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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 귀국' 벤투호, 감독이 길게 봐야 팬들도 기다린다


입력 2019.01.28 17:48 수정 2019.01.29 09:04        데일리안 스포츠 = 김평호 기자

아시안컵 8강 탈락으로 최대 위기 봉착

3년 뒤 월드컵 내다보는 장기적 플랜 절실

1월 25일 오후(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이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한국과 카타르의 8강전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1월 25일 오후(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이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한국과 카타르의 8강전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시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59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 탈환에 실패한 벤투호가 벌써부터 최대 위기를 맞이한 분위기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과 김승규(빗셀 고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조현우(대구), 정승현(가시마), 주세종(아산), 김문환(부산), 황의조(감바 오사카), 김진수, 김민재, 이용(이상 전북), 황인범(대전), 정우영(알사드) 등은 이날 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왔다.

아시안컵은 들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왔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후반 33분 하팀에게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을 허용하며 0-1로 패했다. 1960년 이후 59년 만에 우승 도전에 나섰던 한국의 꿈은 중동의 복병 카타르에 가로막혀 또 다시 무너지고 말았다.

벤투 감독으로서는 부임 이후 12경기 만에 당한 첫 패배인데 벌써부터 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 벤투 감독은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11경기 무패행진(7승 4무)을 이어 나가며 승승장구했다. 부임 초에는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 칠레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면서 호평을 이끌어 냈고, 차차 대표팀의 장밋빛 미래가 언급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한국 축구는 벤투 감독이 오고 나서 놀라운 분위기가 감지됐다. 새로 부임한 사령탑이 이제 막 데뷔전에서 승리를 거뒀을 뿐인데 벌써부터 팬들로부터 신임을 얻어나가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 축구는 벤투 감독의 데뷔전 승리로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완승부터 시작해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한껏 고무된 축구 열기를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이에 본지는 ‘속단 이른 벤투호, 슈틸리케 벌써 잊었나’(2018년 9월 10일자)라는 제목의 내용으로 기사를 낸 적이 있다.

요점은 하나,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기자는 벤투 감독의 전술은 과거 슈틸리케 감독의 주 전술이었던 4-2-3-1이 기반이 됐다는 점과 한 번 중용한 멤버들은 웬만해선 바꾸지 않는 그의 보수적인 성향에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결국 벤투 감독의 고집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플랜 B의 부재와 주축 선수들의 체력 관리 실패로 드러나며 ‘아부다비 참사’로 귀결됐다.

이에 다시 여론은 벤투 감독에게 등을 돌린 분위기다. 일부 성난 팬들은 벌써부터 경질을 언급하며 사령탑을 강하게 질책하고 있다.

1월 25일 오후(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이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한국과 카타르의 8강전에서 손흥민이 파울루 벤투 감독의 지시를 듣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1월 25일 오후(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이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한국과 카타르의 8강전에서 손흥민이 파울루 벤투 감독의 지시를 듣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그렇다면 한국 축구는 또 다시 사령탑을 기다려주지 못하고 조급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벤투 감독에게 계속해서 힘을 실어주는 것이 맞는 것일까.

어쩌면 이에 대한 해답은 벤투 감독 스스로가 쥐고 있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3년 뒤에 있을 카타르 월드컵을 겨냥해 길게 보고 선임한 감독이다. 이제 부임한지 반년 밖에 되지 않은 감독에게 모든 책임을 묻기는 가혹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아시안컵은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한 대회였기에 벤투 감독이 100% 주전으로 점 찍은 선수만 중용할 수밖에 없었던 점도 있다. 물론 원하는 결과도, 만족스러운 과정도 보여주지 못했지만 누구나 시행착오는 겪기 마련이다.

한국 축구가 벤투 감독을 끝까지 믿고 갈지는 여론의 선택이 아닌 본인 스스로 하기에 달렸다. 한국의 아시안컵은 끝났지만 축구가 끝난 것은 아니다.

대표팀은 오는 3월과 6월 각각 두 차례씩 A매치를 갖고, 9월부터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이 시작된다.

특히 3월과 6월에 열리는 A매치에서는 벤투 감독 스스로가 장기적인 플랜을 펼쳐 보일 필요가 있다.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은 곧바로 격동의 시기을 맞이했다. 구자철은 대회 직후 은퇴를 선언했고, 기성용 역시 심각하게 은퇴를 고민 중이다.

소위 말해 그간 쓰던 선수만 고집해 왔던 벤투 감독은 월드컵 예선에 앞서 새 얼굴 발굴에 적극 나서고, 어린 선수들을 중용하며 세대교체를 동시에 진행해야 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제는 ‘지배하는 축구’의 실패, 혹은 시행착오를 인정하고 다양한 전술을 마련해 유연성을 확보해 나가야 될 때다.

시간이 흘러도 달라진 모습이 보이질 않고 또 다시 지나친 고집으로 일관한다면 여론은 계속해서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 물론 여론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감독의 뚝심이 필요할 때이기도 하다.

3년 뒤를 내다보고 팀을 운영해 나가는 장기적인 플랜과 비전을 보인다면 여론은 언제든 벤투 감독의 든든한 조력자가 될 것이다. 우선은 첫 번째 과제인 세대 교체부터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은 감독이 길게 봐야 팬들도 기다린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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