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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위한 파업? 국민은행 노조 '내우외환'


입력 2019.01.15 10:44 수정 2019.01.15 10:47        부광우 기자

성과급 300% 요구 결국 수용 됐지만 파업 강행 배경은

L0 경력 문제, 내부 갈등 도화선…정치적 의도 논란까지

성과급 300% 요구 결국 수용 됐지만 파업 강행 배경은
L0 경력 문제, 내부 갈등 도화선…정치적 의도 논란까지


19년 만의 총파업에 나선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지부가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2018 임금·단체협약 협상' 최종 결렬에 대한 총파업선포식을 가지고 있다. 노사는 성과급, 임금산정체계, 임금피크제 등 3대 쟁점을 가지고 밤샘 협상을 벌렸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19년 만의 총파업에 나선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지부가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2018 임금·단체협약 협상' 최종 결렬에 대한 총파업선포식을 가지고 있다. 노사는 성과급, 임금산정체계, 임금피크제 등 3대 쟁점을 가지고 밤샘 협상을 벌렸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KB국민은행 노조의 강경 파업 노선을 두고 조합원들 사이에서 동요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 지도부가 파업을 위한 파업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조합원들의 이탈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민은행의 파업을 바라보는 여론의 흐름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노조의 무리한 파업 강행에 대한 비판은 점점 커지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19년 만의 파업을 시행한 지난 주 이후 국민은행 사내 직원 게시판에는 노조 지도부를 지적하는 내용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파업의 성패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들과 함께 부족한 명분을 지적하는 글들도 게시됐다.

이 같은 균열은 최근 국민은행 노조 지도부의 불도저식 행보에 대한 불만으로 풀이된다. 당초 불가능하다고 봤던 노조의 주장 일부를 사측이 전격 수용했음에도 요구 수위를 계속 높여 가고 있어서다. 결국 노조 지도부가 이번 달 말 설 연휴 직전에 예고해둔 파업을 끝내 밀어 붙이고자 고자세를 유지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지난 8일 1차 총파업 이전까지 국민은행 노조의 중점 요구 사안은 300% 성과급 지급이었다. 이에 대해 사측이 다른 시중은행들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200% 정도만 가능하다고 제안하면서 대립이 이어졌다. 이어 사측이 보로금과 미지급 시간외수당을 합쳐 성과급 250%라는 중재안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노조는 이 역시 수용 불가라며 맞섰다.

그러다 총파업 전날 결국 허인 국민은행장이 직접 나서 300% 상당의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전하면서 극적으로 갈등이 해결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졌다. 노조의 양보가 없는 상태가 계속되는 와중 사측이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사실상 노사가 합의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은행 노조는 끝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총파업을 단행했다. 성과급 대신 내세운 조건은 고용 안전성 조건들에 대한 보장이었다. 국민은행 노조는 직급별 호봉 상한제인 페이밴드 진입 시기 조정과 창구 전담 직원인 L0 직급의 경력 인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집단행동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런 노조의 요구들 중에서 L0 직급에 대한 처우 문제는 국민은행 구성원들 간 반목을 일으키고 있는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은행의 직원 등급은 L0부터 시작해 대리급인 L1, 과·차장급인 L2 순으로 올라간다. 2014년 국민은행은 지점 창구 전담 직원인 텔러 등 4100여명의 무기계약직을 한꺼번에 정규직으로 전환했는데, 이들이 속한 등급이 L0다.

이들은 L0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비정규직 시절 근속 기간의 25%만 경력으로 인정받았다. 그런데 이번에 노조가 협상 조건으로 L0의 과거 경력 전부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면서 노노(勞勞) 갈등의 씨앗을 뿌렸다. 만약 비정규직 시절 경력을 모두 인정해줄 경우 L0 직원들 일부는 L1이나 L2 직군의 연봉을 역전하게 된다. 치열한 공채 경쟁을 뚫고 입사한 L1이나 L2 직군에서 억울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내부 반발이 커지면서 노조의 파업 의도를 의심하는 목소리마저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노조 지도부가 조합원들보다 자신들의 영향력 과시를 위해 파업을 악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다소 격한 반응까지 나온다. 현 국민은행 노조 지도부가 자체 추산 조합원 3분의 2를 파업에 동원하면서 내년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자신들의 정치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앞으로 네 차례 더 파업을 예고한 국민은행 노조 지도부에게 향후 행보에 있어 짐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1차 파업의 경우 조합원 96%의 찬성을 받아 강행의 명분이 있었지만, 이보다 지지도가 떨어진다면 파업의 당위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파업에 대한 일반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국민은행 노조에게는 부담 요인이다. 끝 모를 불경기가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억대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 국민은행 노조의 파업을 두고 집단 이기주의라는 비난의 시선이 점점 짙어지고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을 바라보는 이미지가 나빠질 대로 나빠진 와중 벌어진 국민은행의 파업에 곱지 않은 여론이 형성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며 "여기에 지도부와 조합원들 사이의 내부 갈등 조짐까지 일면서 노조의 파업 동력은 한층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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