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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이강인 태극마크, 왜 시기상조인가


입력 2019.02.02 00:10 수정 2019.02.03 08:27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기성용, 구자철 은퇴 등 세대교체 명분

3월 A매치 때 소집해야 한다는 목소리

이강인은 이제 막 1군 데뷔전을 치른 유망주에 불과하다. ⓒ 게티이미지 이강인은 이제 막 1군 데뷔전을 치른 유망주에 불과하다. ⓒ 게티이미지

‘슛돌이’ 이강인(18)의 A대표팀 발탁 여부가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강인은 최근 소속팀 발렌시아와 정식 계약을 맺었다. 구단 측은 "이강인을 1군 스쿼드에 등록했다. 등번호는 16번"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바이아웃(최소 이적료) 액수 역시 기존 2000만 유로(약 255억 원)에서 8000만 유로(약 1029억 원)로 대폭 상향 조정됐다. 이강인에 대한 기대감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소속팀에서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이강인이다. 이강인은 지난해 10월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 32강전을 통해 1군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이후 지난달 13일에는 바야돌리드전에 교체로 나와 라리가에서도 첫 선을 보였다.

어린 나이임에도 활약 역시 대단하다. 특히 이강인은 헤타페와의 국왕컵 8강전서 교체 투입돼 2골에 관여하며 팀의 대역전승을 견인했다. 한국 내에서는 물론 스페인에서도 크게 주목하는 유망주가 바로 이강인이다.

관심은 자연스레 태극마크로 향하고 있다. 마침 축구대표팀은 다음달 A매치 데이를 앞두고 있다. 베트남(원정)과의 맞대결이 확정됐고, 이에 앞서 열리는 친선전 상대는 아직 미정이다.

아직 18세에 불과하지만 이강인의 성인대표팀 발탁은 그리 늦은 나이가 아니다. 과거 한국 축구를 이끌었던 스타플레이어들은 이강인과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고, 10대 나이에 형님들과 그라운드를 누볐다.

많은 경험을 요구하는 수비수 포지션의 홍명보 정도만 21세에 데뷔했을 뿐, 차범근, 박지성, 기성용 등은 18세 또는 19세에 A매치에 첫 선을 보였다. 이를 근거로 이강인 발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주요 태극 전사들의 A매치 데뷔 시기. ⓒ 데일리안 스포츠 주요 태극 전사들의 A매치 데뷔 시기. ⓒ 데일리안 스포츠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선배들이 대표팀에 뽑혔을 당시의 환경은 지금의 이강인과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10대 후반에 성인대표팀에 데뷔한 선수들은 소속팀 또는 대학교에서 핵심 자원으로 활약하던 이들이다. 또한 해외가 아닌 국내팀에 소속돼 차출에 어려움 역시 없었다.

이강인은 다르다. 이제 막 1군에 데뷔한 이강인은 팀 내 입지가 불안정한 상황이다. 실제로 이강인은 교체로만 출전 중이며 이는 아직 갈고 닦아야 할 부분이 많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A매치를 치르기 위해 10시간 넘게 비행기에 몸을 싣는 것도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숙소에서 공항까지의 이동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하루를 꼬박 소비해야 한다.

유럽에서도 10대 나이의 유망주들이 성인대표팀에 일찍 데뷔하는 사례가 흔하지만, A매치의 대부분이 유럽 내에서 치러져 아시아 출신들에 비해 체력적으로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다.

가장 좋은 사례가 손흥민이다. 고교 중퇴 후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 입단한 손흥민은 조기에 재능을 폭발시켰고 2010년 12월 시리아와의 친선전을 통해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그의 나이 18세 175일이었고, 축구대표팀 역사상 5번째로 어린 선수의 데뷔전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나이이다 보니 대표팀 내에서는 벤치 멤버에 불과했고 교체 출전으로 간간이 얼굴을 내미는 게 다였다. 결국 손흥민의 이른 발탁은 그의 축구 교육을 전적으로 책임졌던 아버지 손웅정 씨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왔다.

당시 손 씨는 손흥민의 소집에 대해 “아직 어리다. 더 발전해야 한다. 즉시 전력감이 될 때까지 소집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즉, 아직 유망주에 불과하며 무엇보다 소속팀 적응이 우선이라는 게 손웅정 씨의 주장이었다.

손흥민의 조기 발탁은 부친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왔다. ⓒ 연합뉴스 손흥민의 조기 발탁은 부친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왔다. ⓒ 연합뉴스

지난해 5월, 20세 나이에 데뷔전을 치른 이승우(엘라스 베로나)도 또 다른 답이 될 수 있다. 이승우는 소속팀에서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갈 시기에 대표팀서도 발탁됐다. 하지만 쟁쟁한 선배들에 밀려 교체 출전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이승우는 지난 아시안컵서 출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자 불만을 터뜨리고 말았다.

기성용, 구자철이 대표팀을 은퇴함에 따라 그 공백을 이강인으로 메우면 된다는 제법 위험한 발상이 있다. 이강인이 가진 최대 무기는 잠재력일 뿐, 기술과 경험 등 모든 면에서 모자란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이강인은 아직 피지컬 부분에서 완성된 선수가 아니라 섬세하게 육성시켜야 한다. 이강인의 대표팀 발탁은 그가 발렌시아에서 선발 자원으로 더 성장한 뒤 시행해도 늦지 않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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