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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센트 사라지면 아반떼가 소형차?…車도 승급 있고 강등 있다


입력 2019.02.06 06:00 수정 2019.02.05 21:41        박영국 기자

시장 상황에 따라 차급 변화 이뤄져

투싼·스포티지는 '승급', 그랜저는 '강등' 겪어

시장 상황에 따라 차급 변화 이뤄져
투싼·스포티지는 '승급', 그랜저는 '강등' 겪어


엑센트의 단종으로 졸지에 '차급 강등'을 겪게 될 위기에 놓인 현대차 준중형차 아반떼.ⓒ현대자동차 엑센트의 단종으로 졸지에 '차급 강등'을 겪게 될 위기에 놓인 현대차 준중형차 아반떼.ⓒ현대자동차

소형차의 종말이 현실화되고 있다. 기아자동차 프라이드에 이어 현대자동차 엑센트도 단종 수순을 밟고 있다. 한국GM 아베오는 미미한 판매실적으로 소형차의 명맥을 잇기엔 역부족이고, 르노 클리오는 수입차의 특성상 ‘노는 물’이 다르다. 수입차 업체들도 팔아야 남는 게 별로 없는 소형차를 들여오는 데 소극적이다.

그렇다면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소형차’라는 차급은 이대로 사라지는 걸까?

여러 가지 변수가 있을 수 있다. 소형차라는 차급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고, 바로 위 차급인 준중형차가 소형차로 ‘강등’ 될수도 있다.

A세그먼트, B세그먼트 등 차급별로 고유의 등급이 있는 글로벌 구분명과 달리 국내에서 통용되는 차급명은 대·중·소와 같은 ‘상대적 개념’인지라 같은 차라도 시장 상황에 따라 승급, 혹은 강등이 될 수도 있다.

아반떼의 차급이 ‘준중형’에서 ‘소형’으로 내려앉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최하위 차급이 사라진 상태에서 굳이 ‘준’자가 들어간 틈새차급을 유지하기보다는 ‘대·중·소’로 가는 게 분류상 편리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국내 시장에서 소형 SUV 붐을 일으키며 투싼, 스포티지, 코란도C의 차급을 '준중형 SUV'로 밀어 올린 쌍용차 티볼리.ⓒ쌍용자동차 국내 시장에서 소형 SUV 붐을 일으키며 투싼, 스포티지, 코란도C의 차급을 '준중형 SUV'로 밀어 올린 쌍용차 티볼리.ⓒ쌍용자동차

이미 차급이 강등 혹은 승급된 사례도 몇 차례 있다. 국내 시장에 소형 SUV가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전까지만 해도 현대차 투싼, 기아차 스포티지, 쌍용차 코란도C 등은 소형 SUV로 불렸다.

덩치에 따른 SUV 구분이 셋 밖에 없는 상황인지라 굳이 ‘준’이라는 곁다리를 둘 필요 없이 ‘대, 중, 소’ 세 가지 분류로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3년 르노삼성 QM3가 국내 상륙하고 한국GM 트랙스와 쌍용차 티볼리까지 잇달아 출시되며 이들보다 확연히 덩치가 차이 나는 투싼 등과 함께 묶여 ‘소형 SUV’로 불리는 혼란이 벌어졌다.

이후 티볼리 판매가 급증하며 이 사이즈의 SUV가 상당한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자 ‘소형 SUV’라는 차급은 이들 차종의 전유물이 됐고, 투싼 등은 ‘준중형’으로 승급됐다. 소형과 중형(싼타페 등) SUV 사이에 ‘준중형’이라는 새로운 차급을 끼워 넣은 것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을 대표하는 대형 세단으로 군림하던 1세대 그랜저.ⓒ현대자동차 국내 자동차 시장을 대표하는 대형 세단으로 군림하던 1세대 그랜저.ⓒ현대자동차

더 앞선 사례로는 그랜저의 차급 변화가 있다. 한때 현대차의 플래그십(기함) 세단 역할을 했던 그랜저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그랜저가 최고급 대형 세단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이는 없었다. 경쟁차 중에서도 그랜저보다 월등히 큰 차는 없었다.

하지만 1996년 2세대 그랜저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다이너스티’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1996년 더 큰 사이즈의 에쿠스가 현대차의 플래그십 역할을 맡게 된 상태에서 1998년 3세대 모델로 돌아온 그랜저는 더 이상 최고급 세단의 이름을 사용할 수 없었다.

위에 ‘큰형님’이 얹힌 상황인지라 ‘대형’이라는 차급에서도 밀려났다. 결국 대형과 중형 사이에 ‘준대형’이라는 차급을 끼워 넣어 그랜저의 자리를 만들었다.

다이너스티와 에쿠스의 등장으로 차급이 '준중형'으로 밀린 3세대 그랜저.ⓒ현대자동차 다이너스티와 에쿠스의 등장으로 차급이 '준중형'으로 밀린 3세대 그랜저.ⓒ현대자동차

국내에서 ‘차급’이라는 개념은 정부나 협회 등에서 명문화한 구분 기준은 아니다. 제조사와 수요자 사이에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일종의 불문율이라고 할 수 있다. 제조사가 덩치나 배기량이 월등히 미달하는 차에다 억지로 특정 차급을 매기고 해당 차급 수준의 가격을 책정한다고 해서 시장이 받아주는 건 아니다.

이 때문에 시장에 차급의 변동이 생길 만한 변동이 생겼을 때는 한동안 혼란을 겪으며 과도기를 거치기도 한다. 앞선 예의 QM3와 투싼이 한때 같은 ‘소형 SUV’로 불렸던 게 대표적이다.

현대차 코나보다 하위 차급으로 포지셔닝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는 기아차 소형 SUV 스토닉.ⓒ기아자동차 현대차 코나보다 하위 차급으로 포지셔닝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는 기아차 소형 SUV 스토닉.ⓒ기아자동차

앞으로도 차급 변동이 이뤄질 여지는 남아있다. 승용 부문은 소형차의 소멸로 차급이 하나 사라질 상황에 처한 반면, 날로 인기가 높아지는 SUV 부문은 차급이 더 세분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시장에서는 현대차 ‘코나’와 기아차 ‘스토닉’의 차급을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차체 크기나 가격 측면에서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최근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현대차의 참여가 확정되면서 소형 SUV 아래 차급에 경형 SUV까지 등장하게 됐다. 스토닉을 기존 소형 SUV와 경형 SUV 사이에 끼워넣으려면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내야 할 상황이다.

한국GM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쉐보레 트래버스. 본토인 미국에서는 중형 SUV로 분류되지만 국내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보다 전장이 21cm나 길다.ⓒ한국GM 한국GM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쉐보레 트래버스. 본토인 미국에서는 중형 SUV로 분류되지만 국내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보다 전장이 21cm나 길다.ⓒ한국GM

상위 차급으로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현대차 팰리세이드, 기아차 모하비, 쌍용차 G4렉스턴 등이 대형 SUV로 불리지만 덩치 큰 차를 선호하는 미국에서는 이들 차종이 미드사이즈(중형)로 불린다. 미국산 대형 SUV가 잇달아 상륙하거나 국내 생산이 시작되면 이들 차종도 ‘준대형’으로 차급 강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당장 한국GM이 올해 하반기부터 수입 판매할 예정인 ‘트래버스’는 팰리세이드보다 길이가 21cm가량 길다. GM에는 트래버스보다 큰 ‘타호’도 있고, 풀사이즈 SUV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서버번’도 있다.

차급의 세분화는 곧 소비자 선택권의 다양화를 의미한다. 앞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 다양한 차종의 등장을 기대해본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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