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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은 21세기판 ‘아메리칸 드림’이 결코 아니다

  • [데일리안] 입력 2019.01.27 06:00
  • 수정 2019.01.26 21:54
  • 이석원 객원기자

<알쓸신잡-스웨덴㉜> 세계 최고 복지 국가로 향하는 젊은이들

높은 조세부담률이 대가로 따르는 값비싼 사회 시스템 견뎌야

<알쓸신잡-스웨덴㉜> 세계 최고 복지 국가로 향하는 젊은이들
높은 조세부담률이 대가로 따르는 값비싼 사회 시스템 견뎌야

<@IMG1>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에서는 스웨덴 이민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청년들 사이에서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에 대한 선망이 최고치에 달했다.

얼마 전 한 구직 사이트에서 20대와 30대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이민으로 선호하는 나라’라는 질문에는 가장 많은 이들의 대답이 스웨덴이었다. 2위가 덴마크, 3위가 오스트리아, 4위가 뉴질랜드, 5위가 노르웨이였다고 한다.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를 선택한 이들이 말하는 이유는 북유럽 사회의 복지와 사회 안전망, 합리적인 시스템 때문이었다고 한다.

외교부에서는 2년에 한 번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국민이나 재외동포에 대한 통계를 낸다. 가장 최신 통계인 2017년 자료에 따르면, 스웨덴 이민청으로부터 12개월 이상의 거주허가를 받은 한국인(이하 재외동포)이 3174명이었다. 과거 소련의 영향력에 있던 국가들에 살고 있는 고려인을 제외하면 유럽에서 6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유럽에서 스웨덴보다 재외동포가 많은 나라는 독일(4만 170명), 영국(3만 9934명), 프랑스(1만 6251명), 이탈리아(4311명), 스페인(3807명) 뿐이다. 스웨덴이 정확히 어디 붙어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고, 스웨덴과 스위스와 스페인을 구분 못하는 사람도 제법 있는데. 게다가 아직까지 스웨덴 여행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주변 대다수라고 보면 상당히 많은 숫자다. 북유럽의 다른 나라에는 노르웨이 1043명, 덴마크 680명, 핀란드 611명이 살고 있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사실은, 전체 재외동포 대비 현지 국적 취득자인 시민권자 비율은 스웨덴이 59%인 1873명으로 단연 1등이다. 그 뒤를 독일(9927명) 24.7%, 영국(9611명) 24%, 스페인(670명) 16.8%, 그리고 이탈리아(304명)와 프랑스(1090)가 각각 7%와 6.7%다. (외교부의 2017년 통계에 뜨른 것이므로 현재 정확한 상황은 다소 다를 수 있다.)

예상과는 달리 스웨덴에 재외동포가 이 정도로 많고, 또 시민권자는 유럽에서도 가장 높은 비율인 이유가 뭘까?

스웨덴 이민이 늘고 있는 가장 최근의 이유는 물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으로의 이민이 사실상 거의 막혔다. 덩달아 캐나다 이민도 대폭 축소가 됐다.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으로의 이민이 급격히 늘고 있는 현재 가장 현실적인 이유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스웨덴의 복지 시스템이 스웨덴 경제 규모와 결합됐기 때문이다. 즉, 아무리 복지 시스템이 좋아도 경제 규모가 작으면 먹고 살기가 쉽지 않다. 복지는 공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스웨덴은 유럽에서도 인구수나 경제 규모가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다.

또 하나, 진입 장벽이 다른 국가에 비해 훨씬 낮다.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일정기간 스웨덴에서의 경제활동과 그에 따른 납세 기록, 그리고 범죄 여부 정도만 따지기 때문이다. 스웨덴어 시험도, 역사나 문화에 대한 테스트도 없다. 일반적으로 영주권 신청까지는 4년, 시민권 신청까지는 6~7년 정도가 걸린다.

결국 스웨덴은 작지 않은 경제 규모와 이민자에 대한 문턱이 높지 않다는 것은 시민권을 취득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기회일 수 있다. 그런 이유들이 모이고 모여서 스웨덴 이민에 대한 욕구가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웨덴에서 정착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나라 사람에 대한 배타성이 유럽에서도 현저히 낮은 나라이기는 하지만, 스웨덴이 가지고 있는 생활의 특수성은 한국인의 정선타 인식으로는 감당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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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이 보통 40%에 이르는 소득세와 25%의 부가가치세 등으로 대표되는 높은 조세부담률이다. 스웨덴에서 일을 할 경우 아무리 낮다고 해도 31%의 개인 소득세를 내야 한다. 보통 20% 내외의 개인 소득세조차도 부담스러운 우리 입장에서 엄청난 세금이다.

게다가 25%의 부가세를 품은 물가는 살인적이라고 할 수 있다. 스웨덴의 뛰어난 복지는 바로 이런 고율의 세금으로 유지되는 것인데, 문제는 그 복지조차 20, 30대의 경우, 게다가 미혼이라면 실제로 누릴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스웨덴 복지의 주요 수혜자들은 18세 미만 아동과 65세 이상 노인이기 때문이다.

또 겨울에는 해를 볼 수 있는 날이 거의 없다는 날씨의 문제도 그렇다. 6, 7, 8월 백야 때에는 거의 하루 종일 햇빛을 볼 수 있다지만, 11, 12, 1, 2월에는 해를 볼 수 있는 날도 시간도 거의 없다. 스웨덴은 여름이 건기이고 겨울이 우기다. 게다가 스톡홀름을 기준으로 12월 중순 동지 무렵에는 하루에 해가 떠 있는 시간이 불과 7시간에 불과하다.

물론 최근 한국이 극심한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에 시달리는 것을 감안하면, 일조량이 적어도 공기가 맑으면 무슨 문제일까 싶지만, 정작 스웨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기후는 상대적인 셈이라 스웨덴의 삶을 더 윤택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절대 요소는 아닌 셈이다.

또 난민이나 이민자들의 폭증에 따른 스웨덴 사람들의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늘고 있다. 인종 차별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불편해 하는 것은 사실. 그밖에 아무리 노력해도 적응하기 쉽지 않은 스웨덴 사람들의 정서나 생활 방식도 실패와 포기의 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한국 젊은이들의 스웨덴에 대한 선망은 과거 1960, 70년 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것과 비견될 정도다. 환영할 수만도 없는 일이다. 기회와 경험의 다양성, 진정한 글로벌리제이션의 일환이어야 하는 데 국내의 상황 때문에 밀려서 간다는 인상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스웨덴도 하나의 ‘또 다른’ 무대여야지, 도피가 돼서는 안된다. 그래야만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고 합리적인 복지 시스템이 기회가 돼 줄 것이다.

글/이석원 스웨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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