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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심사 직후 구치소 입감, 이게 최선입니까


입력 2019.01.23 13:49 수정 2019.01.23 15:02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 구치소 대기, 비인권적 후진성 보여줘

구속도 안됐는데 신체수색에 각잡고 대기라니

<칼럼> 구치소 대기, 비인권적 후진성 보여줘
구속도 안됐는데 신체수색에 각잡고 대기라니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1일 저녁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자료사진). ⓒ사진공동취재단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1일 저녁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자료사진). ⓒ사진공동취재단

검찰이 직접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안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사람을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구치소에 입감시켜 대기하게 하는 것은 정말 후진적이고 비인권적이다.

구인장이 발부된 상태라 하더라도 구인장은 구속영장과는 다르다. 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해 그 집행을 하기 전까지는 구속 상태가 아니며, 따라서 영장대기자를 마치 구속된 피의자처럼 취급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과거에는 검찰이 피의자를 직접 구속하는 경우, 판사가 영장을 발부 또는 기각할 때까지 대개 영장을 청구한 그 검사의 방에서 피의자를 대기하게 하거나 인근 경찰서 유치장으로 보내어 있게 했다. 그 경우에 영장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당연히 입었던 사복차림 그대로 대기했다.

나이가 좀 든 검사들이면 누구나 영장청구한 피의자들과 짜장면이나 곰탕을 검사실로 배달시켜서 같이 먹은 기억이 많을 것이다. 때로는 또 그 때 피의자들의 숨은 가족 사정이나 조사할 당시에는 몰랐던 애환을 듣기도 한다.

그러다가 영장대기자를 구치소로 보내어 대기토록 하는 것이 일반화되기 시작한 것은 정확치는 않지만 2년전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할 때 무렵부터가 아닌가 싶다.

문제는 구치소로 가면 영장대기자도 옷을 몽땅 다 벗고 신체의 수치스런 부위까지 다 보여주는 신체검사를 받아야 하고 구치소가 지급하는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고, 구치소내 사동에서 짧게는 대여섯 시간 심지어 열 시간 넘게 심야 또는 새벽까지 구금된 것과 거의 다름없는 상태로 대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법적으로는 피구인자에 대해 그렇게도 할 수 있는 근거가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행범으로 체포가 된 사람이거나 과거에 중대범행을 저지르고 도피 중에 검거된 사람이면 몰라도 사전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제발로 법정에 출석해 영장실질심사에 응한 사람을 굳이 그렇게 할 이유나 필요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본다.

결국 이렇게 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검사들의 편의 때문이다. 영장심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 피의자를 검사실에 데리고 있기도 거북하고, 식사 제공도 그렇고, 무엇보다 대기 중에 피의자가 자해행위를 하거나 기타 돌발사태가 벌어졌을 때의 책임을 지기 싫어서이기 때문이다.

영장심사가 끝난 뒤에 구치소로 보내버리면 그후 영장대기 시간 중에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것은 전부 구치소의 책임이 된다.

그러다보니 구치소로서도 아직 영장집행 전이라 미결수도 아닌 영장대기자에 대해 도주나 자해행위 등의 돌발사태로 책임을 떠안기 싫으니 아직 영장도 발부되지 않은 사람에 대해 자해도구라도 혹시 품에 있을까봐 샅샅이 신체 검사를 하고 옷도 갈아 입히고 사동 안에 가둬버리는 것이다.

최근에 내가 변호했던 어느 유명 피의자가 낮에 영장심사를 마치고 구치소에 들어가 밤 12시가 다 될 때까지 사동 방에서 대기하다가 잠시 누웠는데 교도관이 앉아 있어야지 왜 누웠느냐고 마구 꾸중을 하더라는 말을 전해듣고 잠시 목이 메었던 적이 있다.

그뿐인가. 밤늦게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청사와 달리 대개 외진 곳에 있기 마련인 구치소의 문을 나섰을 때 귀가하기도 쉽지 않다.

나도 과거 검사로 일했던 사람이다. 평검사 시절 직접 구속도 하고 간부가 된 뒤에는 밑의 검사들이 직접 구속하는 것을 수없이 결재나 감독도 했다.

하지만 본인이 근무하던 시절까지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 말고는 어떤 검사도 영장대기자를 구치소로 먼저 보내어 미리부터 구속된 사람처럼 취급하는 이런 엉터리같은 일을 하지 않았다.

굳이 영장대기자를 대기시키려면 전국의 모든 검찰청사에는 구치감이라 해서 구치소의 사방과 비슷한 구금시설이 있다.

거기에서 자신이 입고 온 사복차림 그대로 영장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하게 하든지 아니면 검찰청 내에 숙직실 같이 냉난방이 되는 곳을 무단이탈하지 않도록 출입문만 약간 개조해 영장대기실로 만들고 거기서 대기하게 하면 될 일이다.

자해행위 방지를 위해 정 필요하다면 옷을 벗기지 않더라도, 공항에서 하는 수준으로 금속탐지기를 설치하고 몸수색을 하면 될 것이 아닌가.

요즘 같은 문명시대에 검찰에서 이런 후진적·비인권적 일이 지속되는데도 언론도, 인권위원회도, 시민단체도 이상하게 말이 없다.

전임 정부에 비해 사람의 인권을 더욱 강조하는 문재인정부에 와서 영장대기자의 구치소행이 오히려 일반화된 것은 아이러니 하기까지 하다.

오늘 또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지내신 분들이 영장심사를 받고 있다. 심사가 끝나면 구치소로 가서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열 시간 넘게 대기해야 할 상황이다.

그 사람들의 구속이 과연 타당한지 여부도 논란이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구속영장 심사 후에 영장대기자들이 구치소에서 다 벌거벗고 신체수색까지 당해야 하는 이런 비인권적 후진성도 공론화되기를 기대한다.

글/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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