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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t Korea]"농부 심정으로" 국내 中企-미얀마 진출 잇는 마중물 꿈꾼다


입력 2019.01.21 06:00 수정 2019.01.21 06:01        데일리안(미얀마 양곤)= 배근미 기자

[신남방 금융벨트를 가다] 김태경 IBK기업은행 양곤사무소장 "은행업 진출 목표"

"'중소기업'이 우리 핵심 역량, 현지 진출 지원 및 미얀마에 금융 노하우 전파할 것"

한국 기업과 금융회사에 있어 동남아시아는 가장 손꼽히는 기회의 땅이다. 현 정부가 막혀있는 한국 경제의 활로로 ‘신남방 전략’을 정조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로 개발도상국 리스크는 상존하지만 이 지역 성장잠재력이 갖는 메리트는 포기할 수 없는 카드다. 특히 금융권의 동남아 진출은 급가속도를 내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이어 신흥시장으로 떠오르는 미얀마와 캄보디아 시장 선점을 위한 ‘퀀텀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금융시장 성장기에 접어들고 있는 동남아 4개국에서 신남방 금융벨트를 구축하고 있는 국내 금융회사들의 활약상을 직접 들여다봤다.

[신남방 금융벨트를 가다] 김태경 IBK기업은행 양곤사무소장 "은행업 진출 목표"
"'중소기업'이 우리 핵심 역량, 현지 진출 지원 및 미얀마에 금융 노하우 전파할 것"


스스로를 농부로 표현한 김태경 IBK기업은행 양곤사무소장은 미얀마에서 은행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미얀마 경제중심지 양곤에 마련된 대표사무소 역시 은행업 진출을 희망하는 외국계은행이 갖춰야 할 필수조건 중 하나. 김 소장은 이곳에서 한국 기업들의 미얀마 진출을 지원함과 동시에 현지 금융환경에 대한 시장조사 등을 통해 은행업 진출에 있어 금융당국에 어필할 전략을 강구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데일리안 스스로를 농부로 표현한 김태경 IBK기업은행 양곤사무소장은 미얀마에서 은행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미얀마 경제중심지 양곤에 마련된 대표사무소 역시 은행업 진출을 희망하는 외국계은행이 갖춰야 할 필수조건 중 하나. 김 소장은 이곳에서 한국 기업들의 미얀마 진출을 지원함과 동시에 현지 금융환경에 대한 시장조사 등을 통해 은행업 진출에 있어 금융당국에 어필할 전략을 강구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데일리안

“난 키워보셨어요? 저도 키워본 적은 없는데, 난꽃은 언제 필지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계속 닦아주고 물 뿌려주고 정성을 다하지 않으면 꽃을 보기가 힘들다고요. 예전에는 꽃 하나 피웠다고 뭘 저리 좋아하나 싶었는데 지금은 제가 난꽃을 기다리고 있는 심정입니다.”

IBK기업은행이 지난 2017년부터 전력투구하고 있는 ‘아시아 금융벨트’ 구축에 있어 미얀마는 사실상 마지막 퍼즐에 속한다. 해외 금융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당국에서 요구하고 있는 조건에 맞춘 뒤 신청을 통해 인허가를 받는 대부분 국가들과 달리 미얀마의 은행업 인가는 평소에는 굳게 문을 닫혀 있다 ‘반짝 경매’ 방식을 취하고 있어 이곳 시장을 두고 구체적인 계획을 잡기조차 쉽지가 않다.

스스로를 농부로 표현한 김태경 IBK기업은행 양곤사무소장은 미얀마에서 은행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미얀마 경제중심지 양곤에 마련된 대표사무소 역시 은행업 진출을 희망하는 외국계은행이 갖춰야 할 필수조건 중 하나. 김 소장은 이곳에서 한국 기업들의 미얀마 진출을 후방지원함과 동시에 현지 금융당국과 지속적인 교류 및 시장조사 등을 통해 은행업 진출에 있어 어필할 전략을 강구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아직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향후 1~2년 내에 외국계은행을 대상으로 제3차 추가 개방이 이뤄질 것이라는 소식은 어느 정도 기정 사실화된 상태. 그동안 미얀마 금융당국의 인가 방식으로 비춰볼 때 이번 역시 지역 별 섹터로 나눠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국 좁게는 한국계 금융회사, 넓게는 동북아 국가 내 은행들 간 경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구체적인 심사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현지 금융당국의 구미를 당길 만한 경쟁력 확보는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이에 김 소장은 IBK기업은행만이 갖고 있는 핵심역량으로 ‘중소기업’을 꼽았다. 그는 "저희 IBK의 경우 중소기업에 특화 설립된 국책은행"이라며 "국내 중소기업의 현지 진출을 지원함은 물론 중소기업금융 노하우 등을 미얀마에 적극 전파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현재 미얀마에 진출해 있는 기업 가운데 CJ나 LS, LG와 같은 대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자금조달이 가능하다. 그 아래 중견기업들 역시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역시 한국계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커버가 된다”면서 “문제는 해외에 진출해 있는 국내 중소기업들”이라며 말을 이었다.

그는 “일반적으로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면 (금융회사들이) 가장 먼저 내보내는 곳이 바로 중소기업들”이라며 “더군다나 해외에서는 리스크가 훨씬 크기 때문에 본국 보증 없이 자력으로 자금을 공급받기가 쉽지 않다. 이처럼 해외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기업 규모를 이유로 경제적 소외를 받는 부분에 대한 공백을 메꾸는 것이 바로 우리의 역할이고 IBK가 미얀마 등 해외에 진출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현재 IBK 외에도 KB국민은행 등 국내 금융회사들이 일찌감치 미얀마 은행업 진출을 선언하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많아야 1곳에만 영업이 허용될 것이라는 것이 금융권의 전망. 국내 은행에게는 이처럼 치열한 경쟁이지만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경우 이미 3개 은행이 미얀마 은행업 인가를 받아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점은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진출을 독려하고 지원하는 정부나 금융당국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김 소장은 “굳이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얀마와 국경이 인접해 있는 태국도 1개 은행밖에 진출을 못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행은 무려 3곳이나 들어와 있다"며 "두 나라 간 교역이 많은가 하면 그것도 아닌데 대신 일본이 지원하는 원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원조와 상업은행의 기능은 엄밀히 따지면 별개겠지만 이러한 판을 깔아준 것은 해당 정부다. 목소리도 많이 내주고 정부 차원에서 티켓을 많이 확보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소장은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금융산업 해외 진출에 대한 관심에 대해서도 조언을 이어갔다. 그는 “어떤 산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진출에 있어 아쉬운 부분은 물살을 지금보다 덜 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신남방사업을 한다고 해서 유행처럼 너무 어느 한쪽으로만 쏠려버리면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같은 도전을 끈기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보다 장기적인 접근과 관심을 요청하기도 했다. 김 소장은 “꽃봉우리를 피우려면 앞으로 얼마나 더 걸릴지 사실 알 수가 없다”며 “계속 다지기 작업 중인데 그간 관심을 두지 않다가 어느날 갑자기 관심이 몰리면서 빨리 꽃을 피워야 한다고 비판을 하게 되면 이를 이겨내고 꽃을 피울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성장동력은 커녕 아예 싹이 잘리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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