들의 결의 구호와 웅성거림으로 메워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의 소란과 달리, 정작 현장 점포들은 차분한 분위기로 대조를 이뤘다. 영업점 입구에 '파업으로 업무 처리 시간이 지연되거나 일부 업무가 제한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었지만, 우려했던 혼란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날 파업으로 1만7000여명의 국민은행 직원들 중 3분의 1이 자리를 비웠다. 하지만 전국 1058개에 달하는 국민은행 점포들 중 셔터를 내린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주택 구입 자금 대출이나 전세 자금 대출, 수출입 기업 금융과 같이 일반 영업점에서 제한이 발생할 수 있는 업무도 거점 점포로 지정된 411개 지점에서 처리됐다.

    오히려 이번 파업은 그 동안 성장해 온 비대면 채널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모바일과 인터넷 뱅킹, ATM은 파업의 무풍지대로 남아 정상 가동됐다. 현장 점포들에서 별다른 소란이 없었던 것은 대부분의 고객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부분의 서비스를 지장 없이 이용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민은행의 거래 중 86%는 모바일·인터넷뱅킹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오히려 일부 고객들은 예상치 못한 파업의 반사이익(?)마저 누렸다. 국민은행이 파업일 영업시간 중 발생하는 금융거래에 수수료를 면제해 주기로 하면서다. 타행송금과 같은 ATM 이용 수수료와 창구 거래에서 발생하는 제증명서발급 수수료, 제사고신고 수수료 등 수신·여신 관련 수수료는 물론 외환 관련 수수료도 면제됐다. 또 국민은행은 대출의 기한연장과 원리금 납부 등 파업으로 당일 정상적으로 처리되지 않은 업무는 연체 이자 없이 처리하기로 했다.

    결국 이번 국민은행의 파업은 낮아진 현장 직원들의 가치만 여실히 드러낸 계기가 돼버렸다. 자신들이 출근하지 않으면 은행 영업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기대 아닌 기대는 물거품이 된 셈이다. 고객 불편을 볼모삼아 자신들의 몸값을 인정받으려 했던 노조의 의도는 도리어 악수가 되고 있다.

    여론마저 싸늘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 불황과 취업난 속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이들의 처우 개선 외침은 서민들의 역린을 건드렸다. 이번 파업이 근로자의 권익 찾기보다는 기득권 사수로 비춰지는 데에는 그 만한 이유가 있다. 차라리 이참에 저들을 정리하고 세대교체에 나서자는 반응마저 터져 나온다.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 셈이다.

    그럼에도 국민은행 노조는 앞으로 네 차례 더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러면서 협상의 끈은 놓지 않겠다는 점을 계속해 강조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편과 기업 이미지 추락을 미끼로 끝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켜 보겠다는 의도다.

    금융권을 휩쓸고 있는 핀테크 열풍 속에서 은행 현장 직원들의 위기감은 커져 왔다. 대면 채널의 중요성이 줄면서 점점 자리를 지키기 힘든 처지가 됐다. 그리고 이번 파업은 이런 우려가 냉혹한 현실임을 재확인시켰다. 현장 점포에 앉아 있는 은행원들의 떨어진 가치만 입증했을 따름이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 노조의 최근 행보는 국민은 물론 다른 은행원들로부터도 지지받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파업을 벌였던 2000년 이후 강산이 두 번 가까이 바뀌는 동안 얼마나 세상이 빠르게 바뀌어 왔는지 직시할 때다.[데일리안 =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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