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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교보생명 2000억대 새 전산시스템 가동 연기


입력 2019.01.10 06:00 수정 2019.01.10 10:31        부광우 기자

지난해 말 구축 작업 완료 계획 물거품

"안정성 확보"…추가 비용 가능성 등 숙제

지난해 말 구축 작업 완료 계획 물거품
"안정성 확보"…추가 비용 가능성 등 숙제


교보생명이 2000억원 대에 달하는 자본을 투입한 새로운 전산시스템 가동이 올해 하반기로 미뤄지게 됐다.ⓒ교보생명 교보생명이 2000억원 대에 달하는 자본을 투입한 새로운 전산시스템 가동이 올해 하반기로 미뤄지게 됐다.ⓒ교보생명

교보생명이 2000억원 대에 달하는 자본을 투입한 새로운 전산시스템 가동이 올해 하반기로 미뤄지게 됐다. 계획대로라면 해당 시스템은 지난해 말 구축 작업이 끝나야 했지만, 좀처럼 원하던 수준의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교보생명은 좀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벽한 상태에서 이를 운영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에 따른 추가적인 비용 부담 등 역효과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당초 지난해 11월에 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교보생명의 '보험시스템 V3'의 시범 가동은 빨라도 올해 하반기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교보생명이 프로세스 혁신 차원에서 제작에 나선 보험시스템 V3는 계약 청약부터 보험금 지급까지 보험 영업의 전 업무를 지원하는 차세대 전산 체계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원래 사업 계획 상 보험시스템 V3의 구축 완료와 가동은 지난해 말이 목표였지만, 지금으로서는 올해 말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마련된 시스템의 품질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판단해 계획을 연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이 차세대 전산시스템 개설은 그 시작부터 경쟁사들의 남다른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당시 국내 생명보험사의 신규 전산시스템 사업 중 최대 자금이 투입된 프로젝트여서다. 교보생명의 보험시스템 V3는 발주 규모만 2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보생명이 새 전산시스템 사업을 본격화한 것은 3년여 전의 일이다. 교보생명 이사회는 2015년 10월 열린 회의에서 보험시스템 V3 구축 계획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이듬해 중순 LG CNS를 사업자로 선정하며 시스템 개발에 본격 돌입했다.

신규 시스템 구축 완료로 잡았던 시점이 다가오면서 교보생명이 내놓을 결과물에 대한 관심은 커져왔다. 특히 교보생명의 새로운 시스템이 보험금 지급 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소식에 주목도는 한층 높아졌다. 보험사는 상품을 출시한 후 보험금 지급시스템을 만드는데 통상 수개월이 소요되는데, 교보생명의 차세대 전산시스템은 이를 2주 내 끝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교보생명이 새 전산시스템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장밋빛 기류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예정된 시기에 가동이 불가능한 상황임이 확인되면서 이 같은 의혹 제기는 일정 부분 사실로 드러난 셈이 됐다.

이에 따라 기존 예측보다 다소 시간은 늦어지게 됐지만, 교보생명은 확실히 안정성을 확보한 뒤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오픈하기로 했다. 특히 앞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신규 전산시스템 적용 과정에서 홍역을 치른 모습은 이런 결정에 주요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2017년 10월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도입하는 도중 빚어진 혼선으로 한 때 몸살을 앓았다. 전산에 무리를 가하는 자료 추출과 보험료 자동이체 등을 처리하는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장애가 발생, 고객들은 정상 보험료보다 많은 금액을 영수한 후 차액을 환급받는 불편을 치러야 했다. 또 시스템 불안정으로 접속과 업무 처리에도 차질이 생기면서 보험설계사 등 현장 직원들도 영업에 혼란을 겪어야 했다.

이처럼 혹시 문제를 확실히 해결하고 가기로 하면서 그에 따른 추가 비용은 교보생명이 짊어져야 할 새로운 숙제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차세대 전산시스템 개방에 맞춰 영업에 속도 조절을 해 오다가 청사진이 틀어져 발생하게 된 잠재적 손실도 교보생명이 감내해야 할 부정적 요인으로 거론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LG CNS 측과 사업 기간 연장에 따른 비용 문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며 "이왕이면 새로운 전산시스템이 설계가 되고 나서 상품을 내놓는 것이 더 좋기는 하지만, 상황이 바뀐 만큼 이에 맞춰 신상품을 출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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